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7 - Kickin' It (1992)

한줄 단평 : 비디오링크의 추억

 

After 7은 87년 결성된 R&B 트리오로 베이비페이스의 형제들이 만든 밴드로 더 유명하다. 53년생인 Melvin Edmonds, 베이비페이스보다 한 살 많은 형인 58년생 Kevon Edmonds 형제와 형제의 대학 친구인 Keith Mitchell,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때 키스 미첼이 베이비페이스의 파트너인 L.A 리드의 사촌으로 알려졌으나, 마케팅 차원에서 뿌린 헛소문이었다고 한다.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멜빈 에드먼즈는 작년에 사망했는데 외국 인스타그램 계정에 After 7의 사진이 도배되는 것을 보니 나보다 윗 연배나 우리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추억이 많은 밴드인 것 같다. 전성기에 정규 앨범 3장을 발표했는데 첫 앨범인 <After 7>이 발표될 즈음에 가장 나이가 많은 멜빈 에드먼즈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었고 다른 멤버들이 서른을 넘긴 나이로 다들 데뷔가 늦은 셈이다. 그 중 여기에 소개할 두번째 앨범 수록곡 "Kickin' It"은 대중적인 멜로디이기는 하지만 호불호가 크게 갈릴 만한 곡 같다. 이 곡의 뮤직 비디오에서는 반짝이 스팽글로 만든 후드 티를 입은 일군의 여성들이 나오는데 내게는 이 기괴한 복장과 안무가 매우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유튜브가 없던 시절, MTV는 꿈도 꿀 수 없고 해외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경로로는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주는 소규모 감상실들이 있었다. 하지만 록이나 헤비메탈이 전부였고, 소울/훵크 쪽은 더 열악해서 해외헤서 수입된 비디오 테이프로 보거나 무료로 접할 수 있으려면 AFN이 전부였다. 특히 <Soul Train>이나 <Showtime At The Apollo>, <Arsenio Hall Show>에 출연한 아티스트들의 라이브로 접해야 했다. 그리고 새벽에 하는 <Videolink>, 정식 프로그램 제목은 아니고 심야 편성을 때우기 위한 마구잡이식 선곡의 뮤직 비디오 방송이었다. (아마 주니어 스태프들의 편집 연습용이었을지도) 하지만 제3세계에서 해외 자료에 목마른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반은 공갈이고 반은 진심이었겠지만, 집에는 EBS 강의를 녹화해서 공부하겠다고 해서 대우 비디오비전이었나, 일체형 TV/VTR을 사서 새벽에 이 '비디오링크' 방송을 기다려 녹화를 떠놓던 기억이 있다. 새벽 2,3시에 하는 방송이어서 아침에는 거의 기다시피 나가야 했지만 이 After7, Blackstreet, Jodeci, Hi-Five, Al B Sure 등을 녹화해서 돌려보는 재미에 힘든 줄을 몰랐다. (Videolink와 오락실 게임 Run & Gun만 아니었어도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운이 좋지 않은 날에는 같은 뉴잭스윙이라도 참고 보기 힘든 뉴 에디션의 "Cool It Now" 나 뉴 에디션의 마이클 비빈스가 프로듀스한 ABC 등이 나왔고 (지금도 싫어하는 곡들), 더 일진이 사나운 날에는 Joe Walsh, Shania Twain, Garth Brooks 같은 컨트리 웨스턴을 강제 감상해야 했다. 그래도 어쩌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비디오 클립이 나오는 날이면 새벽에 졸린 눈이 번쩍 떠지면서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음악이 귀하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