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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영화 목록 - 7

31. 오 꿈의 나라 (1989)특유의 방화 느낌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세련된 영화였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영화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냐, 그런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용산 미군부대 근처에서 자라난 나에게는 어릴 적 봐왔던 풍경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서 좋았다. 광주항쟁에 시민군으로 참여했다 동두천 보산동으로 도망나온 전남대생 종수, 그리고 보산동에서 미군물품을 암시장에 빼돌려 생계를 이어가는 종수의 고향 형 태호, 종수가 야학에서 가르쳤던 구두닦이 구칠, 이 세 인물은 당시 한국인들이 지니고 있던 세계관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종수는 마치 에서 제템브리니와 나프타 사이의 한스 카스토르프를 연상시킨다. 전형적이라고 해서 평면적으로 유형화된 인물이 아니라, 인물 개개인이 스스로의 역설과 모순을 포함하고..

"C"inematheca 2024.12.13

Cool Runners - Play The Game (1982)

브릿 훵크 컴필레이션에 빠지지 않는 쿨 러너스의 82년 대표곡. 부제는 'So You Think It's Funny'. 이 곡을 한동안 잊고 있다가 떠올리게 된 계기는 이번 나일 로저스 내한 때 공연장에 입장하자마자 이 곡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설마 이 곡에 나일 로저스도 참여했었나?' (워낙 그 수가 많으므로) 자료를 검색해 보니 나일 로저스의 흔적은 없다. 그저 관객들 신나라고 틀어준 것.  Chris Rodel, Nat King Cool, Paul Tattersal의 3인조로 프리스타일 레코드와 계약해 첫 싱글 'Checking Out'을 발표한 뒤, 후속 싱글인 'Play The Game'으로 영국 차트 60위권에 진입했다. 당시 유명 디제이였던 그레그 에드워즈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많이 밀어..

"D"iscotheca 2024.12.09

2024년 영화 목록 - 6

26. 롱 레그스 (2024)충실한 미장센에 비해 부실한 스토리. 감독이 앤서니 퍼킨스의 아들이라는데 영화계 금수저의 취미생활 같다. 이 영화와 유사한 영화를 꼽으라면 2시간 짜리 오메가 시계 광고라고 할 수 있는 조지 클루니 주연의 . 1970년대에 나왔다면 컬트 호러로 극찬 받았겠지만, 지금 시대에 와서 이 정도를 보여줄 수 있는 감독들은 많다. 감독이 오컬트 고전들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한껏 멋부리기만 한 영화. (★☆) 27. 맨츄리안 캔디데이트 (1962)62년 영화라 그런지 정치스릴러임에도 매우 지루하다. 그나마 존 프랑켄하이머 특유의 개성적인 연출이 위안이다. 후대의 , 에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62년에 제작한 뒤, 주연 프랭크 시나트라가 모든 판권을..

"C"inematheca 2024.11.25

Andrzej Zaucha - Nie takie mnie kochały (1987)

※ 폴란드어를 잘 몰라서 독음에 주의 요망!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폴란드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가수인 Andrzej Zaucha의 87년도 발표곡. 정규 앨범에 수록되지 않고 사후에 앤솔로지 등에 수록된 것으로 보아 미발표곡 같다. "녜 타키에 음녜 코하위"라고 읽는 것 같은데, 뜻은 "그들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어." 쓸쓸한 분위기의 무드 팝으로 내뱉는 듯한 폴란드어가 짙은 호소력을 보인다.  식자공으로 출발해서 가수로서 성공을 이룬 특이한 경력으로 재즈와 서구 팝을 가미한 세련된 사운드로 냉전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당시 폴란드는 지리적 여건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국과 같은 서방국가 음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었고 실제로도 서방 진출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유명한 뮤지션이 Basia. ..

"D"iscotheca 2024.11.19

2024년 영화 목록 - 5

21. 레블 리지 (2024)넷플릭스 독점 영화. 백인 경찰에게 사촌의 보석금을 뺏긴 흑인 해병대 무술 교관의 복수극. 흑인 리처 같은 느낌이라 별 생각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오락 영화. 한때의 섹스 심벌 돈 존슨이 노회하고 부패한 경찰서장으로 나와 세월의 흐름을 상기시킨다. (★★★) 22. 암스테르담 (1988)네덜란드 범죄 스릴러. B급 영화로 보여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의외로 괜찮다. 적당한 클리셰로 눈속임한 뒤에 나타나는 예측 불허의 구간이 여러 곳 있다. 보트 체이싱 신도 좋다. 네덜란드판 같은 느낌인데, 이 영화에서는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신출귀몰하는 다이버 연쇄살인마가 나온다. 물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을 살해한다는 설정은 근래 의 암스테르담 미션을 연상케 한다. (★★☆) 23. 하..

