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친지들을 위한 추천 리스트 혹은 졸작/ 망작을 피하게 만들기 위한 가이드라인입니다.
걸작과 졸작을 보기 편하게 갈라주는 평점
* 감독님들의 노고에는 응당 경의를 표하지만 재미를 위한 무례함에 양해를 구합니다.
5점 : 내가 인정하고 하늘이 인정하고 땅이 인정하는 걸작
4점 : 내 인생의 영화, 나만의 컬트 클래식
3점 : 재미있고 추천할 만한 영화, 최고!
2점 : 졸작. 보겠다는 사람 억지로 말리지는 않음. 남들은 재밌다 하지만 난 좀 그런 영화
1점 : 기본기부터 다시 배워야 할 영화 혹은 인종주의, 제국주의, 서구중심주의에 찌들어서 좋은 세상에서는 보지 말아야 할 영화
1. 더티 해리 2 - 이것이 법이다.
<더티 해리>시리즈는 재미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더티 해리 시리즈 중 최고를 꼽자면 그것은 단연 1편이다. 워낙 이 방면의 대가인 돈 시걸이 1편의 연출을 맡았기도 하지만 악역을 맡은 데이빗 소울은 전편의 존 라취보다 파괴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다. (대중 오락영화에서 이런 면을 찾는 것은 난망한 일이지만) <더티 해리>시리즈가 보여주는 사회적 메시지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경찰 조직은 관료주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개인이 궁지에 몰린 사건을 타개해 나가는 모습,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공화당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흔쾌히 역할을 자임할 캐릭터가 아닐까? 여기에는 어디에도 우정이나 연대, 협력이 들어설 여지는 없어 보인다. 내가 사건을 해결하다 못 해결하면 책임지고 죽으면 딱 그만이다. 다만 재미만은 당시에 만들어진 오락영화 치고는 탁월하다. 단 1편보다 덜 재미있을 뿐. 3점(참고로 1편은 4점!)
2. 미드나잇 킬러
호러 영화의 대가 마리오 바바의 아들 람베르토 바바의 86년작. 호랑이 아버지에 개 아들 없다는 데 영화가 왜 이모양인가. "타잔 보이", "밤밤비나" 싸구려 이탈로 디스코를 연상시키는 졸작. 1점
3. 풀 메탈 자켓
이제껏 월남전을 주제로 한 영화 중에서 단연 최고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는 교재로 쓸 만한 가치가 있다. 5점
4. 여필살 오단권
일본 B급 영화의 팬으로서 보지 않을 수 없는 영화. 옛날 조악하게 인쇄한 해적판 일본 만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주인공 나카가와 기쿠로 나오는 시오미 에츠코는 액션과 리얼리티를 위해 미모를 희생한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다. 집안의 귀염받는 고명딸, 밖에서는 무림 고수라는 코믹한 설정. 예전에 우리 대중문화 또한 그러했듯이 흑인을 먼 타지 나와 고생하는 불쌍한 존재로 그려내는 점이 흥미롭다. <여필살권> 시리즈에서는 한국풍 풍속업소가 자주 나오는데, 70년대만 해도 가야금, 판소리, 부채춤 등을 공연하면서 유흥을 제공하는 곳이 일본에 많았던 모양이다. 이때 70년대 일본에 유학하고 전통무용을 배웠다는 김재철의 여인 J씨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3점
5. 실종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임신한 아내 샤론 테이트가 유명한 연쇄 살인마 찰스 맨슨 일당에 의해 살해되었고 미성년자에게 몹쓸 짓을 해서 스위스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아무리 대중적인 영화라고 해도 기괴한 세계 속에 내던져진 개인의 당혹과 불안을 그려내며 심오한 여운을 남긴다. 파리에서 아내를 잃어버린 한 남자의 좌충우돌을 그린 이 영화는 미국 스릴러 영화의 프랑스 희극의 페이소스를 가미한 독특한 영화다. 특히 <007 뷰투어킬>로 유명한 그레이스 존스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Libertango"를 재해석한 주제가 "I've seen that face before"는 광고음악에 쓰이기도 해서 팝 음악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거의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유명한 곡이다. 오히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묻히는 느낌. 덧붙여 섹시하고 도도한 매력을 보여준 에마뉘엘 세이너가 로만 폴란스키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고금의 모든 여성이 남성의 외모보다는 능력을 높히 평가한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연출"을 열심히 잘 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부여! 3점
6. 글렌게리 글렌로스
총칼없는 스릴러! 각본도 좋지만 잭 레먼의 연기는 너무도 탁월해서 일부러 imdb에서 검색해 보기도 했다. 케빈 스페이시와 에드 해리스 등의 연기가 오히려 압도당할 정도였다. 남들 앞에서는 번듯한 모습과 달콤한 화술로 살아가지만 치열하고 숨막히는 실적 경쟁에 내던져진 아서 밀러의 창조 이래 가장 미국적이고도 비참한 직업이 되어버린 세일즈맨의 비정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영화사, 연극 역사에도 남을 만한 명작이고 지루할 것이라 예단하지 말고 필히 감상해 보시길....5점
7. 더티 해리 3 - 집행자
마초 형사와 우연히 교통계에서 발령받은 여형사가 파트너를 이루어 성적 편견을 극복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스토리는 유하 감독의 근작<하울링>(송강호, 이나영)을 비롯해 많은 대중 오락영화에서 변주된 바이다. 어쨌든 괴상하게 엮인 두 남녀는 시민혁명단이라는 아무런 목적없는 괴상한 무장단체와 조우하는데, 이들은 오로지 폭력을 위한 폭력만을 일삼는 자들이고 예의 매그넘으로 처절하게 응징당한다. 예전에 소개한 다큐로 미국 무장단체 웨더맨 그룹을 다룬 <웨더맨 언더그라운드>의 반대항에 있는 영화로 미국 신좌파 까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의 서부극이 판초 비야를 그리듯이, 혁명 투사는 멍청한 도적떼가 된다. 아쉬워라...이 불우한 시민혁명단도 무기만 버렸다면 FBI가 대학 교수 자리도 주고 나중에는 문화 비평가가 되어 베스트 셀러 책도 써냈을 것을...3점
8. 가늘고 푸른 선
테렌스 멜릭의 악명높은 (걸작) 전쟁영화를 떠올리면 곤란!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권하는 작품. 에롤 모리스의 고전이다. 다큐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반 영화팬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다큐를 공부하는 사람은 필히 봐야 할 작품, 특히 재연 씬은 정말로 탁월하다. 다큐를 통해 한 사람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줌으로써 다큐의 현실적 영향력을 확인하게 만든 영화. 그러나 좀 지루하므로 점수는 짜다! 3점
다음은 일부러 찾아보실 분이 계실까봐 앞서 말한 그레이스 존스의 곡!
(201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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