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구입반 중 최고의 음반!
지난 번에 유진 맥대니얼스를 포스팅한 이유는 2015년 구입반 중의 최고반을 소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 그렇다. 바로 호부 밑에 견자가 없다고 아버지만큼이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닌 유진 맥대니얼스의 두 아들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이 음반은 78년 고빈다 레코드에서 발매되어 재작년에서야 일본 비비드 사운드에서 리마스터링되었다. 그 이전에는 물론 이 바닥 용어로 "성배" 취급을 받던 숨은 걸작이었다.
이 앨범은 2015년에 구입한 음반 중에서 질 리바르의 음반 등과 더불어 최고의 음반이라고 꼽고 싶다. 히트곡도 없고 사람들에게 호소력 있는 멋진 싱글도 없지만, 굉장히 수수하고 훵크 뿐만 아니라 록 계열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완성도 높은 걸작이라고 본다. 게다가 우리나라 나이로 고등학생 나이의 뮤지션이 만들었리라는 믿기 힘든 완성도까지!
지난 번 소개한 아버지 유진 맥대니얼스가 로버타 플랙에게 써준 "Feel Like Makin' Love"과 애틀랜틱에서 발매한 두 명반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뒤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78년 무렵이었다. 버클리 음대에 다니던 맥대니얼스의 아들 London McDaniels는 여름 방학을 맞아 집이 있는 시애틀에 돌아와 있었는데, 한 살 터울의 동생 Chris와 함께 동네에 위치한 하레 크리시나 사원을 찾게 되었다. 하레 크리시나는 힌두교 계열의 종교로서 68혁명의 여파와 비틀즈와 라비 샹카 등의 협업 등으로 인도 문화에 친숙해진 미국 대중들 사이에서 교세를 확장하던 터였다. 촉망받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던 런던이 때마침 이 사원을 찾은 이유도 공개 법회에 참석해보라는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 형제의 방문이 여러 차례 이어지자, 이 형제의 음악적 재능을 눈여겨 본 사원의 관계자들이 하레 크리시나의 가르침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이 형제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맥대니얼스 형제는 의뢰를 받아들였고, 사원 측의 출자로 소규모 레이블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작업을 함께 할 뮤지션들을 모아주었다. 베이스의 Anthony Jackson, 트럼펫에 Randy Brecker(그 유명한 브레커 브라더스의 바로 그 랜디 브레커로 보인다.)를 넣어주었고 열렬한 신도인 Andrew Marks가 하레 크리시나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가사로 정리해주었다. 우리 나이로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두 형제가 8곡을 모두 작곡, 편곡, 프로듀스했다.
문제는 이 음반이 하레 크리시나 사원을 찾는 신도들에게 배타적으로 배포되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거의 40년이 다 되어서야 CD로 복각되었는데 같은 이름의 본격 힌두교 음악을 하는 다른 밴드가 있어서 팬들의 혼동은 더 했을 것 같다. 이 앨범에 수록된 감사의 말에는 일군의 아티스트들이 열거되어 있는데, 하레 크리시나 운동을 서구에 널리 알린 비틀즈의 멤버 조지 해리슨은 물론이고 열렬한 하레 크리시나 신도이면서 하레 크리시나의 가르침을 재즈에 담는 작업을 계속해 온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무엇보다도 존 콜트레인의 아내였던 앨리스 (맥클리오드) 콜트레인, 닐 다이아몬드, 스티비 원더 등이 열거되어 있다. 스티비 원더와 하레 크리시나 운동 간의 관계는 좀 의외이긴 했는데, 스티비 원더가 비틀즈의 음악을 존경해 왔다는 점도 있고, 본격적으로 "Pastime Paradise"에서 하레 크리시나 신도들을 백보컬로 활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
우선 특유의 담백함으로 개인적으로 애청하는 곡을 소개하고 싶다.
(2006/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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