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theca

Eugene McDaniels - Lovin' Man (1971)

Baron Samdi 2016. 7. 4. 09:51

롤 게이머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목소리.

Gene McDaniels 혹은 Mc D로 불렸던 Eugene Booker McDaniels는 1935년 출생해 2011년 사망한 미국의 소울 가수로 Les McCann과 Eddie Harris가 발표한 재즈계의 대표적인 프로테스트 송인 "Compared to What"과 Roberta Flack의 "Feel Like Makin' Love"의 작곡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맥대니얼스는 1935년 캔자스 주 캔자스 시티에서 출생,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로 이주해서 그곳에서 성장했다. 교회에서 음악을 시작하여 점차 재즈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트럼펫과 색소폰을 익혔다. 술탄즈라는 이름의 보컬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재즈 클럽에서 공연을 병행했는데, 이때 레스 맥칸과 친분을 쌓았다. 재즈 바에서 공연하던 중 Sy Waronker의 눈에 띄어 리버티 레코드와 계약을 맺게 되는데, 당시는 진 맥대니얼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몇 곡의 싱글 발표가 불발로 끝난 후 "A Hundred of Clay"가 61년 빌보드 차트 3위에 오르면서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싱글은 백만장 판매를 달성하며 골드를 기록. 후속곡인 "A Tear"는 그다지 히트하지 못했지만 버트 바카락과 공동 작곡한 "Tower of Strength"가 다시 빌보드 차트 5위와 골드를 기록했다. 이 덕분으로 영화 <It's a Trad, Dad>에도 출연하고 소소한 히트를 기록하다가 컬럼비아 레코드로 이적했다.

이쯤 되어 맥대니얼스의 인생에 분기점이 될 만한 사건이 생긴다. 바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사건이다. 이 사건이 터지고 나자 맥대니얼스는 유럽으로 이주, 한때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점차 흑인 민족주의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재즈 클럽에서의 활동으로 이미 친분이 있었던 레스 맥칸을 위해 맥칸과 에디 해리스의 듀오 앨범 <Swiss Movement>에 수록할 "Compared to What"을 작곡했다. 이 곡은 로버타 플랙, 레이 찰스, 델라 리즈, 존 레전드, 더 루츠 등이 커버하는 등, 소울 재즈 신에서 길이 남을 명곡이 되었다. 특히 베트남 전쟁과 당대 미국의 현실 비판이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이 발표된 해가 1969년이니,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보다 2년 빨리 발표된 셈이다.) 또한 74년에 로버타 플랙을 위해 쓴 "Feel Like Makin' Love"은 그해 빌보트 차트 1위에 올랐고 그래미 상을 안겨주었다. 뿐만 아니라 라디오에서 500만 회 방송을 달성해 BMI 음악상 수상작이 되었다. 70년대부터 유진 맥대니얼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활동을 재개하면서 애틀랜틱 레코드에서 <Headless Heroes of the Apocalypse>와 <Outlaw> 두 장을 발표하는데, 두 장 모두 사이키 훵크/소울의 걸작으로 꼽힌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사이키 훵크/소울은 평범한 두왑에 대한 반동과 흑인의식의 각성으로 등장한 컨셔스 소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울이나 훵크 팬들이 음악을 많이 찾아듣고 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더욱 찾게 된다는 게 흥미로운 대목이라 하겠다. 어쨌든 애틀랜틱 이적 후 발표한 첫 앨범의 수록곡이 여기 소개할 "Lovin' Man"이다.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좋지만 이 음반에 관심을 갖고 구입하게 만든 곡이라 소개해 본다. 이 음반은 (한국이라는 척박한 풍토에서는 황당하게도) 2000년대 초반에 수입되어,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아티스트 고유의 명성보다는 매드립이나 더 루츠같은 후학 뮤지션들의 리스펙트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본다.

유진 맥대니얼스는 이후 "은자"임을 자처하며 특별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인터뷰를 포스팅하기도 했다. 보다 특기할 만한 활동이 있다면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나오는 Nasus의 목소리 연기다. (노래부를 때보다 말할 때 목소리가 더 좋다.) 유튜브 인터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11년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여기 맥대니얼스를 소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작년에 구입한 앨범 중에서 최고로 꼽는 앨범을 소개하기 위해 깔아놓은 일종의 밑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울/훵크에 내공이 깊으신 분들은 누구를 소개할 지 짐작하시리라 믿지만 오래 기다리시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다뤄보겠습니다.   



 

(200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