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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modores - Nightshift (1985)

Baron Samdi 2016. 6. 30. 15:02

커모도어스 하면 생각나는 대사가 하나 있다. 영화 <언더커버 브라더스>에서 라이오넬 리치 얘기가 나오자, 주인공이 하는 말 "아니, 그 형님은 백인들의 세계로 날아가신지 오래 되었어" 커모도어스는 탁월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팝 팬들에게는 라이오넬 리치가 몸담았던 밴드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운좋게도 당시의 흑인 보컬밴드로는 메인 스트림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몇 안되는 밴드 중의 하나다. 나는 어렸을 때 커모도어스의 노래가 지루하다고 좋아하지 않았고, 커서는 너무 백인 팝 취향인 것 같아서 멀리 했다. 그런데 요즘 자주 생각나고 흥얼거리는 곡 중의 하나가 역설적이게도 커모도어스의 가장 지루한 곡 중의 하나인 "Nightshift"(야간 근무자)다. 특히 이 곡은 라이오넬 리치가 솔로로 독립해 대성공을 거뒀어도 여전히 밴드가 건재함을 알린 곡이기도 하다. 희망적이고 따스한 노랫말과 감미로운 사운드가 좋은 일자리는 갖지 못했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무해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곡은 85년 미국 차트 3위에 올랐으며, 애석하게도 이 곡의 성공 이후 커모도어스는 예전과 같은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가사 중에서도 "You are not alone on the nightshift......Gonna be a long night, It's gonna be alright on the nightshift"라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나는 파업이 끝나고 대기 발령과 신천 교육대를 거쳐 본래의 PD업무와는 상관없는 송출 부서의 철야 전담조로 배치되었다. 이쯤 되면 왜 이 곡에 대해 갑작스레 애정을 표시하는지 아는 분은 알 것이다. 원래 몸담았던 부서인 시사교양국은 공중분해되었고 존경하는 선배들은 해고되었고 일부는 여전히 신천에 격리수용 중이다. 다시 선후배들과 어울려 프로그램을 만드려면 어마어마하게 긴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 운영을 전혀 희망적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대언론 정책은 MB 정권보다 심하면 심했지 더 나을 것은 없으리라 본다. 그녀가 말하는 국민대통합은 심해진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의 양극화를 보듬겠다는 의지 표명이기는커녕 그들이 국민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시키지 않는 사람들(특히 노동자들, 언론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을 압살하는 전체주의적 슬로건으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 또한 박근혜 당선인이 김재철을 퇴진시키겠다는 약속 또한 믿지 않는다. 물론 그녀는 선거 구호대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겠지만 불행히도 자기 입으로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당분간 나에게 새까만 밤처럼 암울한 앞날이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 밖에는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밤에 깨어있는 야간 근무자처럼 카메라를 빼앗기면 펜으로, 펜을 빼앗기면 손으로라도 쓰면서 이 밤을 견뎌낼 것이다. 혼자가 아니기에 결코 밤은 길지 않을 것이다.  

(2013/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