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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 Rogers - Secret Love (1984)

Baron Samdi 2020. 1. 5. 15:20

한줄 단평 : 미국판 이수만 1집, 선생님의 과거.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표지만 보고 내용을 판단하지 말라. 이 바닥에서만큼은 이 말은 자명한 진리다. 아무리 앨범 재킷이 허접하다고 해서 속아서는 안 된다. 재즈나 훵크 계열에서는 기괴한 재킷 속에 어마어마한 잼을 숨긴 명반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멀릿(Mullet, 앞과 옆은 바싹 치고 뒷머리는 기른 80년대 미국 헤어스타일, 일명 맥가이버 스타일, 중국에서도 많이 한 것을 보면 대륙형 헤어스타일인가보다.)스타일로 바싹 빗어올린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백인 남성의 사진을 보면 도저히 R&B나 훵크 같은 장르를 떠올리기 힘들다. 하드록하는 3류 뮤지션이나 액션 영화 삽입곡으로 쓸 법한 테크노 팝 정도.

 

그러나 이 사람이 Sturken & Rogers라는 이름의 커네티컷 출신 R&B/ 팝 작곡 듀오로 L.A Reid & Babyface, Jimmy Jam & Terry Lewis에 필적할만한 사람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파트너 Carl Sturken과 함께 보통 Rihanna를 키워낸 사람들로 더 유명한데, 엔싱크, 켈리 클락슨, 루벤 스터다드, 와일드 오키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에벌린 '샴페인' 킹의 음반을 제작했고 전 세계적으로 6천만 장의 판매고와 20곡 넘는 탑40 히트곡을 보유한 히트곡 제조기들이다.

 

이 곡은 에번 로저스의 솔로 앨범 형식으로 발매된 84년 음반 <Love Games>의 수록곡이다. 파트너인 칼 스터큰은 이 앨범에서 키보드와 기타를 맡았다. 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둘 중 외모와 목소리가 더 괜찮은 에번 로저스가 프론트맨으로 나섰는지, 에번 로저스가 솔로 커리어에 욕심이 있어 파트너인 칼 스터큰이 도와줬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89년에 <Faces of Love> 앨범을 다시 냈지만 신통치 않았고, 90년대 초반 Rythm Syndicate(Rhythm 아님!)로 활동했지만 역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 사람들은 이후에 다른 아티스트나 아이돌에게 곡을 써주면서부터 더 유명해졌다. 

 

전적으로 내 주관적인 판단이겠지만 이들은 Jimmy Jam & Terry Lewis보다는 L.A Reid & Babyface에 더 가까운 것 같다. Flyte Tyme 시절보다 점점 원숙해진 모습을 보이는 지미 잼 앤드 테리 루이스 듀오보다, Deele, Manchild(돈독이 오르기 전?)의 풋풋했던 시절처럼 유명해지기 전의 음악이 훨씬 더 나아 보이니 말이다. <Love Games> 앨범에는 이 곡 "Secret Love"가 정식 수록곡은 아니다. 먼저 발매되었던 싱글인데 2011년에 리마스터링되면서 보너스 트랙으로 삽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