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스타워즈4 - 새로운 희망 (1977)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대담집 <신화의 힘>에서 조지 루카스의 스카이워커 랜치에서 놀다온 것을 자랑삼아 얘기하듯, 스토리 구성 면에서 조셉 캠벨의 영향이 짙다. 루카스 또한 캠밸의 책 <천개의 얼굴을 가진 영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순진무구한 시골 청년이 역경을 딛고 대마왕으로부터 공주를 구원하여 그 이후로 오랫동안 잘 살았다는 얘기에 엄청난 물량의 SFX효과들로 뻥튀기한 이 영화는 아주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담으로 치부하기에는 짚고 나가야 할 문제점이 있다. 자금난에 빠진 루카스를 구원한 것은 20세기 폭스사의 갑작스러운 투자 결정이었는데, 아마도 이 영화가 단순히 훌륭한 상업 영화일 뿐 아니라 냉전기의 대중에게 한나 아렌트의 미국 특허 발명품인 "민주주의 vs. 전체주의" 구도가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미국식 민주주의의 영상 교보재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느 순간 자국의 대중 문화가 효과적인 프로파간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일찍부터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바로 이 영화야말로 아마도 당국이 찾던 그런 영화였을 것이다. 핍박받는 민중의 삶은 사상되고 오로지 영웅과 영웅이 자신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자 결과인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에서 냉전기의 향수를 느끼게 되다니... 한가지 더, 미국 시트콤 <70s Show>에서 관객들이 <스타워즈>를 처음 보고 경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70년대에 <아바타> 이상이었다.
50. 스타워즈5 - 제국의 역습 (1980)
루카스의 스승이었던 어빈 커쉬너가 감독을 맡았고 가장 팬이 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 물론 나도 5를 가장 좋아한다. 추격신에 나타나는 효과들은 지금 보아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51. 스타워즈6 - 제다이의 귀환 (1983)
제다이가 시스와 다스 베이더라는 두 대마왕을 물리치고 공주를 기껏 구원하여 남주면서 우주의 평화는 찾아온다. 생산력이 고도로 발전된 단계에서 투쟁은 희소 자원이나 생산 수단이 아닌 권력, 그것도 아주 추상적인 형태의 권력을 둘러싸고 일어난다. 이는 매우 어버이연합적인 시각임은 맞지만 지배 계급의 그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그런 척 할 뿐이다.
52. 스타워즈 - 다큐멘터리
이 진정 수공예적 SF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보고 싶다면....
53. 지옥의 묵시록 : 리덕스 (1979)
영화사의 만신전에서 어서 삭제해야 할 쓰레기 영화. 코폴라의 졸렬한 인종주의적 시각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영화를 훌륭한 반전 영화라고 치켜 세운다면 그것은 세 가지 이유를 댈 수 있는데, 첫째로 영화가 보여주지 않는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탁월한 심안을 지닌 영화 감상계의 마에스트로이거나 둘째로 제1세계 비평가들의 찬사를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에 불과하거나 마지막으로 단단히 미친 것임에 틀림없다. 이 영화에 따르자면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한 것은 베트남 민중들의 독립에 대한 의지가 미국의 무능함이 가져온 패배 때문이 아니라 베트남이 더럽고 무서워서다. 그곳은 고상한 문명인들을 야만으로 물들여버리는 악마의 수렁같은 곳이다. 미국은 베트남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고 세계 평화를 바라서가 아니라, 동양의 미개한 원숭이들이 쌀밥을 줏어먹는, 맥도날드와 코카콜라도 없이 사는 암흑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원작인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 콩고의 야만성과 벨기에 지배의 야만성을 아우르는 양비론적 시각을 가졌다면 나는 이 영화는 철저하게 인종주의/제국주의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54. 수라설희 (1973)
오즈 야스지로만큼이나 일본적인 영화이면서 야스지로의 영화와는 대극을 이룰 법한 영화다. 퀵 줌을 이용한 감정표현을 위시해서 독특한 영상미를 구사한다. 기모노를 입은 여검객의 복수극 위로 흐르는 '에레지'는 다소 신파이나 강렬한 영상미가 상쇄하고도 남는다. B급 영화 팬들에게 강추하는 영화!
55. 스타워즈1- 보이지 않은 위험 (1999)
4,5,6에 비해 CG는 화려하지만 이것을 "스펙타클"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스펙타클"이란 어쩌면 화면의 이면에 켜켜이 쌓인 노동을 유추할 때 생기는 감정이 아닐까? 요새 게임의 인트로도 이것보다는 낫던데...
56. 스타워즈2- 클론의 습격 (2002)
그냥 볼만하다.
57. 스타워즈3- 시스의 복수 (2005)
왕, 여왕, 공주 이따위를 좋아하면서 얼어죽을 민주주의인가!
58. 수라설희2 (1974)
수라설희 시리즈는 1편으로 끝이다. 더 이상은 없다.
