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계엄령 (1972)
비상계엄 정국에 오랜만에 꺼내본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 계엄령의 무서움은 같은 감독의 영화 <의문의 실종>에 더 잘 묘사되어 있다. 한국어 제목은 <계엄령>이지만 오역이다. <국가비상사태>로 옮겨야 한다. 오역의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닌데, 불어를 하나도 모르는 데도 잘 못 옮겨진 게 느껴질 정도다. 이 DVD를 발매한 프로덕션은 폐업시켜야 할 정도로 오역이 범죄적이다. 기본적으로 상식이 모자란 역자가 복잡한 정치상황을 다룬 영화를 옮기다보니 자막이 이해를 돕기는커녕 이해를 흐린다.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는 굉장히 섬세한 번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내용은 실제 있었던 댄 미트리온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우루과이에서 필립 산토레라는 미국인의 사체가 발견된다. 국제 개발처 직원으로 되어있지만 나중에 정체가 폭로되는데 남미의 경찰들에게 고문역(CIA 블랙요원으로 추정)을 하면서 반정부인사와 노조지도자를 체포, 고문, 암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산토레의 납치범은 우루과이의 좌익게릴라단체 투파마로로 산토레의 납치사실을 인지한 우루과이 경찰들이 투파마로 멤버들을 체포, 사살로 대응하면서 산토레를 구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코스타 가브라스는 피의 역사를 매우 담담하게 기술하면서, 감상자에게 판단을 넘기는 수준높은 연출방식을 선보이는 감독이지만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그리고 매우 객관적인 정보를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훌륭한 영화이므로 강력 추천 (★★★★)
37. 오메가 맨 (1971)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를 극화한 작품. 조지 로메로의 선구적인 작품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물학 무기에 감염당한 대상이 갑자기 검은 망토를 둘러쓴 이교도가 되어버린다는 설정은 지금 시각에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1940년대에 나온 <건 크레이지>보다도 촌스러운 연기와 액션은 손발이 오그라든다. 유일한 장점은 러닝타임이 짧다는 점. CG가 없던 시절이라 도시 하나를 소개하고 찍은 것 같은데 원경에서 차 몇대가 지나가기도 한다. 원작자 리처드 매드슨은 이 영화를 소설과 다르다고 싫어했다고 한다. 역시 소설만 못한 영화. (★)
38. 암흑의 차이나타운 (1989)
제임스 우드와 젊은 시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법정 스릴러물. 시간 가는줄 모르게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전형적인 80년대 미국영화. 차이나타운 살인사건에서 누명을 쓴 한국인 청년을 변호하는 내용인데, 한국인의 이름이 '킴 슈카이'다. 이런 이상한 설정 빼고는 한국어 대사도 꽤 들어갔다. 이런 요소들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한국사람들이 이 영화는 왜 외면했는지 모르겠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변호인>처럼 한때는 신좌파 진영에서 이름을 날리다가 싸구려 마약상이나 변호하는 위치로 전락한 변호사를 갓 로스쿨을 졸업한 젊은이가 감화시켜 한국인 청년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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