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 (2016)
무난하게 연출된 웰 메이드 스릴러인데, 감독이 구로자와 기요시라면 좀 더 나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큐어>에서 보여주었던 독특함은 없어지고 TV 드라마처럼 짜인 연출이 보기에는 편하지만 밋밋한 여운이 남는다. 노년으로 갈수록 자신의 세계를 좀 더 고집스레 제시해도 좋았을 텐데. 감독의 이름값은 못한 영화 같다. (★★★)
12. 배틀 로얄 (2000)
후카사쿠 킨지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영화. 홉스적 세계관과 싸이월드식 유치함이 뒤섞여서 일본의 입시 경쟁과 세대 갈등을 비판한다는 메시지 아래, 의미 없는 폭력만 나열하고 있다. 싸이월드에서 유행했던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감옥에 갇혀 어쩌고"하는 문구가 생각나는 영화. (★☆)
13. 프라임 컷 (1972)
리 마빈 주연의 액션 스릴러. 진 해크먼이 마약 유통과 매춘 시설을 운영하는 농장주 겸 육가공업자로 나온다. 인트로는 인상적이지만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유치한 대사와 늘어지는 편집, 평면적인 캐릭터의 개연성 없는 행위들 사이에서 랄로 쉬프린의 음악만 빛난다. 로저 이버트가 무엇을 보고 좋은 평점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
14. 격동의 쇼와사 : 오키나와 결전 (1971)
70년대 일본 영화라면 내가 싫어할 일이 절대 없지만, 중간에 포기했다. 러닝타임이 길기 때문에 그래도 1시간 반은 봤다. 일본 문화의 갈라파고스화는 아마도 반성 없는 전범국가라는 점에서 오는 것 같다. 더 나아가서, 일본 특유의 역사를 '제 멋대로 해석해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감출 수 없다. 오키나와 결전은 천황과 본토를 수호하기 위해, 민, 관, 군이 합심해서 싸웠다는 역사상의 허구를 역사영화를 빌어 설파하고 있다. 여기에 오키나와 민중이 겪은 진실은 가볍게 지워져 버린다. 이런 영화는 제작 자체가 범죄다. (☆)
15. 진 해크먼의 팩케이지 (1989)
비디오 대여점 혹은 토요일 오후 TV에서 해주던 특선영화의 추억이 생각난다. 진 해크먼이 <프렌치 커넥션>의 파파이스를 생각나게 하는 박력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토미 리 존스가 악역을 맡았는데, 이 자리를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탐을 냈었다고 한다. 미소 간 핵군축 협상을 위해 소련 서기장이 시카고를 방문한 가운데, 동독에서는 군법 회의에 회부되기로 했던 죄수 한 명이 호송 중에 사라진다. 자취를 따라가 보니 그 죄수의 신분은 위조된 것이었다. 특히 고르바초프 대역 배우가 인상적이다. 입을 다물면 정말 똑같이 생겼지만 러시아어 대사는 '다, 다' 하나밖에 못해서 재미있었다. 고르바초프 취임 후 미소 간의 화해 무드 때문인지, 미 국내의 극우단체가 악역으로 나온다. 대중성만 놓고 봤을 때는 정말 수작이고, 로저 이버트 또한 똑똑한 스릴러라면서 별 넷을 주었다고 한다. (★★★☆)
'"C"inematheca'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영화 목록 - 5 (1) | 2024.11.13 |
---|---|
2024년 영화 목록 - 4 (1) | 2024.09.21 |
2024년 영화 목록 - 2. (0) | 2024.05.27 |
2024년 영화 목록 - 1. (0) | 2024.04.22 |
2023년 영화목록 - 5. (0) | 2023.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