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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ry Woo - How Long (1988)

Baron Samdi 2022. 6. 30. 16:33

Gerry Woo는 굉장히 드문 동양계 Soul/R&B 뮤지션으로 작은 키에 알란 탐과 장국영을 연상시키는 외모, 폭발적인 성량으로 80년대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화제를 모았던 가수다. 1967년생, 필리핀계 (화교로 추정)로 디트로이트의 이민 가정에서 성장해 자연스럽게 모타운 사운드의 팬이 되었고, 스타 발굴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AFN을 통해 한국에서도 방영되었던) <Star Search>를 통해 반짝 스타덤에 올랐다. 1986년(86년, 87년 이견이 있다.) 스타 서치에서 올해의 남자 가수로 선정되면서 폴리도어와 계약해서 음반을 발매했다. 앨범 발표 당시 아폴로 극장 라이브가 유튜브에 있는데, 춤과 노래를 함께 소화하는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제리 우가 백인이었다면 큰 인기를 얻었을 텐데, 마케팅의 실패로 사라져버렸다는 아쉬움 가득한 코멘트들이 많다. 하지만 제리 우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유일한 앨범인 87년작 <Listen To My Heart Beat>의 크레디트를 보면 백킹 보컬에 오드리 윌러에 스티브 하비, 스티브 단테와 같은 유명 작곡가들이 포진해 있어 폴리도어 측에서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마 인종주의의 한계를 넘어 시장 확장을 겨냥한 폴리도어의 베팅이 시기상조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리고 음악 자체의 퀄리티도 그 한계를 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톰들의 세상의 제리처럼, 당시 R&B/훵크 신은 점점 근육과 몸집을 키우며 섹스어필을 하는 마초들의 시대였고, 기껏해야 중학생으로 보이는 동양인이 아무리 다람쥐처럼 재주를 넘는다 해도 백인들이 장악한 메이저 채널은 물론이고, 흑인 라디오를 뚫고 스타가 되기에는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웠을 것이다. 아폴로 극장 영상에서도 대부분의 관객들이 호응하는 가운데, 못 미더운 표정으로 "저 동양인 꼬마가 흑인음악을 하면 얼마나 할까?" 냉소적인 표정으로 지켜보는 일부 관객들의 표정은 많은 감정들을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더 팬들을 탄식하게 하는 장면은 2003년에 Harlemm Lee라고 개명하고 나이도 속여가면서 다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다. 제리 우와 할렘 리가 동명이인인지 알아보는 사람들조차 드물었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바에 따르면 음악계를 떠나서는 실업자 상태였다는데 그 삶이 얼마나 신산했을지는 우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 Harlemm Lee에 대해서는 토니님의 블로그에도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영상 인터뷰까지 다 보시고 포스팅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니 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 주소를 참고하세요.

 

Harlemm Lee - Introducing.. : 네이버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