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브룩스는 본명이 Melvin James Kaminsky인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언으로 <세계대전 Z>의 작가 맥스 브룩스의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1926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97세, 70년의 업계 경력을 보유하면서 백수를 눈앞에 두도록 장수하는, 우리로 치면 '송해'급의 원로라 할 수 있다. 랩뮤직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할 무렵, 코미디언, 목사 등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부업처럼 해괴한 싱글들을 많이 발표했었다. 이 곡도 그 부류에 낄 텐데 멜 브룩스가 랩뮤직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발표한 곡이라기보다는 영화 홍보 목적으로 만든 패러디 클립에 일종의 유희로서 랩을 차용한 것 같다. 우리로 치면 개그맨 최영준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발표한 것 같이.
이 곡 "To be or not to be"는 멜 브룩스가 제작과 주연을 맡아 동명의 42년 영화를 리메이크한 1983년 영화 <사느냐 죽느냐>의 사운드트랙 수록곡이다. 유대인인 멜 브룩스가 이를 갈며 찍었다는 이 영화에는 브룩스의 아내이자 <졸업>의 로빈슨 부인 역할로 유명한 배우 앤 밴크로프트도 함께 주연을 맡았다. 멜 브룩스가 전작 <History Of The World>에서는 프랑스 왕 루이 16세로 분해 귀부인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It's Good To Be The King"을 외쳤다면, 이 영화에서는 히틀러가 되어, 나치의 멍청함을 조롱한다. 그리고 "It's good to be the king"에서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썼듯이, 오프닝에서 독일 국가인 "독일의 노래"를 사용하고 있는 등, 두 곡은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작곡은 영국의 재즈 훵크 밴드 Band of gold, Olympic runners 출신으로 올리비아 뉴튼 존, 덱시스 미드나잇 러너즈 등과 작업한 Pete Wingfield. 옛날에는 웃기고 재미있어서 보게 되었지만, 어느 정도 역사를 알고 보니 나치즘을 멍청한 국수주의자들의 난동이나 가학/피학적 성애와 결부시켜 에로틱한 부분만 부각시키며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태도가 결국은 그 역사적 죄과마저 희석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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