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누군가를 비난하고 모욕을 주거나 격하시키기 위해 부르는 노래를 디스 송Diss song, 혹은 디스 트랙Diss Track이라고 부른다. 이런 형태의 곡이 비단 흑인 전통에 특유한 것은 아닐지라도, 랩이나 힙합의 전 세계적인 성공을 통해 흑인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노예제나 흑인 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아프리카 이주 노예들의 구전 전통, 특히 '라우드 토킨Loud Talkin'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라우드 토킨'은 사실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어릴 적에 어머니나 이모들이 어떤 어린애 욕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누구 얘기냐고 물으면 항상 "저기 어떤 애!"라고 대답했다. 그 저기 어떤 애가 나를 가리키는 말임을 한참 크고 나서야 알았다. (다른 지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간단한 예를 들었는데, 이처럼 '라우드 토킨'은 당사자 앞에서 큰 소리로 알게모르게 욕하는 일을 뜻한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식견으로 볼 때, 욕과 음악이 결합해 디스 트랙으로 정착한 것은 유럽의 백인 농민과 노동자들에게서였고 흑인 노예들은 억압적인 인종주의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항상 비유적인 언어로 노래해야 했다. 재즈 곡 중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맞아죽어 나무에 매달린 시체를 '저 남부에 이상한 과일이 열렸네'라고 표현한 "The Strange Fruit"이 좋은 예일 것이다.
민권 운동으로 흑인들의 민권/ 민족 의식이 고양되고 제임스 브라운이라는 탁월한 아이콘이 등장하는 훵크의 시대에 이르러서 흑인들은 자신의 요구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인 욕설이 음악에 실리게 된 것은 힙합의 발흥 이후이다. N.W.A라는 과격한 갱스터 래퍼들의 등장과 특히 투팍 샤커와 노토리어스 B.I.G로 대변되는 동, 서부 래퍼들 간의 충돌은 이러한 풍조를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소개한 The Gap Band의 "Disrespect"는 1985년 발표된 앨범 <The Gap Band VI>에 수록되어 있으며, 당시 R&B 차트 18위에 랭크되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흑인으로서의 자존감Black Pride"과 기독교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I don't like that"이라는 선창과 "We don't like that"이라는 후창이 대구를 이루어 어떤 아티스트의 거만한 행태를 꼬집을 뿐, 욕설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시절까지만 해도 흑인 음악의 풍조는 매우 건전하기 그지없었다. 이 카툰 뮤직비디오의 애니메이터는 팔리아먼트/ 훵카델릭의 앨범 커버아트 작업을 많이 했던 오버튼 로이드Overton Lloyd이고 음악에서도 P-훵크적인 터치가 엿보인다.
각설하고 여기서 소인(혹은 소인배)이 되고, 재판정에 넘겨지는 아티스트는 누구일까?
80년대가 낳은 천재이자, 모타운의 마지막 희망 릭 제임스를 뿌리치고 마이클 잭슨을 위협했던 사람, 한때는 이상한 기호로 불렸던 사나이, 바로 프린스다. <퍼플 레인> 앨범이 대박을 치고 영화화되는 등, 대성공을 거두자 이에 비례하여 프린스의 오만함은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극심한 기아의 피해자를 돕고자 팝계의 슈퍼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인 "We Are The World"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일축하자, 이에 열받은 갭 밴드의 멤버들이 스튜디오에 모여 프린스를 "까기" 위한 곡을 만들었는데 그 곡이 바로 이 "Disrespect"였다. 일설에는 "We Are The World"에 갭 밴드가 참여할 수 있었는데, 프린스가 거부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 같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갭 밴드는 정말 "흑인" 밴드였기 때문이다. 이런 거대한 자선 행사는 백인의 반열에 오른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의 클래스는 되어야 했으니까. 세계 최대의 자선 행사를 거부한 프린스에 대해 행사의 원 기획자인 밥 겔도프는 기자들 앞에서 프린스의 험담을 늘어놓았고,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탈은 바로 그주 SNL에 나와 "I am also the World"라고 풍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얘기로는 프린스는 항상 두 명의 거한을 보디가드로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 행사에선가 연예인을 포함하여 어떤 사람도 자기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지시해서 행사에 참여한 모든 연예인들이 프린스를 욕했다고 한다. 그리고 갭 밴드의 찰리 윌슨이 어느 공연 리허설에서 프린스를 만나보려다가 쫓겨나면서 갭 밴드와 프린스 간의 악연이 시작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여담이지만 세기의 미녀였고, 헐리웃에서는 김혜자 선생님 급이라고 할만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한때 프린스의 광팬으로 퍼플 레인 공연 투어마다 앞자리를 차지할 정도였다고 한다. 어느날 프린스를 집에 초대하게 되었는데, 프린스는 나타나지 않고 보디가드만 보내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집수색을 했다고 한다. 이때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격분해서 "내가 자객이라도 고용한 줄 아냐?"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 천하의 프린스 이전에 거만의 극치라고 할 만한 유명한 아티스트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미스 로스" 다이애나 로스다. 이 얘기는 다음 기회에.....
(20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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