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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영화 목록 - 1.

1. 서울의 봄 (2023)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편집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섬세하고 유장하게 살려주는 극영화보다는 감각적이고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TV다큐나 리얼리티 쇼에 가까운 편집, 아무래도 촬영량이 상영시간을 너무나 초과해서 분량을 줄이려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이게 배우들의 호연과 맞물리니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녹아 없어질 지경이었다. 큰 액션 신이 많지 않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다. 다만 역사적 맥락을 다 살려내지는 못했고, 워낙 좋은 배우들을 쓰다 보니 나 와 같은 의고적인 비극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태신이라는 대비되는 캐릭터가 없었더라면, 오히려 전두광이 카리스마, 지능, 추진력의 3박자를 갖춘 권력을 향한 지칠 줄..

"C"inematheca 2024.04.22

Dan Mastroianni - Lead On (1987)

개인마다 취향 차가 있을 테지만 댄 마스트로야니의 "Lead On"을 처음 들었을 때, '이 사람은 진정 천재다'라고 느꼈다. 앨범 재킷에 나온 바다에서 격랑이 휘몰아치는 듯한 느낌. 나는 키보드를 기반으로 보컬, 작곡, 편곡에 모든 공정을 도맡아하면서 저예산 1인 프로덕션으로 상궤에서 벗어난 사운드를 추구하는 '매드 키보디스트'들을 유독 편애하는 것 같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쉽게 말해 키보드를 현란하게 구사하는 '신바람 이박사' 스타일. 다만 앨범을 구매하고 전체를 들어봤을 때, 모든 곡이 비슷비슷한 것이 좀 아쉽다. 댄 마스트로야니의 이력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편적인 정보를 취합하면 시카고 출신으로 알음알음으로 세션을 모아 부모님댁 지하실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활용해서 녹음을 진행했다고 한..

"D"iscotheca 2024.04.19

The System - You Are In My System (1983)

너무 통속적인 선곡인가 싶지만, 이건 올드팬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일 것이고 요즘 세대에는 아예 생소한 밴드일 듯싶다. 시스템은 멜로디라인을 중시하는 한국인들 취향에는 잘 맞지 않는 밴드이기도 하고, 장르 자체가 한국에서 외면받는 신스팝/ 일렉트로 훵크 계열이어서인지 외국에 유명세에 비해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밴드다. 다만 인스타그램의 활성화로 바비 콜드웰 같은 아티스트들이 누구나 다 들어본 가수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밴드도 다시 조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You are in my system"은 1982년 싱글로 발매되어 빌보드 차트 4위와 흑인 음악 차트와 댄스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첫 히트곡으로 시스템을 널리 알린 곡이다. 처음에 몇 번 들었을 때는 독특한 매력이 있지만 좋..

"D"iscotheca 2024.03.21

Mighty Ryeders - Let There Be Peace (1978)

Rodney Matthews가 이끌던 플로리다 출신 8인조 훵크 밴드 마이티 라이더스의 78년작 가 최근에 일본 P-Vine에서 리이슈 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여러 번인 것으로 아는데, 그만큼 훵크 팬들과 DJ들에게 사랑받는 밴드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마이너한 로컬 훵크밴드가 다시 주목받게 계기는 "Evil Vibrations"가 91년 힙합 그룹 De La Soul의 "A Roller Skating Jame Named "Saturdays""에 샘플링되면서부터일 것이다. 8인조이지만 리더 로드니 매튜스가 모든 작, 편곡을 도맡아 했다. 마이애미 소재의 선지오 레코드에서 이 유일무이한 앨범을 발표한 뒤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최근 로드니 매튜스와 아내 손드라의 병원 치료비를 모금하고 있다는 ..

"D"iscotheca 2024.01.09

2023년 영화목록 - 5.

21. 미드웨이 (2019) 미드웨이 해전을 다룬 영화들이 더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전쟁영화다. 특히 미드웨이 해전의 발발에서 전개까지 알기 쉽게 정리가 되어 있어, 전사로 먼저 접한 내게는 이해도를 훨씬 높여줬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 역사적 사실을 희생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명절 영화로 손색이 없다. (***1/2) 22. 행잉 록에서의 소풍 (1975) 내가 사랑하는 호주의 컬트 걸작. 2번째 본다. 기숙학교 여학생이 태곳적 신비의 장소인 행잉 록으로 소풍을 갔다 사라진다는 내용으로 인상파 회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영상이 팬플룻의 거장 게오르그 잠피르의 음악과 어우러진다. 동양의 무릉도원과도 비슷한 행잉 록은 빅토리아조 문화에 질식당하던 여성들의 안식처이기도 하고, 집단적 죄..

