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빈센트는 훵크에 대한 정의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데 이것이 그가 말한 바와 같이 정말 학문적인 수준에서 분석한 것인지는 읽는 분들께서 각자 평가해 주실 줄로 믿는다. 이 챕터만 읽어보더라도 저자가 미국의 흑인 운동의 지형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가를 알 수 있다. 대개 저자는 Black America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여기서는 매끄러운 변역을 위해 "미국 흑인 사회"라고 번역했지만 "흑인의 미국"은 분리주의자들의 모토로서 흑인들만의 공화국을 지칭한다. 그러나 경제적 자립도가 형편없는 수준에 처해 있는 대다수 흑인들이 야만적인 인종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리 독립한다고 상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면적만 넓어진 게토"라면 이는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그는 인종주의에 대해 분노를 아끼지 않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분노는 인종주의가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야만 혹은 인간성의 말살"이라는 점에서가 아니라 그저 인종주의적 폭력의 대상이 단순히 흑인이기에 그러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흑인 사회 내에 팽배한 아시아인 혐오나 반 유대주의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가.
게다가 이 글에서는 토니 모리슨의 인용에서 볼 수 있듯이 프로이트의 억압 가설과 반지성주의를 절묘하게 결합한 논의를 펴고 있는데, 풀어서 얘기하자면 배운다는 것은 순수성을 해치는 일이므로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과감히 백인들의 영역인 제도적 학문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가서는 이러한 논리를 부연하기 위해 자랑스럽게 데리다의 개념을 끌어대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데리다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많은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국에서도 흑인에 대한 연구가 아직은 미진한 듯 싶다. 어서 좋은 연구자들이 많이 나와야 할텐데....
다시 번역 얘기를 하자면 하루에 한 시간씩 투자해서 반 챕터에서 한 챕터 정도가 번역 가능한데 나태함으로 인해 진도가 나가지 않음을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변명같지만 뒤로 갈수록 생소한 음악 용어가 발목을 잡고 옮기기에 까다로운 문장이 눈에 띄면서 더욱 더디어지는 것 같다. 외람되지만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끝에 역주를 첨가하기로 했다. 대개 역주 중 음악과 관련된 항목은 <Hal Leonard Music Dictionary>와 <파퓰러 음악 용어 사전>의 도움을 얻었다. 이번 회에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고 질정을 부탁드린다.)
1. 폭탄 : 훵크 입문.
너한테 훵크가 있다면 수준이 좀 돼.
엉덩이를 흔들면서 무대 위로 나가네.
- 훵카델릭.1)
훵크란 무엇인가?
훵크는 화려하게 장식된 것이다. 훵크는 지저분한 분위기이자, 달콤하고 섹시한 감성이다. 훵크는 훵키함이다. 내면의 본질적인 것으로부터의 자연스러운 유출이다. 훵크는 지고하되 밑바닥으로 내려앉으며, 천박하고 세속적인 본질, 최고로 낮은 원소다. 훵크는 모든 것의 극단에 있다. 훵크는 뜨거우면서도 차갑다. 훵크는 원초적이면서 세련되었다. 훵크는 흘러나가며 흘러들어온다. 훵크는 곳곳에 있다. 훵크는 거부될 수 없는 흐름을 매개한다. 빌리지 보이스에 글을 기고하는 배리 월터스는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훵크의 의미를 짚어낸다. “ 훵크라고 불리는 것들을 말로 표현하기란, 오르가즘을 써내려가는 것과 같다. 훵크와 오르가즘 둘 다 감각만 남겨진 채 언어가 부질없어지는 순간에 나타나는 그 간극에서 나온다.”
