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에서의 첫 포스팅.
이전을 완료하자마자 포스팅을 하나 하려고 했지만, 예전에 번역해 둔 책의 재교 작업과 일이 겹쳐 버렸다. 그래도 이사 와서 첫 포스팅인지라 개인적으로 아끼는 곡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정말 "내 인생의 앤썸anthem"이라 할 만한, 정말로 좋아하는 노래를 올려보고 싶다.
그 노래는 바로 이탈리아 가수 Mike Francis의 84년 발표곡 "Survivor". 어째서 이 노래가 그리 마음을 끌었는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음악에 대한 실용적인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하거니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음이 변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 나를 팝 음악에 입문시킨 곡이 같은 이탈리아 출신인 Gazebo의 "I Like Chopin"이기도 했고, 유려하고 로맨틱한 키보드 튠이라든가, 얼핏 바로크 음악의 장중함이 느껴질 정도로 클래식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도 큰 것 같지만 일천한 지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처음 들었을 때는 서양 민속촌 음악 같은 전주가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매료될 수 밖에 없는 곡이다. 그리고 노래의 가사도 가슴에 와닿아서, 특히 지난 파업 이후, 선후배들이 해고와 징계를 겪을 때 시름을 많이 달래주기도 했다.
마이크 프랜시스는 61년 이탈리아 피렌체 태생으로 본명은 미켈레 프란체스코 푸치오니다. 이 "Survivor"는 그의 첫 앨범 <Let's Not Talk About It> 마지막에 수록된 곡인데, 이 앨범을 발표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23살이었다. 처음에는 곡을 듣고 놀랐고, 그 다음에는 이 곡을 작곡한 나이를 보고 놀랐었다. 그래서 농담삼아 마이크 프랜시스는 "단테와 마키아벨리 이후의 가장 위대한 피렌체인"이라고 했을 정도다. 물론 그 이후에도 명곡들을 많이 만들어냈지만 영미권 팝에만 익숙한 국내 팬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아쉽다. 그의 베스트 앨범 정도가 소량으로 국내에서 판매되었을 뿐이다. 재주가 많은 사람이 명이 박하다는 말이 있듯이, 2009년 폐암으로 사망했는데 아마 더 오래 생존해 있었다면 더욱 재능을 펼쳐보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보통 이탈리아 가수들이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탈리아 시장을 넘어서 미국에 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시장이 나름 크기 때문일 것이다. 역으로 지노 배닐리처럼 캐나다 출신이되,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고 이탈리아어로 곡을 취입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많은 이탈리아 뮤지션들이 미국 진출의 교두보로 영국을 이용하기도 하고, 아까도 언급했듯이 이탈리아계 미국인 시장을 위해 영어 가사로 된 곡을 많이 발표한다. 하지만 마이크 프랜시스가 영어 이름을 짓고,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부른 이유는 앞에서 열거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가 로마 소재의 미국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으며, 자라면서 팝송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럽은 물론 미국 시장 진출도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수월했을지 몰라도, 워낙 미국 시장이 넓고 자국 뮤지션들의 수도 많고 경쟁이 치열해서인지 가진 능력에 비해 인정은 많이 못 받은 것 같다.
Mike Francis - Survivor (Azzurro '84) 작성자 mirkoasoi
비디오에 나오는 피아노는 언제나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영창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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