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맥랠런. <마르크스의 세계>. 책세상
88년에 나온 절판본으로 헌책 커뮤니티나 헌책방 사이트를 통해서 구할 수 있는 책이다. 맑스나 맑스주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책"이었던가 지식 검색이었던가에서 여러가지 입문서를 찾아보았는데 대부분 좋은 책으로 꼽는 책이 바로 뒤프레의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적 기초>, 오이저만의 <맑스주의철학성립사>. 만델의 <마르크스 경제사상의 흐름> 그리고 바로 이 책이었다.
원래 저자인 영국 켄트 대학의 맥랠런 교수는 옥스포드 판 <자본론 요약판 Capital ; A new abridgement>의 편집자이자 BBC에서 제작되었던 <Karl Marx : The Legacy>라는 두 편짜리 다큐멘터리의 자문을 맡았던 사람이다. 다큐가 호평을 받자 책으로 출간할 결심을 하고 자료를 모았던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맑스가 살았던 시기부터 책이 쓰여진 안드로포프 시기의 소련까지 풍부한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오이저만이나 뒤프레의 책처럼 어려운 학문적인 논의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 맑스에 관련된 일화들이나 역사적 사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박한 통찰을 통해 쉽게 접근하고 있다. 또한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문제도 비교적 균형잡힌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스탈린과 트로츠키를 다룬 부분에서 트로츠키주의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테지만)
맑스가 제기한 문제들이 가장 시급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일반 서민, 노동자, 학생들이 맑스에 대해 무지하거나 심지어는 적대적이라는 사실은 내가 맑스에 대해 점차 알게 되면서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이 책이 그러한 고민을 해소하는 데 너무 좋은 책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책이 나온지 오래되고 번역이 완전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나중에라도 다시 번역해서 내볼 생각이다. 내 영어실력이 자평하기에, 그리 뛰어나지 않아서 그렇지 훌륭한 감수자들이 예비되어 있는 마당에, 그리고 아직 쇠털같이 살아갈 날이 많은 데 주저할 이유가 무엇이랴.
나는 앞으로 맑스주의자를 자처하는 일은 없을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스가 내게 중요한 이유는 살아가면서 내가 기댈 수 있는 몇 가지 체계들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개방적이면서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원칙이 필요하다. 마치 거울과 같이 그에 빗대어 나의 사고와 행동을 수정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원칙이 필요하다. 그런 원칙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망가져도 이내 자기 합리화라는 구원자의 손을 너무 쉽게 잡아버린다. 어제의 투사가 오늘의 망나니가 되는 일은 그래서 더욱 쉬워진다.
(20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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