훵크는 도무지 말로 표현하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훵크의 분위기가 어떠한 지 알 수 있다. “끝내주는” 훵크 연주가 무르익을 때, 그리고 당신이 추려던 춤마저 잊어먹고 멍하니 있을 때, 그리고 엉덩이를 쳐들고 정신없이 춤출 때, 나오는 혼을 빼놓는 감정이 바로 훵크다. 훵크는 또한 슈퍼스타가 룸으로 들어서거나 무대로 올라설 때, 그리고 모든 사람이 넋을 잃게 될 때 나타나는 요상한 감정이다. 훵크는 경기에서 당신을 엄습한다. 마지막의 던진 슛이 최상의 것이었을 때, 그럼에도 계속해서 당신을 몰아경의 과열 상태로 몰아갈 때, 당신이 데이트를 즐기다 더 진도를 나갈 시간이 되었을 때, 훵크는 당신의 전신으로 돌진해 들어온다. 과학자들이 아직까지는 훵크의 분비샘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훵크가 몸에서 나오는 다량의 배출물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훵크는 중대한 시기에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것이다. 훵크는 저항의 혼돈과 같이 제어될 수 없으며, 동시에 사랑의 행위가 무르익었을 때 연장전으로 접어드는 것과 같이 본능적인 우아함을 가진다. 훵크는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을 때, 당신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 말이다. “훵크를 하라” 조지 “훵켄슈타인 박사” 클린턴(사진 참조)은 말한다. 가장 잘 알려진 훵크 철학의 권위자(조지 클린턴)는 훵크를 가장 적나라한 본질로 환원reduce시킨다. “훵크는 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나 될 수 있는 동시에 그 자체이기도 하다.”
“훵키하게 보이는” 사람은 대개 화려하고 즐거우면서도 흐트러져 있으며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 유별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사람이다. 스타일 자체가 훵키하건 아니건 간에 “훵키해 보이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거의 대부분의 “훵키해 보이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창조적이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그 때, 훵키함은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며, 본능을 다스릴 줄 알고 모든 형태의 인간 조건을 찬미할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꿋꿋한 감각을 말한다. 훵키함은 하나의 생활 방식이다.
사람의 행동이나 태도에서 나타나는 훵키함은 자아도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현실 도피에 대한 저항성이다. 훵키함은 스타일을 넘어서면서도 스타일을 이루는 수단이 된다. 힙합바지, 코걸이와 힙합하는 사람들 특유의 꺼덕이는 걸음걸이는 하나의 패션에 지나지 않지만, 심오함과 자유분방함의 조합, 자기 스타일이 있음과 아직 자기 스타일이 없음의 병렬구조인데, 이러한 고유의 조화가 탈근대적 인간(혹은 탈근대적인 미국계 아프리카인)이며 이들은 훵키함을 자기의 독특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의도하는 훵키함이란 사려깊은 혼동을 겪는 자, 억압된 자, 특히 동화될 수 없는 미국 흑인들의 미학이며 본능에 대한 믿음으로 실행 가능하도록 되어있는 소울풀한 태도, 자기와 삶에 대한 기쁨의 미학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기의 흑인 대중음악은 새로운 긍정, 화려함, 소수 인종 미학의 확고한 기념비이며 1990년대 힙합 문화는 이러한 좀 덜 형식화된 삶의 기초로의 회귀하려는 태도를 확산시켰다.
왜 훵크에 대한 책인가?
훵크의 다양한 측면들은 “중간 항로”(아프리카 서안과 서인도 제도를 잇는 항로 : 노예무역에 사용되었음)가 열린 이후로 흑인 문화를 통해 널리 퍼진 아프리카의 가치 체계들과 관련이 있다. 훵크는 아프리카의 우주관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아프리카의 우주관이란 사람들이 자연의 리듬을 가지고 조화롭게 창조되었고 그런 자유로운 표현력은 정신의 건강과 영적 건강의 동등함에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아프리카의 철학과 리듬의 기원, 우주와의 영적인 단일성과 육체의 측면과 육욕으로부터 안식을 면밀히 들여다보았더라면 우리는 훵키함이 태고의 것이며 삶의 가치 있는 측면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현대적 감각에서의 훵크는 전통 서구 세계가 선호하는 형식주의, 허례허식 그리고 자기 억제에 대한 조밀한 반응이자 거부다.
