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31

2025년 영화 목록 - 7

31. 승부 (2025)조훈현과 이창호 사제간의 대결을 그린 바둑 영화. 바둑을 몰라도 연기자들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승부의 추이를 알아가도록 한 연출이 좋았다. 바둑보다 더 좋았던 것은 최대한 80년대에 가깝게 구현한 미장센들. 물론 의 그 유명한 NG컷처럼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어느덧 잊혀져 간 옛 서울의 모습과 쭈쭈바, 바나나 우유 등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과연 영화란 무엇이며, 영화적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공과 돈을 들여 잘 만든 영상물이기는 하지만 직전에 본 영화가 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화여서였는지, 이 영화에서 '영화다움'보다는 보기에 매끄럽지만 도식적인 연출을 보게 된다. 너무 기대가 커서였을까? (★★★) 32. 공포의 집 (1988)H.P..

"C"inematheca 2025.05.28

2025년 영화 목록 - 6

26. 맨 인 더 다크 (2016)에서 페데 알바레즈의 솜씨를 맛 본 터라, 어느 정도 재미는 있겠거니 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페데 알바레즈는 폐쇄된 환경에서 각종 의외성이 돋보이는 장치를 잘 활용하는 현 시대 최고의 점프 스케어 장인이다. 노트북의 작은 화면과 저질 음향으로 봤는데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다. 처음에는 동네악동들이 불쌍하게 사는 장애 노인을 괴롭히는 내용으로 같은 악취미를 보여주는 영화일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갈수록 노인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충분한 당위를 부여하면서 점점 스릴이 높아진다. 아주 준수한 오락영화. (★★★☆) 27. 본 토마호크 (2015)웨스 크레이븐의 를 연상시키는 영화. 서부 개척시대 조용한 마을의 주민들이 식인을 일삼는 혈거인과 조우하는 내용. 활, 도..

"C"inematheca 2025.05.12

2025년 영화 목록 - 5

21. 빗속의 방문객 (1969)의 모티브가 된 영화라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실제로 휴대폰이 단추로 바뀐 것 외에는 과 유사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타국에서 온 수사관이 매력적인 여인의 범죄를 추적하다 부지불식 간에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바다가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이라는 마지막 결말도 어찌 보면 르네 클레망 감독의 전작 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전편에 흘러넘치는 윤복희 미니스커트 같은 낡은 감성, 그리고 거장 프란시스 라이의 신파조의 음악들은 지금 세대들이 견디기에는 크나큰 장벽일 것이다. 찰스 브론슨이 멋있다는 사실을 집착적으로 보여주는 2시간짜리 "맨덤" 광고 같은 영화다. 한 마디로 연출이 매우 후졌다. 동시대의 감독인 장 피에르 멜빌과 견주어봐도 르네 클레망은 정서의 과..

"C"inematheca 2025.04.28

Michael Winslow - I Am My Own Walkman (1985)

En-To-End 만큼이나 아끼는 음반. Michael Leslie Winslow는 1958년 워싱턴 주 스포캔 출신으로 별명이 '일만 가지 효과음의 사나이 The Man of 10,000 Sound Effects'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해 '미국 옥동자'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가수보다는 본업인 영화배우, 성우,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장기는 성대(사물, 음향)모사로 마이크를 통해 온갖 효과음을 내는 것인데, 출연작이자 그의 유일한 히트작인 시리즈에서 입으로 기관총 소리를 내자, 사람들이 총성인 줄 알고 모두 엎드리는 장면이 널리 알려져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음반에도 "폴리스 아카데미에 출연한 스타"라는 홍보 스티커가 붙어있다. 윈슬로는 스포캔 공군 기지에서 자라면서 친구가..

"D"iscotheca 2025.04.17

Secret Weapon - Must Be The Music (1981)

블로그를 시작할 때, 알려진 곡 하나, 덜 알려진 곡 하나, 이렇게 교대로 소개하고픈 마음이 있던 터라, 이 곡도 포스팅을 했을 줄 알았는데 검색해 보니 의외로 없었다. 아마 포스팅했다고 생각하고 깜빡한 것 같다. 이 곡은 이제 레어그루브보다는 고전에 속할 만한, 포스트 디스코/ 일렉트로 부기 교체기를 대표하는 명곡인데, 단선적이고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중독적이고 그루비한 보컬이 일품이다. 범상치 않은 베이스라인은 덤. 작년에 캐나다에서 LP로 재발매되었다. 정말 이 바닥, 특히 뉴욕 언더그라운드 훵크 씬에서는 고전이며 당시 떠오르던 랩 음악과의 융합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다만 앨범 재킷이 북구 멜로딕 메탈 밴드 같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시크릿 웨펀은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가..

