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biographica 17

Voyage - Souvenirs (1978)

마지막으로는 프랑스 곡. Gazebo와 10CC와 달리, 곡은 유명해도 아티스트나 곡명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다. 8,9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 시그널로 활용되었다는 기억은 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오케스트레이션이 강조되고 조금은 유치한 프렌치/유로 디스코를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Voyage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알렉 콘스탄디노스, 세로네 같이 국내에서 별 인기가 없는 정말 뽕끼 어리고 대중적인 소위 '캬바레 사운드'를 사랑하는 마음의 근저에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중계방송, TV 화면조정 시간과 더불이 이 밴드가 있다. 79년 빌보드 댄스 싱글 차트 41위, 하지만 앨범이 1위를 기록했다.

"A"utobiographica 2021.03.11

10CC - I'm Not In Love (1975)

이탈리아 곡에 이어 영국 곡. 예전에 퇴직 앞둔 선배와 2차로 음악 들으면서 마시자고 LP바에 갔다. 나는 소위 한국의 'LP바'라는 곳은 "Sweet Caroline"과 "Hotel California"를 강제로 듣는 청각 지옥이라는 편견 때문에 평소에는 질색하는 곳이다. 어쨌든 음악보다는 대화가 중요하고 술은 선배가 사니까. 음악 많이 들으니 몇 곡 신청해보라고 했는데 그 허다한 음반 가운데 흑인은 별로 없었고 그나마 취향에 맞는 곡은 보즈 스캑스의 "Lowdown" 정도일 뿐. 술이 몇 순배 돌고 '이제 그만 탈출하고 싶다'는 찰나, 갑자기 10CC의 곡이 나오기에 '아, 이거는 제가 어렸을 적부터 너무너무 좋아하던 곡"이라고 하자, 선배가 "네가 이 곡을 어떻게 아느냐. 내가 대학시절 고고장에 가..

"A"utobiographica 2021.02.23

Gazebo - I Like Chopin (1983)

11개의 음반을 추려내고 다시 3곡을 뽑아 놓는다. 이 3곡은 내 음악 취향의 원형 archetype을 이루는 곡들. 유치원 혹은 그 이전부터도 알고 있던 아티스트들이니 아마 5살 언저리부터 좋아했던 곡들인 것 같다. 어릴 적, 시집가기 전에 함께 살던 이모가 팝송을 많이 틀어주기도 했고, 기지촌 출신이라 '미제'라면 환장을 했기 때문에 다른 언어로 불리는 노래들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가끔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꼽아보면 이 3곡과 유사한 진행이나 분위기가 느껴진다. 즐겨 듣지는 않더라도 오랫동안 좋아해 왔으며 지금까지도 내 취향을 규정하는 곡을 추려보았는데 공교롭게 미국 음악은 없다. 한 곡은 이탈리아, 한 곡은 영국, 또 다른 한 곡은 프랑스. 그 첫번째 곡은 Gazebo, "I Like Chop..

"A"utobiographica 2021.01.20

10개의 음반 그리고 3곡 -2.

6. Logg - Logg (1981) 블로그에서도 몇 번인가 존경의 염을 비쳤던 '부기의 신' 르로이 버지스의 프로젝트 앨범. 나를 한없는 열락으로 빠뜨리는 댄스의 향연. 래리 르밴을 필두로 뉴욕 언더그라운드 디스코 신과 샐소울에 한때 빠져서 관련 자료와 음반을 모으고 심지어 '파라다이스 거라지'까지 찾아가기도 했는데 요즘은 시들해졌다. 그래도 카마이클, 애덤스, 버지스 커넥션(그렉 카마이클, 패트릭 애덤스, 르로이 버지스)의 음반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계획이다. 7. Janet Jackson - Control (1986)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고 매우 좋아했던 앨범. 남들은 서태지와 듀스, 솔리드로 흑인음악을 접했겠지만 내가 흑인음악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Janet Jackson, Bo..

"A"utobiographica 2020.10.07

10개의 음반 그리고 3곡

얼마 전에 도반 Huedsoul님으로부터 릴레이가 왔다. 음악 취향에 영향을 미친 10개의 음반을 뽑아 열흘 동안 올리라고 하는 #10days10albums 릴레이. 내 음악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궁금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웠지만 과연 10장을 추려낼 수 있을지 난감하기도 했다. 여차저차 앨범들을 뒤적이면서 눈에 띄는 대로 10장을 꼽았는데, Rick Astley, Miami Sound Machine, Petra, Poison, Bobby Brown, Skid Row, Winger, Soundgarden, The Smiths 등등, 한때는 좋아했지만 현재는 듣지 않는 음반들은 제외했었다. (Bobbi Humphrey나 EW&F처럼 정신이 없어 빼놓은 음반도 있고.) 음반 재킷을 올..