"C"inematheca 2024.11.13

Kinky Foxx - So Different (1983)

올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제일 많이 꺼내 들은 곡. Kinky Foxx는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훵크 밴드로 오래된 훵크 팬이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하지만 Johnny Kemp가 있던 밴드라고 하면 생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자니 켐프는 90년대 지미 잼 앤드 테리 루이스의 도움으로 "Just Got Paid"라는 뉴잭 스윙 원 히트 원더를 남긴 바하마 출신의 가수다. 뉴잭 스윙 관련 컴필레이션에서는 빠지지 않는 이 바닥의 나름 명곡인데, 나는 별 볼 일 없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프린스보다는 94 이스트가, 베이비페이스보다는 맨차일드가, 자니 켐프보다는 킹키 폭스가 더 낫다. 제도권에 안착해 남들 다 아는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무명에서 발돋움하려는, 그 넘치는 에너지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곡..

"D"iscotheca 2024.10.10

2024년 영화 목록 - 4

21. 뉴잭 시티 (1990)리들리 스콧의 가 이 영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연기한 니노 브라운은 굉장히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인데 비해 마리오 밴 피블스의 연출은 좀 유치하다. 이 영화도 의 오마주가 엿보인다. 갱 멤버로 나오는 크리스토퍼 윌리엄스, 얼치기 목사로 나오는 닉 애쉬포드, 웨딩 싱어로 나오는 키스 스웨트와 같은 화려한 뮤지션들이 볼거리인데 마약 퇴치가 주제이니만큼, 좋은 목적으로 출연한 것 같다. (★★★)     22. 스노든 (2017)에드워드 스노든이 CIA에 들어갔다 폭로를 결심하게 된 계기, 폭로 이후의 러시아 망명을 다루고 있다. 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감독 본인이 관심있는 사안에 대해서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을 우리 업계 용어로 '논문 쓴다'고 ..

"C"inematheca 2024.09.21

CBS Jazz All-Stars - Be Cool (1978)

Scritti Politti의 곡과 더불어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들은 곡을 꼽으라면 "Be Cool"을 들 수 있다. 1977년과 78년에 이라는 이름으로 두 장의 앨범이 발표되었다. 내가 만든 말이지만 재즈 앨범에 "Summit"이 들어가면 다 명반인 것 같다. CBS Jazz All-Stars는 임의로 붙인 이름이고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다. 그러나 멤버 구성을 모면 70년대 후반 컬럼비아 레코드사가 자랑하는 소속 재즈 뮤지션 중 가장 기량과 명성이 탁월한 사람들만 모여있다. 1977년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공연을 녹음해서 두 장의 앨범으로 발표한 것인데, 가히 재즈계의 "We Are The World"라고 할 정도로 쟁쟁한 인물들이 가득하다. 메이너드 퍼거슨, 휴버트 로스, 밥 제..

"D"iscotheca 2024.09.10

Scritti Politti - A World Come Back To Life (1988)

영국 소피스티-팝의 결정체, 그리고 2023년 하반기부터 24년 상반기까지 제일 많이 들은 곡. 스크리티 폴리티는 국내와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포스트 펑크/ 뉴 웨이브 밴드다. 뿐만 아니라  1977년 영국 리즈 예술학교 출신 공산주의자들이 만든 밴드로서, 리더인 Green Gartside는 15살 때, 정치적 신념으로 기독교 세례명을 버리고 '그린'으로 개명한 사람이다.  키보드에 Matthew Kay, 드럼에 Tom Morley, 베이스에 Nial Jinks라는 원년 멤버로 출발해, 1집 발표 후 팀을 해체하면서 뉴욕 출신의 키보디스트 David Gamson과 드러머 Fred Maher를 영입한다. 그 외에 거쳐간 멤버 중 유명한 뮤지션으로는 마커스 밀러와 폴 잭슨 주니어가 있다. 이런 멤버들과 한때..

"D"iscotheca 2024.08.20

2024년 영화 목록 - 3

11.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 (2016)무난하게 연출된 웰 메이드 스릴러인데, 감독이 구로자와 기요시라면 좀 더 나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에서 보여주었던 독특함은 없어지고 TV 드라마처럼 짜인 연출이 보기에는 편하지만 밋밋한 여운이 남는다. 노년으로 갈수록 자신의 세계를 좀 더 고집스레 제시해도 좋았을 텐데. 감독의 이름값은 못한 영화 같다. (★★★) 12. 배틀 로얄 (2000)후카사쿠 킨지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영화. 홉스적 세계관과 싸이월드식 유치함이 뒤섞여서 일본의 입시 경쟁과 세대 갈등을 비판한다는 메시지 아래, 의미 없는 폭력만 나열하고 있다. 싸이월드에서 유행했던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감옥에 갇혀 어쩌고"하는 문구가 생각나는 영화. ..

"C"inematheca 2024.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