"D"iscotheca 2025.04.07

En-To-End 인터뷰

2021년 4월 4일, En-To-End의 음반을 리마스터링한 Backatya 레코드에서 엔투엔드 멤버인 토니 섄드Tony Shand와 데이비드 헨릭스David Henriques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저 멀리 극동에서 이들의 음반을 손에 넣기를 오랫동안 소망했고, 여전히 소망하는 팬으로서 이들에 대해 더 알고 싶기도 해서 번역해 봤다. 영국 훵크 씬에 대해 문외한이고 배경지식이 없다면 인터뷰의 문맥을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다. 게다가 음악 매거진 같은 곳에서 하는 전문적인 인터뷰가 아닌 데다 멤버들마저 굉장한 눌변이라서 굉장히 불친절하게 느껴질 것이다. 오랜 영국 훵크 팬으로서 당시 밴드들에 대한 약간의 지식은 있어 주를 달았지만, 영어실력이 일천해서인지 난무하는 약어들, 음악계 은어들을 우리말로 잘 옮..

"F"unkatology 2025.04.03

En-To-End - Money Talks (1989)

"네가 소장한 레코드 중 가장 아끼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주 오랜 망설임 끝에 이 음반을 꺼내 들지도 모른다. 이 음반을 손에 넣고 얼마나 기뻤던가. UK 스트리트 스윙의 숨은 걸작이자 천재 뮤지션 Tony Shand의 얼마 없는 발표작. (토니 섄드의 음반들은 이제 다 비싸졌다.) 스트리트 스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들으면 뭔가 엉성하고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신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비어있음조차 감각적으로 들릴 것이다. En-To-End는 북런던 엔필드 출신의 Tony Shand와 친구 David Henriques 듀오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T.S 레코드에서 몇 곡의 싱글을 발표했다. T.S는 아마 토니 ..

"D"iscotheca 2025.04.01

The Strangers - Step Out Of My Dream (1983)

이 앨범의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포스트 디스코/ 일렉트로 부기라는 애매한 용어로 불리는 80년대 일렉트로 훵크 넘버면서도 샐소울 출신이라는 점이다. 샐소울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마이애미와 카리브해를 오가는 크루즈 선의 면세점 사업과 플라스틱 주형 사업을 하던 케이어 형제들이 필라델피아 인터내셔널과 대적하기 위해 뉴욕에 설립한 오케스트럴 디스코의 명가다. 관현악적 요소를 강조하고, 흑인과 뉴요리칸 노동자들을 동시에 겨냥한 낭만적이고 꿈결 같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던 곳에서 이런 부기 넘버가 나왔다는 게 신기할 따름. 이 곡의 작곡자는 음투메이의 세션 키보디스트이자 D-트레인의 명곡 "Keep On"의 작곡자인 휴버트 이브스 3세.  앨범이 전체적으로 고만고만한 수준이지만 이 곡만큼은 귀에 쏙 들어온다. 처..

"D"iscotheca 2025.03.24

2025년 영화 목록 - 4

16. JFK (1992)제목과는 다르게 존 F. 케네디의 일생을 다루는 영화도 아니었고, 케네디 암살 사건 또한 중심 주제가 아니었다. 이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온갖 사회적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개인의 양심과 집념이다. 뉴 올리언즈의 지방검사 짐 개리슨이 쓴 책을 토대로 암살 사건을 둘러싼 온갖 가정들과 추측들을 다룬다. 케빈 코스트너를 비롯해, 잭 레먼, 조 페시, 토미 리 존스, 도널드 서덜랜드, 마틴 신, 게리 올드먼 등 오스카 상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캐스팅에 원작자 짐 개리슨도 얼 워런 역으로 출연한다. 3시간 30분 정도의 러닝 타임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감독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영화적 재미를 감소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보다는 시사물의 재연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

"C"inematheca 2025.03.18

Plasir - Visa Pour Aimer (1984)

불어는 잘 모르지만 '사랑행 비자'라는 뜻일까? 이것도 매우 유명한 프렌치 그루브. 2010년에 복각이 되어 지금도 주목을 받지만 발매 당시에도 프랑스에서 어느 정도 히트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Plasir는 1970년대 말 '오버드라이브'와 '스타일'이라는 이름의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던 Guy Accardo와 기타를 치던 Didier Accardo 형제가 만든 밴드다. 1982년 싱글 "Fou De Toi"를 발표하고, 84년에 뒤이어 이 곡을 발표한다. 뒤어어 Titus Williams가 부른 영어 버전 "Give Me Some Love Tonight"이 나오는데, 원곡과 분위기는 좀 다르다. 아카르도 형제의 밴드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기 아카르도는 여기서 작, 편곡, 베이스 연주에 보컬과..

"D"iscotheca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