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경 2600엔이라는 빡센 가격으로 빅터에서 리마스터링된 <선라이즈>의 82년 셀프타이틀 앨범은 숨어있는 보석이다.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당시, "보컬은 밋밋하고 눈에 띄는 노래 하나 없다"는 평과 함께 상업적으로 실패한 앨범이 되고 말았는데 듣고 보니 이렇게 신나고 짜임새 있는 앨범이 왜 인정받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이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아이즐리 브라더스의 후광이 역효과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 이 밴드는 원래 아이즐리 브라더스의 백밴드로 출발했다. 밴드 구성은 드럼과 보컬을 맡은 에버릿 콜린즈, 보컬과 키보드를 맡은 로니 스크럭스, 기타의 데이빗 타운젠드, 베이스의 토니 허버트 그리고 콩가와 퍼커션의 케빈 존즈로 이루어져 있다. 앨범 전체 곡의 작사, 작곡은 모두 로니 스크럭스가 도맡고 있고 가끔 버나드 아이즐리가 참여하고 있다.
대개 소울 명반들을 "보석Gem"이라고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롹 음반들은 좋은 노래와 싫은 노래의 편차가 크지 않지만 소울은 허무맹랑한 곡이 있는가 하면 탄식이 나올 정도로 절묘한 명곡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 곡이 명곡이란 얘기는 아니고 소울 음악을 잘 듣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에게도 노력이 필요하다. 무사가 칼을 갈듯이 점점 귀를 날카롭게 세우다 보면 남들이 알아채지 못한 좋은 노래가 어느덧 귀에 감기고 다른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던 기기묘묘한 음의 조화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 기쁨을 맛본 사람은 자꾸 되풀이해서 듣게 되고 결국은 소울 음악의 포로가 된다. 마치 원석에 자꾸 손을 댈 수록 좋은 보석을 얻듯이 좋은 음악을 얻기 위해서는 자주 듣고 깊이 들어야 한다.
(200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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