"C"inematheca 2023.09.20

Koxo - Step By Step (1982)

20년 전, 나를 이탈로 디스코에 입문시킨 곡. 처음 들었을 때는 불어 가사 때문에 프랑스 곡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곡이었다. 당시에는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봐도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프랑스 밴드로 알고 있었다. Koxo는 "Leopardo (표범)"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타 DJ Leonardo Re Cecconi가 제작한 프로젝트 밴드다. 영국 태생의 DJ 겸 뮤지션으로 이탈리아로 건너와 세션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Ronald Hanson, 밴드 Krystal 출신의 여성 멤버 Anne Dattner, 영상에는 나오지 않은 또 다른 멤버 Mack McKwaia의 세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1982년 "Step By Step"과 "Shake It Up..

"D"iscotheca 2023.09.18

2023년 영화목록 - 4.

16. 디센던트 (2012) 매력적인 캐릭터, 멋진 풍경, 잔잔한 스토리 등 볼거리는 많다. 모터보트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그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딸들과 화해하고 다시 가족으로 묶인다는 내용. 비행기 안에서 보면 좋을 영화다. 하와이 주민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 17. 도보여행 (1971) 니콜라스 뢰그 영화의 엔딩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호주 아웃백으로 남매를 데리고 소풍을 간 남자가 느닷없이 아이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자살한다. 남매는 살아남아 길을 떠나 원주민 소년을 만나는데 호주 대자연의 풍광, 소통 불가능한 상황에서 오는 오해에서 빚어지는 비극 등. (****) 18. 태양의 제국 (1987) 아역 크리스천 베일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이고 ..

"C"inematheca 2023.09.07

Eric Charden - San Ku Kai (1979)

"San Ku Kai"는 프랑스 뮤지션 에릭 샤르뎅이 만든 의 프랑스판 주제곡이다. 는 , 로 유명한 일본의 스탠 리, 이시노모리 쇼타로 원작의 특촬물로 1978년 일본 토에이와 TV 아사히가 합작해 총 28편이 방영되었다. 일세를 풍미하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사나다 히로유키와 오다 아키라가 주연을 맡았고, 영화판에서는 후카사쿠 킨지가 감독을 맡았다.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수출한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이 프랑스판의 주제곡이 유명한 것 같다. 후카사쿠 킨지 팬으로 영화를 검색하다 알고리즘의 작용에 의해 우연히 접했는데 일본 특촬물에 대한 향수와 강력한 중독성 때문에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곡이다. 아래는 키쿠치 슌스케, 사사키 이사오의 일본판 주제가. 프랑스판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D"iscotheca 2023.08.31

Michal Urbaniak - Ecstasy (1978)

한국인들에게 폴란드 뮤지션 하면 광고 음악 "Astrud"로 유명한 Basia를 먼저 떠올릴 테지만,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폴란드 뮤지션의 음반은 미칼 우르바니악이었다. 우르바니악은 아마 바시아 다음으로 한국에서 유명한 폴란드 아티스트일 텐데, 음악이 그다지 대중적이지는 않아서 보통 퓨전 재즈 팬들 중에서도 지적인 음악을 선호하는 청자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 신촌에 향뮤직이 건재할 때, 우르바니악의 앨범들을 여럿 사두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다. 이름도 생소한 이 아티스트의 음반을 알고 좋아하게 된 계기가 바로 우르바니악의 78년작 다. "Ecstasy"는 중후하고 박력 있는 남성 코러스와 함께 우르바니악의 현란한 바이올린이 받쳐주면서 Ohio Players의 명곡 "Ecstasy"에..

"D"iscotheca 2023.08.25

2023년 영화목록 - 3.

11. 범죄도시3 (2023) 이 시리즈를 극장에서 봤을 때는 분통이 터졌지만 VOD로 보고나니 볼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효용은 어떤 압박도 없이 2시간 동안 생각을 지워준다는 점이다. 영화보다는 게임방송에 가깝기 때문이다. (***) 12. 위대한 피츠카랄도 (1982) 320톤짜리 증기선을 인력으로 끌어올려 산을 넘는 이야기. 헤어초크는 인간과 자연 간의 투쟁, 그리고 극복과 좌절을 그리면서 인간의 문명이란 자연의 위력 앞에서 얼마나 허약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독일 낭만주의의 후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헤어초크는 전생에 피사로나 코르테스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스태프와 출연자들을 한계로 몰아넣는다. 여기서 피츠카랄도는 헤어초크의 현신 같다. 나는 비슷한 내..

"C"inematheca 202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