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람보 - 퍼스트 블러드 (1982)
PTSD를 겪는 명예훈장 수훈자 그린베레가 시골마을을 싹쓸이한다는 내용. 유명한데 이제껏 보지 않은 영화들은 다 이유가 있더라. 아마 그 시절에는 '인간 병기' 개념이 생소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왜 이 영화가 인기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촬영과 편집은 쓸데없이 고퀄이라 위로가 되었지만 어색한 연기, 황당한 감정선, 개연성 없는 전개 등을 봤을 때, 옛날 TV에서 해주던 반공 드라마 <배달의 기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도 늘 나오는 인품 좋은 상관에 감화되어 사고 치던 문제 병사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주저리주저리 내뱉는 내용이 많은데 인물과 배경만 바꿔놓은 수준이다. 왜 좋은 연출을 이런 서사에 낭비했을까? 그러나 적어도 메이저 흥행작이라 못 볼 정도는 아니다. (★★)
22. 워머신 - 전쟁기계 (2026)
아직도 내 가슴에 소년이 살아숨쉬는지 몰랐다. 전형적인 옛날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의 서사인데 2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전개해 나간다. 훈련을 하던 레인저 부대에 미확인 외계로봇이 낙하해 부대원들을 무차별 살상하자, 추격을 피해 다니며 약점을 찾아 응징한다는 내용. 장거리 비행이나 타임 킬링용으로 적격인 영화다. 이런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미국 모병제의 위기일 것이다. 이 영화는 명백한 육군 레인저 대원 모병 비디오지만 거부감을 주는 선전 요소들도 줄이고 전투의 처절함도 함께 보여줬다는 점에서 영리한 제작방식이라고 본다. (★★★)
23.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 (2018)
나는 테일러 쉐리던 각본의 영화들을 좋아한다. <시카리오> 시리즈는 다 봤어도 다시 꺼내보게 된다. 이 시리즈의 단점은 오로지 3부작이 아니라는 점이다. 3부작으로 완성시켜 주던가 계속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한 컷 한 컷 아껴볼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 미국만세물이라는 조롱섞인 선전영화와 이 시리즈가 다른 점은 제국의 힘과 함께 그 내부의 모순까지 비추고 있고, 치열한 리얼리즘이 허다한 선전영화의 위치로 전락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톰 클랜시도 이런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아마 언젠가 또 볼 듯. (★★★★)
24. 요괴헌터 히루코 (1991)
벌써 3번째 다시 보는 영화. 호불호가 급격하게 갈릴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컬트 호러. 의외로 왓챠나 웨이브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원작의 <요괴 헌터 히루코>를 영화화했다지만 <고시키>에 나오는 이자나기 신화를 토대로 새로 각색했다. 그래서 원작의 고고학적 박식함보다는 현란한 액션에 비중을 두었지만, 저예산 특수효과가 기이함을 더욱 배가시킨다. 오바야시 노부히코의 <하우스>에 별 거부감이 없었고 이상한 것들을 좋아한다면 여름밤에 보면 좋을 영화다. 나는 특히 츠키시마 레이코의 노래 신을 좋아한다.
25.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2015)
두번째 찾아본 영화. 후속작 <데이 오브 솔다도>가 간명하고 따라가기 쉬운 서사의 장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촬영과 편집 면에서 훨씬 더 수준 높은 연출을 보여준다. 드니 빌뇌브의 연출력이 빛을 발해 이런 장르에서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리처드 플레이셔가 보여준 바처럼, 예술 영화의 문법을 가진 대중 영화 같다. CIA 현장 공작관들과 불법적인 일을 대리하는 사냥개들(<어느 경제 저격수의 고백>에서는 '자칼'로 불린다.) 국내 작전에서 중요한 일에서는 배제되어 들러리만 서는 FBI 요원들이 뒤얽힌 막장 행태를 보여준다. 냉전기에 앨런 J. 파큘라의 <암살단>이 있었다면, 포스트 냉전기에는 <시카리오>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또다시 볼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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