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2026년 영화 목록 - 6.

Baron Samdi 2026. 6. 10. 14:45

26. 뮤직박스 (1989)

두 번째 본 영화. 시카고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 앤 탤봇(제시카 랭 분)은 어느 날 헝가리 정부로부터 억울하게 전범 혐의를 받고 있는 아버지의 변호를 맡기로 한다. 아버지 마이클 라즐로는 헝가리 이민 1세대로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가장이었다. 증거가 부재한 가운데, 온갖 증언들은 마이클 라즐로는 신분을 속이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그의 정체가 극우 파시스트 화살십자당의 행동대장이자 학살자 미쉬카 라즐로임을 가리키고 있다. 앤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변호를 맡지만, 점점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 앞에 흔들리고 만다. 코스타 가브라스의 영화들은 주기적으로 다시 보게 된다. 식자들은 켄 로치의 영화들을 높이 평가하던데 나는 그의 영화보다는 가브라스의 영화가 예술적으로 보나, 기술적으로 보나 더 높은 성취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은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로저 이버트를 비롯한 미국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실패로 규정하고 혹평했다. 왜 그러는지는 알 것 같다. 이 영화 후반부에 역사적 진실과 아버지에 대한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던 앤과 아버지의 충돌이 매우 신파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 범죄와 단죄를 형상화함에서 이보다 정직하고 간명하게 그려낸 영화들이 몇이 있는가? 평론가들은 결과적으로 타인의 재능에 기생해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가 각본과 연출 사이에서 얼마나 선을 잘 지키고 있는가는 아마 그들에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안락의자에 앉아 훈수나 두는 평론가들 따위에게 비난받고 묻힐 수준의 영화는 단연코 아니다. (★★★★☆) 

 

27. 헌터 킬러 (2018)

바렌츠 해에서 미국 원자력 잠수함이 격침되고 무르만스크 만 해군 기지를 방문한 러시아 대통령은 억류당한다. 미국은 새로운 원자력 잠수함을 투입하고 정찰을 나갔던 네이비 실 대원들에게 러시아 대통령 구출 임무를 맡긴다. 2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만한 인플라이트 무비가 없을 것 같다. 극장에서 보면 포격 장면이나 대잠 작전 등이 더 박력 있게 구현되겠지만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는 그런 영화. 역시나 2차 시장에서 선전했다고 한다. (★★★☆)

 

28. 마인드 헌터 (2004)

외딴 섬에 훈련을 간 FBI 훈련생들 가운데 연쇄 살인마가 끼어있고, 섬에서 한 사람씩 희생당한다는 내용. 크리스천 슬레이터, 발 킬머, LL 쿨 J 등이 나온다. 한 마디로 말해 고문용 영화, 레니 할린의 졸작. 개연성 부족을 2000년대 영화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편집으로 메운다. 슬로 모션, 익스트림 클로즈 업, 페이크 점프 스케어 등 할 수 있는 기교는 다 부리지만 정작 내용이 없고, 반전이 50개 이상은 되는 것 같아 보기에 피곤하다. 누가 범인으로 지목되면 모두가 총을 겨누는 식으로 관객들에게 혼동을 주려다 짜증만 안겨 주는 영화다. 누가 틀어줘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처참한 수준의 연출. 나처럼 불행한 희생자가 없도록 얼른 넷플릭스에서 내려가야 한다. (★)

 

29. 담뽀뽀 (1985)

이타미 주조의 영화는 처음인데 80년대 영화라고 하기에는 스타일리쉬하고 감각적이다. 미식과 면식에 미친 사람들이라면 필히 좋아할 영화. 지나가던 트럭 운전사가 과부가 운영하는 맛없는 라멘 가게를 컨설팅해서 줄 서는 맛집으로 탈바꿈한다는 스토리에 무협과 웨스턴의 문법을 가미했다. 보면서 '스파게티 웨스턴'을 비틀어 '라멘 웨스턴'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영화 개봉 당시에 홍보 문구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2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었고 보는 내내 많이 웃었다. 이타미 주조는 타이트 컷을 잘 쓰고, 아이리스 아웃, 셰이프 와이프 등 현란한 기법들을 응용하는데 전혀 위화감이 없다. 내가 이런 테크닉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감독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작위성 때문인데, 이타미 주조는 이런 기법조차 없어서는 안 될 것인 양 녹여버린다. 대단한 솜씨의 영화다. 주연은 이타미 주조의 아내 미야모토 노부코. 젊은 시절의 와타나베 켄을 볼 수 있다. (★★★★★)

 

 

30. 더 라이트 : 악마는 있다 (2011)

엑소시스트 최후의 속편 같은 영화로 <검은 사제들>에도 영향을 주었음직한 장면들이 보인다. 다음이 궁금하지 않은 평범하고 무난한 연출과 각본 속에서 오로지 앤서니 홉킨스의 열연만이 분투한다. 빙의된 역할의 이탈리아 배우들도 연기를 잘 하지만 라틴어, 이탈리아어 대사를 넘나드는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만이 인상적이다. 이쯤되면 앤서니 홉킨스 치매 방지 영화라고 할 만하다. 호러를 이해하지 못하는 감독이 호러를 찍다 보니 점프 스케어 같은 재주와 조명만 어둡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공포영화 팬으로서는 못볼 정도는 아니나 또 보고 싶지 않은 졸작. (★)

'"C"inematheca'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6년 영화 목록 - 5.  (0) 2026.05.20
2026년 영화 목록 - 4.  (0) 2026.05.04
2026년 영화 목록 - 3.  (0) 2026.04.15
2026년 영화 목록 - 2.  (0) 2026.03.30
2026년 영화 목록 - 1.  (1)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