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옥문 1953
기누가사 데이노스케의 칸 그랑프리 수상작. 인터넷이 없던 시절, 인터넷 대용으로 어머니가 사주셨던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 '일본영화' 항목에 <우게츠 이야기>, <괴담>과 함께 이 영화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 유명한 고바야시 마사키의 괴담과 함께 소개되어있던지라 으레 공포영화일 것으로 짐작했었다. 예상과는 달리 일본화된 고전 비극으로서 기쿠치 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헤이지의 난 때, 무사 모리토는 케사라는 궁녀의 목숨을 구해준다. 난이 평정된 뒤 타이라노 기요모리가 논공행상의 자리에서 원하는 바를 묻자, 모리토는 케사를 아내로 삼게 해달라고 청한다. 하지만 케사는 이미 상급 무사의 아내였으니. 봉건 윤리와 격정에 휩싸인 사무라이 간의 갈등은 '일본스러운' 에우리피데스 극과 같은 느낌을 준다. (***)
2. 퍼니시먼트 파크 1971
영국 출신의 피터 왓킨스가 감독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이자 대체역사물. 한번은 한국판 퍼니시먼트 파크를 만들어보고싶다는 생각이 일 정도로 엄청난 영감을 준다. 주요 내용은 국내의 좌익 분자들을 '국가징벌원'이라는 신설 조직에 수용하고 한명씩 불러내서 수많은 극우 정치인, 극우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이루이진 심사위원회가 취조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왓킨스 감독은 당시 진보단체 안에서 활동하던 연극 배우들을 섭외해서 별도의 대본을 주지 않고 즉흥 연기를 시켰다고 한다. (***)
3. 버논 플로리다 1981
에롤 모리스의 다큐멘터리. 별도의 주제 의식 없이 플로리다 주 버논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 편집해놓은 영상이다. 감독의 주제의식을 알 길이 없으니 한 시간 밖에 되지 않는 러닝타임도 꽤 지루하다.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 싶지만 과연 거장의 작품이라고 찬사를 바칠 만한 영상미도, 통찰도 부족하다. 내 취향은 아님. (*)
4. 대부 1972
언제나 엄청난 작품이라고 생각해왔던 영화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읽고는 조금 마음이 바뀌었다. 소설의 흐름을 보니 코폴라 감독은 원작의 완급을 잘 살려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원작자 마리오 푸조가 각색을 맡았다고는 하나, 극의 완급 조절은 전적으로 연출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각색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영상화할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감독의 시야는 영화의 시야와 일치해야 한다. 나는 이 영화를 3형제 중의 소니 콜레오네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조급함이 전체의 전망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나세라가 돈 콜레오네의 부탁을 받는 장면, 마이클이 솔로조와 매클러스키를 만나러 가는 장면은 극 전체의 긴장감이 고조되어야 할 부분인데 너무 소략해버렸다. 영화 전체의 길이 문제, 예산의 문제도 있었을 텐데, 내 경험에 비추어본다면 엄청난 책임감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은 압박감이 생겨남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감독이 잘 이겨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위대하다면 아마도 원작이 더더욱 위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코폴라 감독이 아니라 시대극을 잘 그려내는 노회한 거장이 이 영화를 연출했다면 또 어떤 영화가 탄생했을까? (****)
5. 대부2 1974
로마 비극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영화. 나는 1편을 소니 콜레오네, 2편을 마이클 콜레오네, 3편을 프레도 콜레오네에 비유하고 있다. 3부작 중에 가장 걸출한 작품이다. 특히 플랑드르 회화에서 인물을 다루듯이 조명을 인물 중심으로 부각시킨 부분은 극의 장중함과 비극성을 더해 준다. 처음 한국에서 개봉할 당시, 쿠바 관련한 장면이 모두 삭제되었다고 한다. 몰락해가는 바티스타 정권과 아바나로 밀려오는 카스트로 세력 속에서 마이클 콜레오네가 기민한 정치적 후각을 과시하면서 후반부의 살해 장면에 단초를 제공하는, 영화 전체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부분이다. 아마 국민들에게 빨갱이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일 테다. 그래서 당시 극장에서 봤던 사람들 중에는 영화의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반부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원래 위대한 영화는 내용이 어려운가보다 하고 짐작했었다고. (*****)
6. 대부3 1990
예술에서 정실주의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가 아닐까. 이미 감독의 아버지가 음악을 맡고, 여동생이 코니 역할을 맡은 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딸 소피아 코폴라까지 가세하면서 영화 초반의 활력을 모두 죽여버렸다. 소피아 코폴라는 이 영화에서 '미녀' 역할을 맡았지만 발연기로 망쳐버렸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소피아 코폴라가 빙구처럼 웃을 때마다 따라웃어 초반 감정이입이 너무 어려웠다. 캐스팅 문제만 제외한다면 저평가받을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를 본 사람마다 소피아 코폴라의 출연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보면 딸 사랑이 지나쳤거나, 아니면 이 프랜차이즈를 문 닫을 생각을 갖고서 투자자들 엿 먹일 심산으로 캐스팅했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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