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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rence Hilton-Jacobs - Love And Understanding Is The Answer (1978)

Baron Samdi 2022. 4. 25. 17:44

블로그를 하다보면 지금 포스팅하는 아티스트와 그 아티스트를 좋아했던 시기 사이에는 큰 시차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누차 언급했지만 게으름 탓이 제일 크다. 로렌스 힐튼 제이콥스는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꽤나 좋아하던 배우 겸 가수인데 포스팅하는데 1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맞아, 내가 이 사람 좋아했었지."하고 문득 떠오르는 가수. 드물게 SNS에서 본인들의 성장기와 진로 선택에 내 블로그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메시지들을 남기는 분들이 계시다. 이 블로그를 처음 알았을 때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음악계 종사자라고, 혹은 비슷한 음악을 듣고 산다고. 한편으로는 황송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랜 기간 블로그를 관두지 않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뜻하지 않은 반가운 소식들도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로렌스 힐튼 제이콥스는 1953년 9월 4일 뉴욕 생으로 미국의 배우 겸 가수다. 배우로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TV 시리즈 <뿌리>, <레니게이드> 영화로는 단역으로 출연한 찰슨 브론슨 주연의 <데스 위시> 정도만 유명할 뿐, 이름 있는 영화의 어느 배역이라고 콕 집어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는 없는 배우다. 설상가상으로 가수로서도 별로 유명하지 않은데, 그게 문제다. 이 사람은 좀 더 널리 알려졌어야 했다. 많은 소울 팬들이 입을 모아 이 사람이 발표한 2장의 앨범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amont Dozier, Dexter Wansel 같은 엄청난 이름이 보이는 78년 셀프 타이틀 앨범은 내 오랜 청취 이력에서 꼽을만한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소울 보컬로 치면 힐튼 제이콥스보다 뛰어난 가수들이 훨씬 많겠지만 모든 곡이 수준급이라고 평가할만한 음반은 많지 않고 퀄리티에 비해 이토록 알려지지 않은 음반도 드물다. "Love and understanding is the answer"는 뮤지컬 주제가 같은 드라마틱한 구성이 인상적인데, 힐튼 제이콥스를 처음 알게 된 곡은 "Larry's theme"이지만 이 음반을 구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곡이다. 2009년에 힐튼 제이콥스가 프로듀스한 Halo의 곡은 소개한 적이 있는데 (Halo - Let me do it (1979) (tistory.com)) 힐튼 제이콥스만큼은 나중에 잘 올려봐야지 하고 아껴두다 그대로 잊어버렸다. 수많은 곡을 들어왔지만 지금은 내가 무슨 곡을 좋아하는지도 도통 모르겠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때 즐기던 곡들을 열심히 기록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