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biographica

터키에서 먹은 것들 - 2

Baron Samdi 2016. 6. 25. 21:30

이 블로그는 소울/ 재즈 훵크/ AOR 등 음악을 다루면서 정말 대중음악의 역사에 길이 남을 공전절후의 걸작들을 소개해왔는데, 먹거리를 소개하자마자 방문자가 50~100배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아, 이것이 시장 규모의 차이인가? 정말로 겸손이 아니라 저는 맛집 찾아다니고 미식을 즐기기는 하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할 정도의 전문성은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 터키 여행 전문가들도 많고 여행 다녀오신 분들도 많아서 뻔한 얘기를 하는 것 아닌가 저어되는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나 방문자 수에 용기를 얻어 계속합니다. 지금 터키는 원래 물가상승률이 빡센 것인지, "꽃보다" 같은 방송으로 관광객이 몰려들자 이참에 조선 놈들 눈탱이나 쳐보자 붐이 일어난 것인지, 2014년 5월에 업데이트된 가이드북을 들고 갔으나 가이드북 대비 가격이 5~10리라씩 올라 있었습니다. 무슨 바이마르 공화국이냐? 각설하고.....


1) 코코레치 (양곱창 샌드위치)

양과 곱창이 아닌 양의 곱창으로 만든 샌드위치.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그랜드 바자르에서 이집션 바자르로 향하던 중, 현지인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맛집을 발견! 상호는 쥘퓌 우스타. 처음에 고등어 케밥 아저씨도 에민 우스타, 저번에 소개했던 술탄 아흐메트의 괴프테 맛집도 셀림 우스타에 이 집도 쥘퓌 우스타라고 쓰여 있다. 그래서 김이나 스미스 같이 터키에 흔한 성씨인가 아니면 가게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인가 했더니 우스타는 "명인, 장인" 이런 뜻으로 우리말에는 "원조" 뭐 이런 뜻이다. 어쨌든 줄을 섰는데 앞에 선 터키인이 등을 두들겨 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데,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는 못해도 "너 잘 왔다." 이런 뜻 같았다. 주인이 소리를 지르기에 눈치로 알아듣고 "작은 거 하나!" 하니 OK 사인을 보내며 하나를 둘둘 말아 건네는데, "이게 뭐요?" 해도 대답이 없다. 케밥 돌아가는 통에 고기가 아니고 곱창 같은 게 끼워져 있는 걸 보고 나서야 감을 잡았다. 맛은 정말로 대박! 고추 양념과 곱창의 조화가 제법 좋았다. 오히려 전에 먹은 음식의 느끼함이 사라질 정도. 곱창을 좋아하면 맛있게 먹을 만한 음식이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하니 한국 관광객들은 이스티클랄 쪽에 있는 삼피욘인가 하는 집을 많이 간다고 하는데 나는 우연찮게 현지인 맛집을 발견한 셈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갈치 골목을 우연찮게 찾아들어갔다고 해야 하나. 술탄 아흐메트 쪽에서 관람을 마치고 바자르로 넘어가는 관광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



2) 브루 커피웍스 

숙소가 시르케지역 주변이라 돌아다니다 레거시 오토만 호텔 1층에서 발견한 커피집. 케이프타운과 취리히를 거쳐 이스탄불에 3호점을 냈다고 한다. 아메리카노를 청했는데 양선생들 좋아하는 한강물 커피가 아니라 다방 커피만 한 잔에 담겨 나온다. 맛을 본 순간, 정말로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고 느꼈다. 이제껏 내가 먹은 것을 과연 커피라고 불러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 서울에 분점이 나면 정말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국내에 도입되면 직영이 아닌 대기업을 끼고, 원두는 배로 실어오며, 커피는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 탈취 기능으로 전환될 때쯤 뽑고, 전문 바리스타가 아닌 근본 없는 알바리스타가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이 뽑아주겠지. 우린 안될 거야 아마.


3) 미드예 돌마시 (홍합밥)

사실 우리가 접하는 홍합은 홍합이 아니고 지중해 담치라는 홍합 비슷한 조개류라고 한다. 듣기로는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상선 밑에 달라붙어 퍼졌다고 하는데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홍합밥이라고는 하지만 원조 지중해 담치를 먹은 셈이다. 맛은 생각하는 그 맛이다. 내가 터키에서 청수정 홍합밥을 먹다니. 그것도 레몬을 뿌려서..... 근 5일 만에 밥을 먹으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가격도 5개에 15리라 줬다. 비싸다.


