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엄령 (1973)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를 보고 후회해 본 적은 없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감독 중의 한 명으로서, 사회적인 의의와 영화적 재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감독이라고 본다. 다만 이 영화의 재미는 가브라스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것 같다. 실제 벌어졌던 댄 미트리오니 사건을 모티브로 해, 미국 정보기관이 라틴 아메리카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우익 군사 독재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실존했던) '투파마로'라는 좌익 무장혁명단체가 미국 개발원조처 직원을 납치해 심문하면서, 점점 이 사람의 과거와 정체가 드러나는데, 해외에서 NGO의 역할이나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놀라운 결론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자로 탈바꿈하기 전에는 위대한 배우, 가수이자 공산주의자였던 이브 몽탕이 주연을 맡았다.
2. 마지막 황제 (1987)
류이치 사카모토 혹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 음악이 영화 지분의 절반을 차지한다. 정작 사카모토는 자기가 의도한 대로 영화에 쓰이지 않아 조금 서운했다고 한다. 유럽 자본으로 유럽 감독이 청말 중국의 역사를 그려내면서 '오리엔탈리즘'의 혐의를 받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만주국 황제로 일본에 협력한 전범 '아이신기오로 푸이'를 마치 계몽 군주인양 그려 놓은 게 마땅찮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초반과 라스트 신에서 보여주는 영화적인 장엄함 때문에라도 추천하고 싶다. 아마 극장에서 봤더라면 쉽게 자리를 뜨기 힘든 영화. 어릴 적에도 재미있게 봤지만 철들고 나서 보면 느낌이 또한 다르다.
3. 어퓨 굿맨 (1992)
쿠바 관타나모 해병 기지에서 벌어진 살인을 두고 법무 장교가 군대 내 부조리와 맞선다는 법정 드라마. 헐리웃 코드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기 좋은 영화.
4. 컨저링2 (2016)
<컨저링>을 보고 하우스 호러 걸작을 넘어, 이 장르에서 이 영화를 능가할 영화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속편도 수녀 모습 보고 크게 기대했는데, 적게 돈 들여 적게 먹겠다는 티가 팍팍 나는 저예산 호러였다. 게다가 전편에서 관객들을 놀래키던 장치들도 많이 양식화되어 식상하다. 지겨운 속편
5. 망령의 괴묘 저택 (1958)
나카가와 노부오의 호러 수작으로 꼽히는 영화지만, 지금 와서 보면 지루하게 느낄 만한 부분들이 많다. 플래시백을 컬러로 처리한 부분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연극에서 탈피하지 못한 배우들의 연기는 시대적 한계라 할 만 하다. 일본 호러의 광팬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볼 만한 영화는 아니다.
6. 일본해방전선 : 산리즈카의 여름 (1968)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하기에 일부러 찾아가서 봤다. 이 영화를 보라고 하느니 차라리 하라 가즈오 전을 권하고 싶다. 다큐멘터리 교재마다 언급되는 다큐멘터리지만, 또 그러하기에 지루하다. 나리타 공항 부지의 농민투쟁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접근 방식이 <할란 카운티 U.S.A>하고도 유사한 점이 많다.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닮아있다. 오가와 신스케는 산리즈카 촌장이 촬영을 허락하지 않자, 스탭들을 이끌고 내려가 농사를 짓는다. 결국 감동한 주민들이 촬영을 허락했고 산리즈카 연작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투지로 만든 다큐가 제대로 된 주제의식도 담아내지 못하고 표류하는 점은 시대의 제약이라고 보기 힘들다. 극렬한 신좌파 투쟁 시기에 나온 작품답게 오로지 '투쟁'에 대한 몽매한 찬미는 이제 와서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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