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2019년 영화 목록 - 2.

Baron Samdi 2020. 1. 30. 13:38

7. 모스트 원티드 맨 2014.

대체적으로 평점이 높고 찬사를 받은 영화지만 나는 의견이 다르다. 전체적으로 못 만들었다. 존 르 카레의 작품을 영상화한 다른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비교해봐도 졸작에 가깝다. 이동진 기자가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아마도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라는 명배우가 최후의 열연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 영화는 평이한 서사와 안일한 연출을 통해서 화두를 던져 준다. "도대체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적이라 함은 어떤 상태를 지칭하는가?" 미드 한, 두 에피소드에 불과한 영화를 두 시간 동안 봐야할 필요가 있을까? 안톤 코르빈의 전작 <아메리칸>만 하더라도 2시간짜리 오메가 시계 광고로 불릴 정도로 적어도 스타일은 살아 있었다. 이 영화는 그 정도 기대도 무용하게 만들어버린다. 일광, 조명의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마치 6mm 카메라로 찍은 듯한 성의 없는 영상들이 난무한다. 나름 주제라 할 수 있는 정보기관 간의 실적 경쟁들도 복선이 없고 짜임새가 허술하니 잘 전달이 안 된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평가들을 보면 같은 영화를 본 게 맞는지 놀라울 정도다. (**)

 

8. 야성의 증명 (1978)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소설을 영화화한 일본판 블록버스터. 미드(당시 표현으로는 외화) <600백만불의 사나이>에 출연했던 리처드 앤더슨이 특별 출연했고, 타카쿠라 켄, 아이돌 야쿠시마루 히로코가 부녀로 출연했다. 토호쿠 지방 산속 촌락에서 마을 주민들이 도끼로 몰살당한 참극과 지역 토호인 오바 가문, 그리고 극비의 자위대 특수공작대까지 개입해서 벌어지는 활극이 기본 줄거리다. 원작소설은 웬만한 무협지 뺨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스릴을 선사하는 반면, 영화에서는 중반부까지는 걸작의 냄새를 풍기다가, 후반부부터는 어이없는 졸작으로 지리멸렬하게 수직낙하한다. <루팡 3세>로 유명한 거장 오노 유지의 음악과 타카쿠라 켄의 열연을 비웃듯이,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린다. 결국, <내일을 향해 쏴라>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를 오마주하며 황당하게 끝을 맺는다. 원작에서는 오바 가문으로 비롯되는 근대화 이후 일본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봉건성, 사회경제적 낙후성을 비판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일본판 <GTA>를 연출하고 싶었던지, 주인공이 갑자기 고르고 13으로 변신해서 깡패를 때리면, 경찰이 오고, 경찰을 무찌르면 군인이 오고, 군인을 무찌르면 탱크와 헬기가 달려드는 점입가경의 형국이 벌어지는데, 앞서 오노 유지 음악에서 느꼈던 감동이 무색할 정도다. 이 영화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끔찍했냐 하면 <야성의 증명> 사운드트랙을 카트에 넣었다가 뺐을 정도. (**)

 

9. 제이슨 본 (2016)

원래 로버트 러들럼과 본 시리즈의 열성 팬이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화려한 액션에 비해 빈약한 서사가 조금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데에는 이만한 영화가 없지 않을까 싶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대개 다큐멘터리의 기법을 영화에 응용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관객들이 몰입하고 주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안겨 준다. 이런 부분이 단순하게 시간을 때우는 오락물과는 다른 점이다. (****)

 

10. 피를 빠는 장미 (1974)

야마모토 미치오 감독의 "피를 빠는~" 3부작 중의 마지막. 서구의 흡혈귀 영화를 일본의 풍토에 이식한 독특한 영화다. 스티븐 킹 원작의 <공포의 별장>이 <드라큘라>의 미국적 해석이라면 이 3부작은 모두 드라큘라의 일본판이다. 흡혈귀를 요괴의 일종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애써 마늘이나 십자가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일본은 봉건제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고 서구화가 일찍 진행되어서인지 흡혈귀 영화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립된 지방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주제다. 그래서 그런지 야마모토 미치오의 3부작 중 두 편을 안 좋은 화질에도 굳이 챙겨봤다. 모두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마치 국민학교 시절 즐겨보던 이시하라 고진의 삽화가 그려져 있는 해적판 괴담 백과를 보는 기분. (*****)

'"C"inematheca'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영화 목록 - 1.  (0) 2020.03.27
Keith Sweat - Sweat Hotel Live  (2) 2020.02.14
2019년 영화 목록 - 1  (0) 2019.11.20
2019년 영화 리스트 - 1  (0) 2019.04.17
M/V 괴작열전 3. Alan Sorrenti - Figli Delle Stelle (1977)  (0) 2018.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