4) 함시 에크멕

함시라고 터키인들이 많이 먹는 생선 같다. 대멸치나 정어리 같은데 갈라타 다리를 걸어서 지나노라면 이 함시를 낚고 있는 강태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함시가 앤초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요놈들을 바싹 튀겨서 매운 양파와 함께 빵에 끼워주면, 레몬과 소금, 후추를 뿌려 먹는다. 터키 가는 사람들이 케밥만 줄창 먹지 말고 이런 것도 먹어보면 좋겠다. 갈라타나 쿰카피보다 아시아 지구가 더 싸고 잘 찾아보면 잘하는 해산물 요리점도 꽤 있다. 단점은 영어가 안 통하고 영어 메뉴도 없다. 가게에 붙은 그림과 실물을 보고 손짓 발짓해서 먹어야 하는 고충이 있다.


5) 여러 해산물 요리

이스탄불은 바다를 끼고 있어 해산물 요리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쿰카피를 찾았다. 쿰카피는 아르메니안 거주 지구이며 폭탄 테러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9.11 이후 뉴욕 체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테러가 한 번 일어난 곳은 다른 곳보다 두세배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와 인접한 곳에 수산시장이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현지인은 노량진처럼 시장에서 생물을 사서 식당에 요리를 맡기는데, 관광객은 그저 인상 좋아 보이는 집으로 갈 수밖에. 그러나 이곳은 아시아 지구보다 무려 두 세배가 비싼 곳이었으니 (아니면 어리바리한 관광객이라고 바가지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요리 몇 개 시켜먹고 100리라 (5만 5천 원 정도)가 나왔다. 대하 버터구이와 그릴 구이, 칼라마리 튀김. 요리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으나 이 돈이면 아시아 지구에서 생선 몇 마리는 구워 먹고 튀겨먹고 찜 쪄먹을 가격이다. 너무 억울했다. 다만 예니카피에서 쿰카피로 이르는 해안가에는 구걸 아동들도 많고 짐승 시체에 쓰레기까지 굴러다녀 이제껏 보지 못한 이스탄불의 이면을 본 기억이 인상에 남았다.


6) 쿠루카흐웨시 메멧 에펜디 (이렇게 읽은 것 맞나?)

예니 자미에서 이집션 바자르로 들어가면 오른편에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커피 향기가 흘러나오고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이 구소련 빵 배급 줄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내 여행의 원칙은 현지인이 줄 선 곳은 무조건 서 본다이므로 한번 서봄. 커피 원두를 갈아서 파는 곳인데 알고 보니 100년 전통의 엄청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귀국 선물로도 많이 사 오는 것 같다. 어쨌든 물욕에 눈이 멀어 하나 사 왔는데 분쇄도가 너무 곱다. 오로지 투르크 카흐웨 (터키식 커피)만을 위한 곳이다. 여기서 큰 실수를 했는데 원두를 사면 터키식 커피포트 (체즈베)도 사야 한다. 이집션 바자르 외진 곳에 가면 5~7리라에 모시고 들 있는데 남대문 시장에서도 구할 수 있을 줄 알고 사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터키 수입 체즈베의 가격은 거의 현지 가격의 10배다. 울면서 사발면 포트나 뽑기 틀을 써야겠다. 혹시 체즈베 싸게 파는 데 있으면 알려 주세요.ㅠㅠ

(추가! 이태원 포린 푸드 마켓에 가면 인도산 체즈베 대용 밀크팬을 팝니다. 가격이 5000원이므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쿠루카흐웨시 메멧 에펜디 커피도 수입해서 팝니다.)

 


7) 치킨윙 (터키 이름은 모름)

예니 자미 뒤편에 세 가게가 협업하는 노천식당이 있다. 상호는 타체베였나 가장 오른쪽 집. 돌아다니다 지쳐 아무거나 먹자고 들어갔다가 아니, 이게 뭐지? 하고 맛있게 먹었다.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으나 밤늦게 이집션 바자르 쪽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면 한번 들를만하다. 닭들이 꼬치에 꿰어 돌고 있는데 껍질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 기본에 충실한 치킨 윙, 맥주가 막 들어간다. 먹고 있다 보면 현지인들이 들러서 종이봉투에 닭 한 마리씩 포장해간다. 인류의 보편성을 확인하는 순간이랄까, 저이들도 우리와 같구나.


8) 노점의 옥수수구이, 군밤.

겉은 타고 속은 차고, 가본 데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9) 하피즈 무스타파 1864

말 그대로 1864년에 생긴 디저트 카페, 컨펙셔네리. 이스탄불 곳곳에 분점이 있다. 들어가면 엿장수 가위로 로쿰을 한 조각씩 잘라주는 게 인상적이다. 터키식 팬케익인 쾨네페도 맛있고 라이스 푸딩도 좋았으나 서비스 수준이 거의 명동 함흥냉면이나 하동관이라 잠시 고국의 감상에 젖었다.  

- 끝 -

이제는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 터키 음악을 소개해보겠습니다!!



 

(201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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