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katology

Funk Covers - 왜 흑인 뮤지션들은 자기 얼굴을 앨범 재킷에 쓸까?

Baron Samdi 2016. 6. 25. 10:36

사람들은 대개 자기가 좋아하는 물품들로 방을 꾸며놓게 되는데, 이 소울/ 훵크 팬도 예외는 아니어서 온갖 훵크 음반들로 방 한 켠을 장식해 놓고 살고 있다. 출근하기 전에 마음을 정화해 줄 '오늘의 음반'은 무엇일까 훑어보다가 Bill Brandon과 Splendor의 앨범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어머니가 "얘 방에는 껌둥이들이 득시글거린다"고 할 정도로 만장하신 흑인 뮤지션들의 초상 들이 가득찬 가운데서, 도드라지는 초현실주의 회화 한 점. Splendor의 1979년 셀프 타이틀 앨범이다.


일전에 흑인들이 인종차별과 가난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흑인들의 앨범 재킷은 단순하다는 얘기를 어떤 록 음악 팬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일정 부분은 맞는 얘기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얘기들이 The Smiths가 부른 "Panic"의 가사처럼 "디스코는 삶에 대해 어떤 것도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디스코텍에 불을 지르고 DJ들을 목매달아야 한다"는 선동만큼은 아닐지라도, 이 또한 록 음악 팬들이 훵크에 대해 은연중에 드러내는 편견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바로는, 흑인들이 앨범을 낼 때 자신의 얼굴을 내거는 이유는, 말 그대로 '인증샷'으로 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흑인이 불렀으니 믿고 사시오!' 이런 얘기다. 이러한 관행은 훵크의 형성기보다도 오래 전, 리듬 앤드 블루스가 '레이스 레코드race record'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훵크의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전통이라기보다는 이러한 레이스 레코드를 전문적으로 다루던 레코드 회사의 마케팅 전략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이런 류의 앨범 재킷들은 그 음악의 속성이 무엇인지 바로 드러내준다. 그럼으로써 돈이 별로 없지만 음반은 많이 구입하는 흑인들이 앨범 재킷만 보고 잘못 사는 위험을 줄여준다. 또한 이러한 재킷들은 흑인 뮤지션들이 자신의 '흑인성negritude'를 과시하는 동시에, 동료 흑인들과 교감을 이루는 장소이기도 하다. 흑인들은 대개 흑인 이외의 뮤지션에게는 (제니퍼 로페즈, 샤키라 류를 제외하고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쓸모없는 노예의 후손이 아니며, 뮤지션으로서의 진정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록 뮤지션들이 앨범 재킷에서 자신의 지성을 과시하기 위해 갖은 공을 들이는 것과 별개로, 단순히 얼굴과 이름, 심지어 앨범 재킷이 SNS라도 되는 양, 자식(바비 험프리), 가족(힐튼 펠튼), 수영복 몸매(마이클 헨더슨)까지 드러난 흑인 뮤지션들의 앨범 재킷은 그러한 현학적 풍토를 조롱하는 듯 보인다. 백인 중산층 젊은이들이 저항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 애쓰는 것에 비해 자신들은 존재 자체가 저항이라는 듯이 말이다.


즐거운 흑인


정치적인 흑인

노르딕 메탈 앨범 같지만 진정한 훵크 명반 중 하나!


흑인임을 '바로' 알 수 있는,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 재킷 중 하나.



 

(2014/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