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2026년 영화 목록 - 3.

Baron Samdi 2026. 4. 15. 11:19

11. 이즈의 무희 (1974)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원작의 영화. 니시카와 카츠미 감독은 60년대에 요시나가 사유리 주연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가 호리프로의 지원으로 소속 연예인인 야마구치 모모에를 위해 다시 리메이크했다고 한다. 내가 본 것은 리메이크 작으로 원작을 보건, 리메이크작을 보건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연인 미우라 토모카즈와 야마구치 모모에는 나중에 부부가 되었다. <이즈의 무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 "아마기 고개"에서도 언급되는데, 아마기 고개가 이즈 반도로 이르는 관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중에 영화화된 <아마기 고개>와 로케이션이 겹치기도 한다. 영화사적인 걸작은 아니지만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미학이 살아있는 영화로 우리로 치면 "소나기" 정도에 해당한다고 할까. (★★★★)

 

12. 언터처블 (1987)

넷플릭스에서 발견. 어렸을 적 매우 좋아했던 영화인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면 유치할 줄 알았다. 하지만 명작은 명작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봤다. 80년대 영화 특유의 유치한 연출, 비현실적인 설정, 개연성 부족 같은 흠이 있기는 하지만 대중 영화로서 이 정도면 매우 탁월한 작품 아닐까 싶다. 크레딧부터 쟁쟁한데 감독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각본은 <호미사이드>의 데이빗 마멧, 케빈 코스트너, 숀 코너리, 앤디 가르시아, 로버트 드 니로,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 <전함 포템킨>을 오마주한 역사 계단 총격 신과 야구 배트 신이 유명하다. 어릴적, 비디오 대여점 시기의 영화들은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로서 2시간 동안 아무 생각없이 충만한 기운을 줬는데, 요즘 영화에서는 이런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무슨 연유에서일까. (★★★☆)

 

13. 브레이크다운 (1997)

보스턴에서 샌디에이고로 향하던 부부가 차가 고장나 도움을 청하던 중, 먼저 트럭을 타고 떠난 아내가 증발하면서 찾아나서는 추적 스릴러. <터미네이터 3>의 조너선 모스토우가 감독하고 커트 러셀 주연의 영화다. 넷플릭스에 떠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옛날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재미있게 빌려 본 기억만 있어서 다시 봤는데, 1시간 반 동안 롤러 코스터 같이 숨쉴 틈없이 몰아치는 액션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락 영화로서 이 정도의 수작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백우즈 호러에 <매드 맥스>를 가미한 듯한 탁월한 액션 연출로 눈이 즐겁다. 97년작이라고 하기에는, 이 영화의 발끝조차 못 따라가는 요즘 액션 영화들에 비해서도 신선하다. (★★★★)

 

14. 스카페이스 (1983)

힙합 가수부터 갱스터 두목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범죄영화 걸작. 나는 특히 제국을 일으키고 몰락하는 범죄자의 허망한 일생을 보여주는 연대기적 구성에 사족을 못 쓰는 편이다. <브레이킹 배드>의 초인종 할아버지가 나왔다고 해서 다시 봤는데, 여전히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더 충격은 꽤 미남자로 나온 매니 역의 스티브 바우어가 <브레이킹 배드>에서 늙고 추한 돈 엘라디오로 나왔다는 점이다. <브레이킹 배드>의 제작자 빈스 길리건은 이 영화를 숭배하고 캐스팅에서도 크게 참고하기는 했지만, 이 영화의 경지는 따라오지 못했다고 본다. 이 영화는 적어도 역사와 사회의 흐름에 조응하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하는 인간 군상들이 있고, 각본에서 고전주의적인 면모들도 비치기 때문이다. <맥베스>를 연상시키는 성격비극으로서 토니 몬타나를 부상시키고 추락시키는 것은 오로지 그의 성격이다. 그리고 그 성격의 변화는 상황의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이 영화의 오프닝을 좋아하는데, 마치 로버트 러들럼의 <본 아이덴티티>의 해변에 밀려온 생존자처럼, 카스트로에게 쫓겨 마리엘 항구에 밀려온 또 하나의 로빈슨 크루소 신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리엘 보트리프트가 역사가인 올리버 스톤의 아이디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당시 스톤은 마약에 쩔어 촬영에 방해가 되는 형편이었고, 정작 이 아이디어는 드 팔마 이전에 감독 물망에 올랐던 시드니 루멧에게서 왔다고 한다. (★★★★★)

 

15.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1993)

브루스 윌리스, 사라 제시카 파커 주연의 피츠버그를 배경으로 한 경찰 스릴러물. 연쇄살인범의 정체로 경찰을 지목하자, 대대로 경찰 집안이던 경관이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받다 진범을 찾는다는 내용. 대중오락물로 이 정도면 욕 먹을 정도는 아닌데 왜 이리 평점이 낮은지 모르겠다. 나름의 반전 연출도 괜찮고 카 체이싱이나 보트 체이싱 연출도 흥미진진하다. 몇 군데 전개 상의 허점도 보이지만 기내 영화나 비디오 렌탈 용으로는 손색없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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