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나이트 크롤러 (2015)
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며, 현장 영상을 녹화해 방송국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랜서 카메라맨, 스트링어를 주제로 한 영화. 로버트 엘스윗이 촬영한 L.A 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스토리는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제이크 질렌할이 맡은 주인공 루는 경마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재난 자본주의의 화신 같다는 생각. 경쟁자를 제거하고 명석한 두뇌와 협상력으로 사업을 키워나가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공감이 없으며, 사건 현장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조작하기까지 한다. 영화는 이런 잘못된 인물의 승승장구를 보여줌으로써, 자본과 결탁한 언론의 추악한 모습을 고발한다. (★★★☆)
57. 죽은 시인의 사회 (1990)
피터 위어가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것은 <행잉록에서의 소풍>을 통해 사립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청춘의 부유를 잘 그려내는 감독이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행잉록>보다는 못하다. 학창 시절에 봤으면 명작이라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보면 시대의 시련을 이겨내지 못한 영화 같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는 전교조가 결성되기 시작하고 부패하고 폭력적인 교사들에 맞서 '참 교육'이 교육 전반에 대두되는 시기였으므로 공감할 수 있는 여건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교권 침해가 문제가 되는 지금, 이 영화의 메시지는 어느 정도 적실성이 있을까? 게다가 학비 비싼 미 동부 사립학교의 도련님들이 겪는 정체성 위기는 빈부 격차가 더 격심해진 현재에 와서는 사람들에게 거부감만 줄 뿐이다. 부모가 강압적이건, 학교가 강압적이건 여기서 갈등을 겪는 소년들은 어차피 미국의 지배계급을 성장해 나갈 백인 남성들일 테니까. 게다가 키팅 선생의 교수법도 혁신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체계가 없어 보이고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마치 요즘 창궐하는 자본주의 구루나 근본 없이 가르치는 인문학계의 교수들 같은 모습이다. 저항은 있지만 저항의 목적은 없는 맹목적인 저항, 이제 와서는 아무리 아름다운 영상으로 꾸민다 한들 모두 낡은 가치들이 되어버렸다. (★★)
58. 부산행 (2016)
연상호 감독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실망했던 터라 기대가 없었다. <살아있다>의 설정에 흥미를 느껴 보려던 중, 리뷰에 '<살아있다>를 볼 거라면 차라리 <부산행>을 두 번 보라'는 글귀가 있어 호기심에 보게 되었다. <신칸센 대폭파>와 같은 열차 스릴러에 좀비물을 잘 녹여내서 2시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지루함이 전혀 없었다.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마력의 영화. 혹자는 한국 스타일의 신파라고 하는데, 신파의 의미를 잘 못 파악한 것 같다. 가족의 상실 앞에서 예상 가능한 반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신파와는 거리가 멀다. 신파라고 함은 관객이 몰입하지 못하는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이다. 올 해 본 영화 중 서스펜스와 스릴 면에서는 최고라고 할 만하다. (★★★★)
59. 살아있다 (2020)
어느날 일어나 보니 온 아파트가 좀비로 점령되어 있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좋은 시나리오를 시간 때우기 식, 개연성은 엿 바꿔 먹은 듯한 연출로 잘 살려내지 못한 것 같다. 중간 구간 몇몇은 빨리 감기로 보아도 무방하다. <나는 전설이다>의 계승작이면서 <캐스트 어웨이>처럼 자연상태에 놓인 개인이라는 서구인들이 사족을 못 쓸 설정을 해놓고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좋은 감독을 만나 시나리오를 조금만 더 손을 봤더라면 기가 막힌 좀비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 (★★)
60.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2025)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된 대륙간 전략 탄도탄에 대한 미국 정부와 군부의 대응을 다각적으로 묘사한 영화.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현장감 있는 연출과 불만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당하지는 않은, 적절한 엔딩까지 볼만한 영화였다. 가상의 거대한 위협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가 잘 그려져 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잘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