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katology

R.I.P Maurice White (1941~2016)

Baron Samdi 2016. 6. 25. 10:51
대개 뮤지션들의 부고는 귀찮아서라도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는 편이지만 모리스 화이트의 부고는 뭐라도 한 마디 덧붙여야겠다. 왜냐하면 모리스 화이트야말로 20여년 전, 아무 생각없이 살던 초딩 하나를 훵크의 열락으로 이끄신 분이기에 그렇다. 그의 동생인 버딘 화이트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부고를 시작으로 소울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매체들과 소셜 미디어에 그의 사망을 애도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버딘 화이트가 밝혔듯이, 모리스 화이트는 음악 작업에서는 그야말로 "투철한 완벽주의자"였다. 아마 그의 사망 원인인 파킨슨 병도 어찌 보면 음악에 대한 과도한 열정과 몰입,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흑인들은 흥이 많아서 음악을 잘한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에 이 말만큼 인종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언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훵크야말로 흑인들의 가혹한 역사적 현실과 제반 문화생활의 총체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고, 이를 제대로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굉장한 노고가 수반되는 것이다. 이를 도외시하고는 훵크를 이해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심지어 '흑인성', '흑인다움'을 강조하는 흑인 민족주의자들도 이런 신화들에 쉽게 빠져드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부 몰지각한 록 지상주의자들에게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라는 밴드가 이지 리스닝 디스코 팝 밴드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각은 록 음악은 시대의 저항을 담고 있고, 훵크는 사랑과 섹스, 마약만을 노래한다는, 우리 시대 대중음악계에 널리 퍼진 그릇된 통념에 굴복하는 동시에, 음악에 대해서는 쉴새없이 떠들어대지만 정작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무감각한, 좀 더 심한 표현을 쓰자면 무지의 소치라고 본다. 절대로 쉽게 들리는 음악이 쉽게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20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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