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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 리스트 - 1

Baron Samdi 2016. 6. 29. 10:52
영화 리스트는 어디까지나 지인과 블로그 방문객 추천용이면서, 개인적인 기록일 뿐입니다. 맹신은 금물이며 수준높은 논평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심각하게 황송합니다.


1. 인턴

젊은 여사장과 나이 든 인턴의 우정을 그린 영화. 관계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나이듦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나이듦에 대한 "계몽" 영화. 전통적인 방식의 계몽 영화로 삶의 바람직한 전형을 제시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이러이러하게 나이들어 '어르신'이 되어야지, 노인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고를 은연 중에 심어준다. 삶의 부정하고 비열한 측면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개인적인 영화 감상의 주를 이루는데, 가끔은 흡족한 삶을 바라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인생이 피폐하신 분들께 추천! 


2. 암살

어차피 8월 15일에 공중파에서 해마다 해줄 영화인데, 굳이 영화관에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오락 영화.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을 법한 <새벽의 7인>에서 엿보이는 비장미도 없고, 나치 치하 레지스탕스를 다룬 장 피에르 멜빌의 걸작 <그림자 군단>에 드러나는 번민이나 고뇌도 없다. 이런 분위기를 원한다면 <동주>를 봐야지. 타임킬링용으로는 잘 만든 영화다. 그저 쏘고 복수하는 권선징악 오락물. 광복절을 기다리세요! 


3.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진정한 액션 영화. 정말로 '액션'이 '영화'를 하드캐리한다. 집중력이 약해서 보통 영화를 끊어서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 없다. 강추!!!


4. 내부자들

싫어하는 배우인 이병헌이 나오지만 좋아하는 윤태호 작가 원작이기도 하여, 문득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러나 이병헌과 조승우 등의 연기는 정말로 명불허전이다. 이병헌은 싫으나 이병헌의 연기는 좋다니. (영화계의 미당 서정주?) 이 영화가 현실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할 수는 있으나, 한국의 정치 상황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축도이자, 알레고리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추!!!  


5. 더 비지트

나이트 샤말란은 드디어 "효도 호러"라는 진정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동양의 효 사상을 서구 호러물 문법에 이식한 정말로 새로운 영화.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빌려서 공포를 배가시키려고 했는데,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우스 호러 팬들만 시간이 남을 때 볼 만한 영화.


6. 판의 미로

그저그런 판타지 물이 아니라고 해서 봤는데, 매우 무거운 영화. 이 영화를 포스터만 보고 아동용 판타지물인줄 알고 본 사람이 많다고 한다. 마치 예전에 교육부에서 <소녀경>을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한 격이랄까.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치하에서 드러나는 역사적 참상을 소녀의 시선에서 그리되, 이를 온갖 신화들과 결합해 환상적으로 그려낸 영화. 영화에서 '마술적 리얼리즘'이 어떻게 구현되었는가는 이 영화를 볼 때,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판타지 팬이나 역사물을 좋아하는 영화 팬들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거나, 아니면 둘 모두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추천!


7. 일리언 (옥수수밭의 아이들)

스티븐 킹 원작. 예전 TV에서 해주는 오락영화가 생각난다. 실제로 TV에서 방영된 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티븐 킹은 아마도 셜리 잭슨의 단편 '제비 뽑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단편을 쓴 것 같다. 어느 고립된 마을에서 드러나는 종교적 광신, 그로 인한 공포 등등. 그러나 소설과 영화를 모두 봤을 때, 원작은 셜리 잭슨에 미치지 못하고, 영화는 비슷한 주제를 다룬 <위커 맨> (근자에 리메이크된 쌈마이 버전 말고)을 따를 수 없다. 오로지 나와 같은 80년대 영화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추천! 정말로 린다 해밀턴이 아름다웠던 때!


8. 샤이닝

이번에 제주 폭설 때, 호텔에 3박 4일 고립된 적이 있는데, 그 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지 영화와 원작을 모두 봤다. 존경하는 선배 중 한 분이(http://free2world.tistory.com/) 가 "영화를 먼저 보고난 뒤 원작 소설을 읽어라. 왜냐하면 원작의 깊은 맛이 축약되고 소거되어 영화가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99% 진실인데, <샤이닝>에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샤이닝>은 원작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나중에 봐야 한다. 스탠리 큐브릭은 평작 호러소설을 걸작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원작과 영화 모두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는데, 큐브릭은 '비미국인'(영국인) 답게 가부장제 비판을 아메리카니즘 혹은 미국지상주의 비판으로 확장시켜 놓았다. 특히 킹 독자들은 모두 느낄 법한 특유의 난삽함과 수다스러움을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핵심만 추려내어 영화를 완성시켰다는 점은 진정 큐브릭의 위대함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킹의 소설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킹은 앞에서 언급한 <일리언>에서도 보이듯이, 미국의 자연적, 인위적 조건으로부터 유래하는 고립감으로부터 공포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가족 혹은 지인들과의 연대로부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인 공동체주의자라고 할 만 하다. 하지만 그의 기법이 보여준 참신함은 7,80년대 이후로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 같다. 특히 2000년대 이후로 나오는 소설들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 그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킹을 읽는다는 것이 시대착오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욱 긍정적인 의미로서, 에드가 앨런 포우나 "영 굿맨 브라운"의 너새니얼 호손 같은 미국의 고전이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 어마어마한 공포와 스릴을 읽어내고 싶다면 <샤이닝>은 탁월한 선택이 아니다. 이런 분들께는 <드라큘라>의 훌륭한 변주인 <살렘스 롯>을 대신 추천하고 싶다. 이 소설은 정말로 아까 선배의 언급을 확증해준다. 토비 후퍼의 영화도 대단하지만 무조건 <살렘스 롯>은 소설을 나중에 읽어야 한다.
 

 

(2016/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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