"A"utobiographica 2020.10.06

온라인 벙개

그러고보니 블로그를 연지 꽤 오래 되었네요. 티스토리로는 작년에 왔지만, 이글루스까지 도합 12년의 세월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에 훵크 음악을 소개하는 블로그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둘러보니 훵크를 듣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양질의 음악을 소개하는 블로그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아무래도 힙합의 영향이기는 하겠지만 나름 오랜동안 소울, 훵크를 들어온 사람으로서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다만 블로그를 하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너무 소통이 없어 외롭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연 이 블로그에 누가 들를까, 이런 것 올리면 누가 들어주겠나, 하는 자괴감도 들고, 그냥 블로그를 닫고 나 혼자 즐기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뭐랄까,..

"A"utobiographica 2017.05.31

음악문답

자기 소개는 쑥스럽고 인터넷에서 퍼와서 재미로 해보는 문답. 음악문답 1. 음악이 내 일상생활에 차지하는 비율 거의 종교이자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 특히 회사 업무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반을 충동 구매하는 편이다. 2. 당신의 mp3엔 몇곡 정도가 들어있는지 플레이어에는 아무 곡도 없다. EBS 일본어회화 뿐. 회사에서는 유튜브나 하드에 저장된 MP3로, 집에서는 음반으로 듣는 편. 3. 요즘 자주 듣는 음악 3곡 앞으로도 자주 달라지겠지만, - Merchant - Instant Funk : 벨몬트 고아원 출신의 칼립소 아티스트. 구수하고 정감있는 곡. - Gary Taylor - My Blackness : 게리 테일러의 보컬이 매력적인 비교적 근래에 나온 곡. - Direct Drive ..

"A"utobiographica 2016.08.02

터키에서 먹은 것들 - 2

이 블로그는 소울/ 재즈 훵크/ AOR 등 음악을 다루면서 정말 대중음악의 역사에 길이 남을 공전절후의 걸작들을 소개해왔는데, 먹거리를 소개하자마자 방문자가 50~100배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아, 이것이 시장 규모의 차이인가? 정말로 겸손이 아니라 저는 맛집 찾아다니고 미식을 즐기기는 하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할 정도의 전문성은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 터키 여행 전문가들도 많고 여행 다녀오신 분들도 많아서 뻔한 얘기를 하는 것 아닌가 저어되는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나 방문자 수에 용기를 얻어 계속합니다. 지금 터키는 원래 물가상승률이 빡센 것인지, "꽃보다" 같은 방송으로 관광객이 몰려들자 이참에 조선 놈들 눈탱이나 쳐보자 붐이 일어난 것인지, 2014..

"A"utobiographica 2016.06.25

터키에서 먹은 것들 - 1

이번 터키, 특히 이스탄불에서 먹은 것들을 이웃 Sagers님의 형식을 빌어 간단하게 리뷰합니다. 원래 먹거리/ 미식 분야는 전문이 아닌데, 뭐 아야 소피아의 위용이나 메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침공 같은 얘기 해봤자 제가 기억도 잘 못하겠고 가장 본능에 충실한 먹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제가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맛집 블로거도 아닙니다만 일반 관광객의 입장에서 간단한 평가만 곁들이려 합니다. (0) 터키항공 기내식. 먹거리가 아니므로 번외로. 국제선에서는 터키식 닭요리, 터키 국내선에서는 샌드위치. 열악한 기내식 (특히 중국 국내선)을 겪어봐서 그런지 국적기 항공사의 한식 기내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훌륭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화장실에는 터키 특산 향수인 레몬 콜론야가 비치되어 있고 어메니..

"A"utobiographica 2016.06.25

두 개의 베이징

3박 4일간 베이징 여행의 기록 베이징은 두 개의 도시다. 부자들의 도시와 빈자들의 도시. 베이징에서 연수를 받은 동생의 말로는 지쉐이탄에서 학생들 시중을 드는 사환은 첸먼조차 가본 일이 없다고 한다. 베이징의 이태원이라고 불리는 산리툰의 마천루 밑에서는 말도 안되는 물건으로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노숙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모택동 시절의 강력한 대중동원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인간의 소외'같은 철학적 용어를 차치하더라도, 모든 유휴인력이 생산성 향상에 동원되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나는 천안문에 걸린 모택동의 사진을 보고 "양두구육(양의 머리를 걸어두고 개고기를 판다)"이라는 중국의 고사를 떠올렸다. 모택..

"A"utobiographica 201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