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theca

Harold Melvin & The Blue Notes - Wake Up Everybody (1975)

Baron Samdi 2016. 6. 30. 14:59

오바마 재선으로 떠오른 해롤드 멜빈 앤드 더 블루노츠의 명곡. 70년대 소울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 아래의 글에는 저의 사적인 생각이 많이 개입되어 있으므로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은 음악만 즐기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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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 오바마하면 항상 해롤드 멜빈 앤드 더 블루노츠의 이 노래가 떠오른다. 이 곡은 아들 부시의 MB스러움에 질려버린 미국 유권자들이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던 시기에 오바마 선거 캠페인에 쓰이면서 오바마 송으로 불리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존 레전드의 노래로 알고 있겠지만, 필라델피아 인터내셔널의 허프 & 갬블 듀오의 걸작으로 흑인 민권의식을 고취시키는 감동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일품이다. 다만 이렇게 위대한 걸작을 굳이 "검은 노무현" 오바마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쓰는 것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흑인이 그것도 가난한 케냐 유학생의 아들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 많은 흑인들의 바람처럼 미국 사회가 달라졌을까? 지난 4년 간의 행적을 보면 몇몇 선각자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불행히도 정치적으로 순진한 나의 예상보다도 미국의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지주형 선생의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을 보면 충격적인 얘기가 나오는데, 월가의 금융자본은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할 수 있는지, 뉴욕의 호텔에 모여서 품평회를 연다고 한다. 선거에서 선거자금이 큰 역할을 하게 되는 미국 대선의 특성상, 이 품평회의 결과가 선거 자금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는 명약관화하다. 당연히 오바마는 래퍼 KRS-One이 표현한대로 열심히 일하는 버거킹 매니저답게 미국 국민이라는 소비자를 외면하고 월가의 금융자본이라는 버거킹 점주들을 위해 일했다. 군수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혈세를 퍼부었고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각종 정부 지출을 삭감하면서 신자유주의 교리의 충견으로써, 페리클레스의 웅변을 지닌 샤일록의 하수인으로써 안해도 될 일까지 열심히 일했다. 가장 개탄할 일은 그나마 흑인들에게 힙합과 농구 외의 신분 상승의 통로이자 매우 중요한 국가 서비스였던 미국의 공교육이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오바마가 한국을 보고 배우라며 치켜든 손가락 끝을 보면, 거기에는 공교육이 아닌 복마전의 대치동 사교육 시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 한국의 스파르타식 학원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국가가 손을 점점 떼고 그 자리를 자본이 대신한다. 미국 부자나 중산 시민들은 튜터를 붙이고, 안되면 한국식 학원에 보내면 되지만 돈없는 흑인들은 데이빗 샤펠의 말처럼 일찌감치 힙합 라임을 짜거나 죽도록 마이클 조던의 턴어라운드 페이드어웨이슛을 연습해야 한다.

오바마와 미국 문화계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 하나가 있다. 경북대학교 김광기 교수의 말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자격과 직무 경력에 상관없이 선거 자금 유치능력에 따라 각국의 대사를 파견했는데, 흑인여성으로서 최초로 대사급 외교관으로 임명된 바하마 대사 니콜 애번트가 일은 안 하고 로스 앤젤레스에서 흥청망청 놀다가 외교 업무가 마비되어 사임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니콜 애번트는 "흑인 음악의 대부"로 불리며 서섹스, 부다 레코드를 이끌던 클레어런스 애번트의 딸이다. (유명 뮤지션으로는 빌 위더스, 쿨 앤드 더 갱 등, 금번에 개봉된 <서칭 포 슈가맨>에도 출연한다. 물론 슈가맨 로드리게즈의 돈을 떼어먹은 것으로 의심되는 레코드사 관계자로...여기서 로드리게즈의 미국 판매량 6장 중 "내 딸이 하나 사고"에 나오는 사람이 바로 니콜 애번트다.) 흑인음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애번트 패밀리가 강력한 오바마의 후원 세력이 되었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들이 아마 흑인이 대통령이 되어 혜택을 본 한줌의 흑인들일 것이다.  

각설하고 내가 하고픈 얘기는 흑인이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바뀌는가 하는 것이다. 주변의 어르신들 말씀이 여성도 대통령이 될 때가 되었단다. 여성이 대통령이 될 때가 되었다. 나는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그 여성이 어떤 정책을 펼칠까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껓 중의 껓, 거네님 껓 팔천만 가섬에  피였네"를 열창하며 내가 본 2012년 최고의 소울풀한 비디오 클립을 만들어내신 모 교수님께 이번 대선은 여성의 유연함(육영수)과 남성의 리더십(박정희)을 고루 갖춘 양성구유적 지도자의 탄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만 나와 다수의 서민 대중에게는 마거릿 대처의 폭압적 신자유주의와 박정희의 유혈적 테일러리즘이 결합된 키마이라의 탄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그 전초전은 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쉽게 말해 공영방송의 붕괴가 될 것이고 레이건 시대의 백인 중산층 중심의 항공 관제사 노조가 패배하면서 기층 서민 대중까지 연쇄적으로 박살이 나듯이 이제 폭압과 기만의 트리클 다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트리클 다운은 이명박 경제정책의 모토로서 재벌을 키우면 그 이익이 서민들에게까지 흘러내려간다는 내용의 이론이다. 삼성이 법정스님도 아니고....)

사족. 이 곡의 리메이크로는 짐 클래스 히어로와 대릴 홀의 콜래보레이션도 환상적이다.

 

(20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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