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theca

Michael Baker - Don't You Want My Lovin' (1983)

Baron Samdi 2016. 7. 1. 12:38
한줄 단평 : 아이돌 꿀성대를 가진 어느 세션 드러머의 댄스 클래식.

블로그를 열면서부터 이 곡을 소개하려고 했는데 건망증 때문에 몇 년이 지난 이제서야 소개하게 되어 아쉽다. 아직도 이 곡을 소개한 국내 사이트가 없어서 늦게나마 올려본다. 그나저나 소울과 훵크 음악을 다루는 국내 블로그들이 많아져서 참 반갑다. 국내에서도 소울과 훵크 장르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다만 먼저 국내에 제대로 된 소울 잡지나 웹진이 생겼으면 좋겠고, 산개해 있는 팬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생겼으면 좋겠다. 참 이뤄지지 않는 오랜 숙원이다.  

각설하고 세션 뮤지션 혹은 인스트루멘털리스트 중에서도 기성의 보컬리스트와 견줄 법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좋은 목소리들이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는 힘들지만 언뜻 생각나는 곡으로 로니 로스의 "Every Generation"이 있을 것이고,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의 베이시스트였다, 아예 소울 보컬리스트를 겸업한 마이클 헨더슨을 들 수 있다. 여기 소개할 마이클 베이커의 경우는 기존의 소울/훵크 팬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원래 재즈/팝 세션 드러머로 활동했다. 지금 여기 소개할 "Don't you want my lovin'" 은 마이클 베이커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곡이라 할 수 있는데, 83년에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소규모 독립 레이블 패션 레코드에서 12인치 싱글로만 발매되었다. 이듬해에 이탈로 디스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풀타임 레코드에서도 발매되었는데 그 때문인지, 해외 팬들 중에서도 이 곡을 이탈로 디스코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짝 히트하고 사라진 곡을 설명하는 말로 "one hit wonder"라는 말이 있는데, 히트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이렇게 분류하기는 어렵고, 훗날 DJ들과 레어 그루브 팬들의 손에 발굴되어 각종 댄스 클래식이나 레어 그루브의 이름을 단 컴필레이션 앨범에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곡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마이클 베이커의 이력을 소개하자면, 캘리포니아 리치먼드 출생으로 7살의 나이로 드럼 스틱을 잡았다. 어릴 적에 일본에서 거주하다가 미네소타 주 덜루스로 이주해, MA Free Press라는 지역 록 밴드를 결성했고 1976년 첫 앨범인 <Once In A Million>을 발표했다. 노스 텍사스 주립대학에 합격한 뒤에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희한하게도 무용을 부전공으로 선택해 학업을 이어갔는데, 빌리 코뱀과 나라다 마이클 월든의 음악에 빠져 재즈 주법을 공부하게 되었다. 이 때 재즈 트럼페터 클락 테리가 유럽 투어를 함께 도는 조건으로 주급 250불에 채용해 투어를 돌았다. 마이클 베이커의 회상에 따르면 이런 빅 밴드에서의 생활은 "군대와 같아서, 뭐든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했다."고 한다. (원래 재즈가 군악대의 음악에서 탄생한 음악이기도 하고, 빅밴드의 수많은 뮤지션들을 통제하려면 이런 분위기가 필수적인 것 같다.) 재즈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팝계에서도 잔뼈 굵은 세션으로 활동했는데, 함께 작업한 뮤지션들을 보면 브랜디, 던컨 셰이크, (팝 재즈 뮤지션이라 할 수 있는) 캔디 덜퍼, 알리야, 셀린 디온 등이 있다.

재즈 드러머로 활동하면서 마이클 베이커와 작업한 재즈 뮤지션들 또한 정말로 재즈의 만신전이라 할 법하다. 브랜포드 마살리스를 비롯하여, 지미 스미스, 프레디 허바드, 웨인 쇼터, 필 업처치, 케니 버렐, 빌리 차일즈, 바비 라일, 스탠리 터랜타인 등, 재즈사를 일별해보면 한 번쯤 들어봣을 만한 대가들과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베이커에게는 다른 야심이 있었으니, 한편으로는 재즈 드러머로 활동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돈 헨리나 필 콜린스같은 드러머 겸 팝/록 가수 활동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후의 이력으로 보면 그런 야심은 결실을 맺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83년에 발표한, 다음에 소개할 이 싱글만큼은 댄스 소울/ 훵크 팬들에게 독특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자료 참고, 야마하, 마이클 베이커 뮤직)


(201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