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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nie's Love - I'm Out Of Your Life (1983)

Baron Samdi 2021. 12. 13. 17:18

특정한 아티스트나 특정한 곡에 대해서 나만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속칭 '홍대 병'으로 불리던 적이 있다. 누군가를, 혹은 어떤 것을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는데 과하게 표현되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기 때문에 이렇게들 얘기하는 것 같다. 내게도 이런 구석이 있어, 좋아하는 곡들을 블로그 시작한 지 15년이 넘도록 끌어안고 있다가 요즘에 와서 풀어놓기 시작했다. Spotify니 Youtube니 알고리즘의 인도에 의해 쉽게 쉽게 음악을 접하는 시기에 신줏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또 좋아하는 것은 나눌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 소개하는 이 곡도 내가 오랫동안 아끼면서 듣던 곡으로 (이미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눠 듣기 위해 올려둔다. 언젠가 리온 웨어에 대해서 이런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곡 중에는 자타가 인정하는 명곡이 있고, 개인사적으로 특별한 곡이 있다고. 이 곡은 후자에 속한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들을 때마다 밤거리의 경적 소리와 얼굴을 때리고 가는 자동차의 불빛들 속에서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한 채, 발걸음을 옮기는 어떤 남자의 초상이 떠오른다. 연애가 잘 안 될 때마다 밤거리를 헤매면서 듣던 곡. 

 

Arnie's Love의 본명은 Arnie C. Joseph이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두왑 시대부터 백 보컬, 세션 드러머로 이름 있는 아티스트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70년대부터 Arnie's Love라는 예명을 사용해왔다. 별칭은 The Gospel Teddy Bear. 재미있는 사실은 아니 조셉이 어떤 여성에게 꽂혀서 앨라배마 주 모바일에 왔다가 The Family라는 훵크 밴드와 엮여서 낮에는 포터로 일하고 밤에는 연주 활동으로 6년 정도 세월을 보내면서 실력을 닦은 뒤, 다시 브루클린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아니스 러브는 앨범 발표 경력은 없고 싱글만 발표했는데 Arnie Love & The Loveletts 시절의 싱글들이 일본 P-Vine에서 복각되어 나왔다. 이 앨범도 꽤 들을 만 하지만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곡은 "I'm out of your life"이다. 발표 바로 전 해인 82년 영국 훵크 밴드 Delegation의 4집인 <Deuces High>에 "I figure I'm out of your life"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곡이 원곡인데, 물론 딜리게이션이 수많은 명곡들을 쏟아낸 유명 밴드이고 원곡도 센스 있는 곡이기는 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에너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Arnie's Love의 해석이 원곡을 월등히 능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