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2024년 영화 목록 - 6

Baron Samdi 2024. 11. 25. 14:11

26. 롱 레그스 (2024)

충실한 미장센에 비해 부실한 스토리. 감독이 앤서니 퍼킨스의 아들이라는데 영화계 금수저의 취미생활 같다. 이 영화와 유사한 영화를 꼽으라면 2시간 짜리 오메가 시계 광고라고 할 수 있는 조지 클루니 주연의 <아메리칸>. 1970년대에 나왔다면 컬트 호러로 극찬 받았겠지만, 지금 시대에 와서 이 정도를 보여줄 수 있는 감독들은 많다. 감독이 오컬트 고전들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한껏 멋부리기만 한 영화. (★☆)

 

27. 맨츄리안 캔디데이트 (1962)

62년 영화라 그런지 정치스릴러임에도 매우 지루하다. 그나마 존 프랑켄하이머 특유의 개성적인 연출이 위안이다. 후대의 <본 아이덴티티>, <XIII>에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62년에 제작한 뒤, 주연 프랭크 시나트라가 모든 판권을 사들여 세상에 공개하지 않다가 88년이 되어서야 빛을 보았다고 한다. 이 영화에 얽힌 기묘한 역설이 하나 있다. 영화의 원작인 리처드 콘든의 소설을 좋아하던 존 F. 케네디가 프랭크 시나트라를 설득해 영화화하도록 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대통령 암살장면이 나오고,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바로 1년 뒤에 케네디 암살사건이 발생했다. 아마 이 영화가 오랜동안 빛을 보지 못한 이유는 이런 사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영화 평론가들과 팬들이 꼽는 고전. <세컨드>와 마찬가지로 존 프랑켄하이머의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언뜻 보인다. 예컨대 360도 팬 장면이 그렇다. (★★★)

 

 

 

28. 어톤먼트 (2007)

오랜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 사랑을 방해하는 악녀가 등장하는 로맨스 영화 정도로 생각했는데, 굉장히 깊이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피안이 아닌 차안에서의 정죄와 단죄, 그리고 속죄를 다루고 있다. 원작소설을 보지 않고 영화를 봤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에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로비와 세실리아에게는 결합의 계기가 되고, 브라이오니에게는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한 데에서 이 놀라움은 극에 달했는데, 단어 하나로 극의 분기점을 심어놓은 원작자 이언 매큐언의 언어감각이 그만큼 탁월했기 때문이다. 덩케르크 신도 인상적이다. 국가보조금으로 선전영화를 찍은 듯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의 몽매함과는 다르게, 개인적인 비극과 역사적 상황을 교차시켜 가일층 비애를 자아낸다. 이 영화의 가장 뛰어난 점은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로 멈추었을 브라이오니가 그가 받은 실존적 징벌로 인해 연민을 자아내는 존재로,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나아지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존재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속죄의 기회는 역사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만회할 수 없는, 가차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버린다. (★★★★)

 

29. 벌집의 정령 (1973)

허구헌날 액션, 공포만 보다 예술영화를 보자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 빅토르 에리세의 걸작 스페인 영화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지루하다. 매 컷 하나하나 신중하게 찍은 회화적인 앵글과 유장한 컷들, 알듯 말듯 모호한 메시지들. 이 영화가 난해해진 이유는 프랑코 정권의 검열 때문이고, 실제로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다한들, 누가 이 난해하고 지루한 영화를 견디겠느냐는 당시 검열 당국의 판단도 옳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내 취향이 아닐 뿐, 만듦새가 좋고 확실히 뛰어난 영화인 것은 맞는 것 같다. (★★★☆)

 

30. 나르비크 (2023)

첫 노르웨이 영화인데 인상이 좋지 않다. 왜 넷플릭스가 투자했는지 모르겠다. 전쟁 영화를 이렇게 몰입감 없게 만들기도 힘들다. 후회막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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