전통 서구 사회에서 합리성, 시민성과 화려함은 그 자체로서 목적이 되며 그것들을 유지하는 것은 영혼과 육체의 자연스러운 충동에 대한 경시와 멸시다. 기술의 유입은 대부분의 서구인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한층 더한 추동력을 제공해 주었는데 이 또한 그들로 하여금 본능을 억제시키는 것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 The Bluest Eye>에 나오는 인물 중 하나는 꼿꼿한 백인과 만나게 된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들은 배웠다..... 행동거지들을, 검약과 인내와 높은 도덕성 그리고 좋은 매너를 세심하게 발전시켜 가며. 말하자면 훵키함을 없애는 법을. 열정의 가공할 훵키함, 본성의 훵키함, 인간 감정의 너른 폭의 훵키함을. 이 훵키함이 뿜어나오는 데마다 그들은 훵키함을 씻어 내버렸다. 훵키함이 정점에 달하는 곳에서 그들은 그것을 허물어버렸고 훵키함이 떨어지고 꽃피우고 배어드는 곳마다 그들은 찾아내어 숨통을 끊어놓을 때까지 싸웠다. 그들은 내내 벌어지는 이러한 전투를 무덤까지 끌고 갔다.
이러한 본성에 대한 배반은 또한 전 미국 역사에 걸쳐 흑인에 대한 강박적인 잔인함과 성적 폭력으로 나타났다. 수천 번에 걸친 공개적인 린치, 거세시키기, 채찍질, 화형과 KKK단의 테러는 인종적 분노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광란적인 유산을 만들어냈다. 물론 재즈, 카리브해의 카니발, 비밥과 훵크 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을 영구화시킨다. 하지만 현대 음악의 배경이 되면서도 사악한 인종주의와 대결하기 위한 공개 심판장이 곧 훵크다.
또한 훵크의 내적인 본성, 즉 그 생래적인 “추저분함”은 사람들을 훵키한 영혼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겉치레를 벗겨내고 꾸밈없는 자아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노출시킨다. 마치 1950년대의 로큰롤이 미국의 성해방을 이끌었듯이, 1990년대 미국의 섹슈얼리티를 나타내는 배경음악이 바로 훵크다. 미국에서 인간 조건을 확실하게 해주는 것 중에 훵크를 음악으로, 생활방식으로, 자아 발전의 철학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포함된다.
흑인 민중의 훵키한 면모는 궁극적으로 미국 주류 문화의 추동력이자, 미국 문화가 여타의 서구국가의 문화와 다른 점이다. 혹자는 흑인 민중의 훵키한 성질이 이 나라를 구원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 앨프리드 패스터와 아이보리 L. 톨스튼은 훵크를 이와 같이 적절하게 정의내린다.
이와 같이 우리는 미국 대중 문화의 뿌리와 줄기에 훵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겨드랑이 밑과 사타구니로부터 심미적인 향취, 사향섞인 향수냄새가 퍼져 나온다. 삶, 즐거움, 풍부함과 부활을 주는 감성적인 힘을 뿜어내면서. 그것은 우주의 가장 야성적인 힘이다.
(2016/7/20)
1) 훵카델릭은 팔리아먼트 또는 훵카델릭이라고 불리고 이 책에서는 팔리아먼트/훵카델릭으로 표기한다. 카사블랑카 레코드에서 활동할 때는 팔리아먼트라는 이름을 쓰고 워너 브라더스 레코드에서는 훵카델릭이라는 이름을 썼던 데에서 유래한다.
'"F"unkatol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Funk> 6 - 훵크의 부활 (0) | 2016.06.24 |
---|---|
<Funk> 5 - 제임스 브라운의 등장 (0) | 2016.06.24 |
<Funk> 3 - 지지자들 (0) | 2016.06.24 |
<Funk>를 번역하면서.... (0) | 2016.06.24 |
<Funk> 2 - 훵키했던 70년대 (0) | 2016.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