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o Dvornik - Tebi Pripadam (1989)

한줄 단평 : 언젠가는 재평가받아야할 유고슬라비아 훵크 신의 총아.

일곱번째.

음반이나 음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블로그에 소개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 때문에 포스팅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오랜동안 폴란드 재즈와 유고슬라비아 훵크의 팬이었다. 유고슬라비아는 위대한 아티스트들을 많이 배출했고 AOR 열풍을 타고 보반 페트로비치 같은 아티스트들이 조금씩 소개되어 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유고 붐이 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관심도 시들해지고 좋은 음반들의 리마스터링은 더 요원해진 것 같다. 사회주의권의 대중음악, 그중에서도 훵크는 형용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회주의권의 음악은 폴카 리듬, 발랄라이카, 소비에트 아미 코러스 아니면 북한의 전자음악단처럼 기교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음악들이었다. 하지만 역사서를 조금만 들춰봐도 폴란드는 20세기 초반부터 재즈 음악이 유행을 이루었고, 모스크바는 재즈 밴드가 허용되고 주로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디스코텍이 활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전문적인 연구자가 아니라서, 유고슬라비아에도 어떻게 훵크가 유입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방의 음악들이 라디오 전파를 타고 들어와 그 지역의 아티스트들을 자극한 결과가 아닐까 유추할 뿐이다. 일례로 폴란드가 자랑하는 바시아가 미국 TV쇼와 인터뷰를 가졌을 때, 어떻게 소울과 훵크를 알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폴란드에서도 스티비 원더를 심심찮게 들었다. 왜 사회주의권이라고 해서 이런 음악을 못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도리어 의아해하는 모습이 나온다. 지금 소개할 디노 드보르닉도 그런 음악의 수혜자다. 유고슬라비아 음악이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우리에게만 생소할 분, 희귀한 아티스트도 아니고 (오히려 유고의 슈퍼스타) 국내의 한 배급사를 통해 멜론이나 벅스, 네이버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쉽게 음원을 구할 수 있다.

 

 

다음은 디노 즈보르닉의 간단한 바이오그래피. 위키피디아에는 팬이 작성했는지, 상찬 일색이다.

'유고슬라비아 훵크의 제왕' 디노 즈보르닉은 1964년 유고슬라비아 (현,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 스플리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인 보리스 즈보르닉이 배우였기 때문에 형과 함께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뮤지션으로 더 명성을 얻었다.

형인 딘 즈보르닉과 함께 80년대에 '만리장성'이라는 뜻의 'Kineski Zid'라는 밴드를 결성했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밴드의 음반이 유고슬라비아 최초의 훵크 음반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훵크를 협소하게 정의해서 이렇게 기술했을 수 있다. 유고슬라비아 음악 신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훵크 밴드들이 포진해 있다. 우리가 몰라서 못 들을 뿐.) 디노는 완벽주의자 성향으로 인해 몇 달씩이나 스튜디오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음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바로 이러한 성향이 밴드 멤버들과 갈등을 일으켜 해체에 이르게 된다.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 속에서도 항상 친근한 이미지를 유지해 왔으며, 제임스 브라운, 스티비 원더의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훵크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1988년 바로 여기에 소개할 싱글 Tebi Pripadam (I Belong To You)로 음악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이듬해 첫 앨범이자 셀프 타이틀 앨범인 <Dino Dvornik>을 발표. 후속 앨범인 <Kreativni Nered> 이후부터는 명실상부한 유고 음악 신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유고슬라비아 내전으로 인해 연방이 해체되면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등으로 국가가 나뉘었다. 그 결과 음악 시장이 위축되고 서방으로부터 새로운 음악 장르들이 유입되면서, 디노는 자구책으로 하우스 음악을 시도하기도 하고 DJ로 무대에 서기도 한다. 아마도 그를 둘러싼 상황이 혼란스러웠는지 몰라도, 금세 약물에 빠져들었고 결국 2008년에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