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2일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 안에서 이상하게도 몇 년간 꺼내듣지 않았던 한 곡의 멜로디가 머리 속에서 무한 반복되는 듯 했다. 그 곡은 바로 일본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자 신바람 이박사와 <이박사 대 덴키 그루브 : 뽕짝 대백과>를 내기도 했던 바로 덴키 그루브의 요시노리 스나하라의 곡이었다.
이 곡이 실려있는 음반
이 앨범을 뒤져보면 과거 팬암 사의 신문, 잡지 광고 그리고 TV 커머셜의 스틸 컷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 팬암사의 광고 중 팬암의 미래에 대한 것인데, 팬암 사의 로고가 선명한 우주선과 같은 비행기가 미래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왜 나는 이 광고에 주목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더 이상 팬암 사의 미래를 볼 수 없기 때문이리라. 팬암의 미래는 말소된 미래, 마치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컴퓨터와 같은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을 살았던 사람들의 머리 속에만 살아있는, 어쩌면 한계가 있는 미래다.
현재 팬암은 적자운영으로 파산했고 현재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그 유명한 팬암 빌딩은 메트라이프에 넘어가 버렸다. (70년대였던가 팬암 빌딩의 헬기장에 가로에 추락한 사고도 있었고, 팬암을 떠올리면 유명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각종 저항단체들의 하이재킹이다.) 뉴욕에 있을 당시,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메트라이프 빌딩 앞에서 보자"는 말을 할 때마다 나는 팬암의 영화로웠던 과거, 그것도 그저 어렸을 때 TV나 외국 잡지에서 본 내가 머리 속에서 조립한 팬암의 대한 자의적인 과거를 떠올렸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입고 나온 팬암의 멋드러진 기장복을 봤을 때도 그러했고. 우리는 더 이상 팬암의 미래를 볼 수 없기에 외려 화려했던 팬암의 과거에 눈을 돌린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사라지는 것은 슬프나 바로 그 사라짐이 있기에 아름답다는 이상한 역설에 마주친다.
(일본 여행 다녀왔습니다. 그냥 한마디로 말해 일본에 대한 느낌은 그저 낯선 모국어와 같달까.....일본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저 소울 재즈 팬의 천국이라는 점입니다. JAL에서는 배리 화이트, 아이즐리 브라더스, 이드리스 무하마드, 자니 해먼드, 레이 바레토의 곡이 흘러나왔고, 무심결에 들린 초밥집에서는 시윈드의 노래가 들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보니스, 원니스 오브 주주, 리온 브라이언트 같이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음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 2만엔 정도 예산으로 구입했는데 차근차근 여기에 풀어놓을 생각입니다.
일본 여행에 대한 소회를 여기에 풀어놓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싸이에 <2006.... 일본> 포토 폴더를 만들고 싶지도 않고 이러저러한 얘기도 삼가렵니다. 아마 범죄자의 반대말은 여행객이 아닐까요? 범죄자는 자신의 부재를 증명하려고 애쓰고 여행객은 자신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쓰기 때문입니다. 저는 분명 일본에 매료되었고 그렇기에 그러한 마음을 싸구려 감상으로 포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200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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