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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영화 목록 - 2

Baron Samdi 2025. 2. 11. 12:40

6. 에이리언 디렉터스 컷 (1979, 2003)

<에일리언 로물루스>를 재미있게 봤지만, 등장인물인 애쉬의 역할이 잘 기억나지 않아 다시 봤다. 지금 와서 보면 79년에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직도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체스트 버스터 신이 인상 깊은데, 스탠리 큐브릭이 이 신을 너무 좋아해서 리들리 스콧에게 전화를 하는 바람에 스콧이 놀랐다는 일화가 있다. 리들리 스콧은 <스타워즈>를 본 뒤, 너무 재미있는 영화라서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에이리언>을 감독함으로써, 스페이스 호러의 신 경지를 개척해 냈다. 어릴 적에는 화끈한 액션이 강조된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 2>를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보니 연출력 면에서 굉장히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라운관 디스플레이에 데이터는 텔렉스처럼 출력되며 키보드로 조작하는 우주선이 나오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임에는 분명하다. 가외로 이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된 점은 월터 힐이 제작자였다는 것, 그리고 시고니 위버는 본명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시고니 위버의 부친 실베스터 위버가 NBC의 이사로 <투나잇 쇼>의 기획자라는 점. (★★★★★)

 

7. 유령작가 (2010)

왜 이 DVD를 구입했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추천이었던 것 같다.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동성범죄자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 원작자 로버트 해리스는 로만 폴란스키와 함께 하는 영화 <폼페이>의 작업이 길어지자, 이 원고를 폴란스키에게 전했고, 스토리에 반해 바로 영화화에 착수했다고 한다. 퇴임 영국 수상 아담 랭의 회고록 대필작가가 익사 사고로 사망하고 새로 대필작가가 고용되는데, 새 작가는 자료조사를 하던 중, 사망한 전임자의 흔적을 우연히 발견해서 따라가던 중에 커다란 음모와 맞닥뜨린다는 내용. 자꾸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라인을 가진 잘 만든 정치 스릴러다. 끝의 번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감독이 좀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묻히기에는 아까운 오락영화다.

( ★★★☆)

 

8. 무사시의 전설 1 - 미야모토 무사시 (1954)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 원작을 영화화한 이나가키 히로시 3부작 중 첫 편. 미후네 토시로와 미쿠니 렌타로가 공동 주연. 세키가하라 패잔병에 특유의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좌충우돌하던 미야모토 마을의 타쿠앙 선사의 가르침을 받아 사무라이의 길을 걷게 된다는 내용. 연인 오츠우와의 다리 신이 인상적인데 이후의 대중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장면인 것 같다. 그것보다도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기시감이 들었던 이유는 망나니에서 한 사람의 사무라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슬램덩크>의 강백호 캐릭터와 너무나 닮아있었다는 점이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다음 작품이 미야모토 무사시를 주인공으로 한 <배가본드> 임을 볼 때, 이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무사시가 걷는 구도의 길을 농구판에 옮긴 것이 <슬램덩크>다. 두 작품 모두 로맨스는 중요하지 않으며 한 인간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컬러영화이기도 하지만 스토리구성과 편집이 50년대 영화 같지 않다. 달리 찬바라 영화의 걸작이 아닌 셈. (★★★★)

 

9. 디 오더 (2024)

1980년대 초반 라디오 호스트를 살해하고 은행강도, 화폐위조를 일삼던 극우 테러리스트 단체 '디 오더'를 다룬 영화. 니콜라스 홀트가 조직의 리더 밥 매튜스, 주드 로가 그를 쫓는 FBI 수사관 테리 허스크로 분했다. 미국의 극우단체를 다루지만 주연이 모두 영국 출신 배우인 점은 흥미롭다. 더 놀라운 것은 주드 로 주연이라고 명기하지 않았으면 영 몰라봤을 주드 로의 외모다. 꽃미남 시절을 지나 탈모가 오니 아예 머리를 그대로 두고 수염을 심어 성격파 배우가 되어버렸다. 뭔가 용두사미 같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주제라서 재미있게 본 영화. (★★★)

 

10. 무사시의 전설 2 - 이치조지 사의 결투 (1955)

이나가키 히로시 3부작 중 두번째. 무사로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무사시는 교토의 유명한 검술도장의 당주 요시오카 세이주로와 대결을 청한다. 그리고 요시오카의 제자들과 싸우던 무사시를 우연히 목격한 사사키 코지로는 무사시에게 흥미를 느낀다. 전작에 이어서 역시 50년대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이번 편에서 무사시의 고향 친구 마타하치 역을 맡았던 미쿠니 렌타로는 하차한다. 아마 주연급으로 발돋움하면서 다른 영화에 캐스팅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