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오시마 나기사의 일본 영화 100년
오시마 나기사가 감독, 대본, 내레이션까지 소화한 일본 영화 100년사. 일본 영화의 역사를 다루는 듯 하다, 어느 순간 감독 개인의 영상 회고록이 되어버린다. 오시마 나기사의 필모그래피를 뒤져보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를 세계에 널리 알린 포르노 영화 <감각의 제국>을 본 이언 듀리 앤드 더 블록헤즈의 키보디스트였던 영국 뮤지션 Chaz Jankel이 영화 내용이 인상 깊었는지 "사랑의 개싸움 The bullfight of love" 그러니까 스페인 어로 "Ai No Corrida"를 작곡해 80년 데뷔 앨범에 수록했다. 그리고 이 곡은 다들 아시다시피 거장 퀸시 존스의 손을 거쳐 전 세계적인 디스코 히트곡이 되었다. 그 다음으로 2차 대전 당시 선전 영화에 강제 동원되었던 감독들이 각종 특수 효과를 영화에 적용시켰는데, 이때 개발된 특수 효과들이 전후 고질라 류의 괴수, 특촬물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영화 제목만 봐도 그렇듯이, 일반적인 영화팬들보다는 영화와 영화사에 관심있는 사람들,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영화다.
22. 베니스에서의 죽음
이탈리아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말년 작품. 토마스 만의 단편을 영화화했다. 그리고 두 거장의 명성에 걸맞게 감상자가 '나는 누구이관대 살아서 이런 것을 보고 있는가'하는 존재론적 성찰에 이르게 만들 정도로 지루하다. 아무리 거장의 작품이라지만 일정 정도 고등교육을 마치고, 어느 정도 고전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 지루할 정도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영상으로 옮기면서 소설의 세부 묘사를 소략하기 때문일까? 아직 소설을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후자의 문제인 것 같다. 활자로 접해도 어려운 토마스 만의 단편을 과감하게 영상으로 옮길 수 있을 만큼, 원숙한 영상미를 구현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나, 한 컷, 한 컷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소설을 먼저 읽어 내용에 익숙한 사람들이 극찬하는 것을 보면 소설을 먼저 읽고 이 영화를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23. 겟 아웃
'푸른 수염' 동화와 <미시시피 버닝>을 섞어놓은 듯한 영화. 공포물 상업영화면서도 미국 사회의 모순을 교묘하게 꼬집는다. 사실 보고 나서는 별로 남는 게 없는 영화인데, 보는 순간만큼은 매우 재미있다.
24. 패트리어트 게임
톰 클랜시 원작의 영화를 연이어 보고 있다. 모두 수준작 이상이다. 마지막 부분은 <나홀로 집에>나,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어둠의 표적>같은 밀실 스릴러의 전형을 보여준다. 잭 라이언 역의 해리슨 포드의 연기는 너무나 잘 녹아들어, 왜 벤 애플렉이 새 잭 라이언으로 캐스팅되었을 때 반대가 심했는지 알 것 같다. 강추!
25. 체 게바라 : 뉴맨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에보 모랄레스의 당선인 것 같다. 소위 '핑크 웨이브'라고 하는 중남미 좌파의 잇단 집권 덕분에, 체 게바라가 마지막으로 숨을 거뒀던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 관련 기밀 자료가 해금되고 공개될 수 있었다. "공산주의란 민중의 힘으로, 민중이 원하는 바를 형성해 나가는 것.", "진정한 혁명은 자기 안의 혁명이며, 아무런 물질적 보상도 바라지 않는 것." 이런 말들이 마음에 남는다. 이 다큐의 제목이 '뉴맨'인 이유는 체 게바라가 자신의 그 모범이 되고자 했던 새로운 공산주의적 인간형, 아무런 물질적인 유인 없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인간형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체 게바라에 따르면, 미국이나 소련 모두 관료주의에 찌들어 있다. 이 관료주의는 그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서류와 규정 뒤에 숨어서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등한시하고 권리만 앞세우고 책임을 회피하며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체 게바라는 이러한 관료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하기 위해 쿠바의 높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볼리비아에서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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