59. 진달래
이 영화가 좋았다고 한다면 아주 괴악한 취미라고 할 것이나 한번이라도 복학생으로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가슴깊이 공감할 것이다. 특히 <세인트 엘모의 열정>에나 나올 법한 화사한 후배들과 유리되어 진달래의 신을 따라, 산철쭉 등을 벗삼아 복학생들의 낙원으로 날아갈 때, 어찌 눈물을 감추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생에서 특정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만이 감응할 수 있는 그런 예술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예술은 탁월함이 아닌 내밀함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60. 중국대장정
미국과 중국의 합작 다큐멘터리로 KBS 방영작. 모택동과 대장정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으며, 현대 중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필히 보아야 할 걸작 역사다큐.
61. 김전일소년 사건부 - 흡혈귀전설 살인사건
캇츈의 카메나시 카즈야가 소년 김전일로 나온다. 신주쿠 노상의 호빠 광고에서 본 듯한 얼굴이면서 고 여운계 선생을 닮은 카즈야를 보고 이 사람도 아이돌인가? 의아하긴 했지만 문화는 상대적이라 일본인들도 한국 아이돌을 보고 저런 자연사 박물관에 계실 분이? 할 줄도 모르겠다. 어쨌든 미유키가 우에노 쥬리라면 없던 추리도 생겨날 것이며, 추리가 없다면 <점과 선>의 토리카이처럼 뛰어다닐 듯.
62. 헬하우스의 전설 (1973)
잘 만들어진 저예산 고딕 호러. 한 부자의 제안을 받은 세 남녀가 귀신이 출몰하는 한 저택에서 지내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63. 블랙 레인 (1989)
어쩌면 <러시 아워> 시리즈의 원형이 되는 영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두 형사의 이야기. 그러면서도 동양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지가, 그리고 그들이 동양을 바라보는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다. 물론 재미는 있지만. 그들에게 일본은 신비하고 불가해함으로써 매혹적인 나라겠지만 일본이 동양을 떠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서구 문화가 실시간으로 수입되고 18세기부터 서구에 영향을 끼쳤던 나라가 무슨! 일본의 안성기, 다카쿠라 켄과 재일교포로 요절한 마츠다 유사쿠의 출연이 반갑다.
64. 카산드라 크로싱 (1977)
감독은 <형사 코브라>의 조지 P.코스마토스. <형사 코브라>는 이제껏 영화를 보면서 인트로만 보고 꺼버린 유일한 영화다. 역시나 열차 스릴러라고 하는데 극의 호흡이 아가사 크리스티보다 떨어진다.
65. 셔터 아일랜드 (2010)
'세상이 미친 건가, 내가 미친 건가"류의 영미권 포스트모던 개똥 철학의 영향이 짙은 영화. <택시 드라이버> 이외의 마틴 스콜세지 영화에 대한 내 평가는 항상 인색했다. 그러므로 이 영화 또한 패스! 재미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매력적인 영화는 아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정말 뛰어나다. 그는 21세기의 더스틴 호프만이다.
66. 다크 나이트 (2008)
슈퍼맨과 배트맨의 차이는 마징가와 패트레이버의 차이가 아닐까? 배트맨의 매력이 잘 살아난 영화.
67. Passing It On
블랙 팬서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조금 지루하다.
68. 긴 이별 (1973)
엘리엇 굴드가 사립탐정 필립 말로우로 나오는 레이먼드 챈들러 원작의 하드보일드 추리물. 특히 초반에 필립 말로우가 고양이에게 밥주는 장면은 압권! 삽입된 음악도 뛰어나다.
69. 빠삐용 (1973)
수용소라는 것은 전체주의에 대한 은유이자, 개인과 사회의 대립을 극단화한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이 공동 주연을 맡았다. 스티브 매퀸의 꿈 속에 나오는 "시간을 낭비한 죄"는 군대 정훈교육에서 즐겨 인용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원래 수용소 문학은 레지스탕스 경험을 지닌 프랑스 문인들이 시작했으나, 소련의 황장엽인 솔제니친 같은 작자들 덕택에 대중들에게 겁을 주고 자유, 그것도 아주 추상적인 자유를 옹호하는 데 효과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후 <백야>와 같은 영화에서 이 "자유"는 "발레"라는 고급예술과 결합하여 더욱 반동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영화는 재미있으나 <쇼생크 탈출>과 같은 잔재미는 없고 무엇보다도 낡았다. 나는 고전으로 인정할 수 없다.
70. 제로의 초점 (1961)
역시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을 극화한 작품.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시대를 앞선 세련된 추리물이다.
71. 특근 (1985)
<택시 드라이버> 다음으로 좋아하는 영화. 실존주의 스릴러라고 해야 하나....
72. 어떤 나라 (2004)
<천리마 축구단>을 연출한 대니얼 고든의 또 다른 작품. 아직 <천리마 축구단>을 보지 못했는데 세련된 편집과 구성이 돋보이는 다큐다. 원제는 <State of Mind>, 굉장히 중의적인 제목이다. 마음가짐을 의미하면서 마음 속의 나라 혹은 정서의 나라를 의미하는 것 같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 속에서 오히려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었으며 가부장적 온정주의에 기반한 통치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마음가짐은 미국의 침략에 대한 공포와 장군님에 대한 말 그대로의 '경애'이다. "저는 장군님만 믿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가짐을 통해서 나라를 이룰 수가 있었다. 즉 마음가짐 그리고 그 마음가짐으로 만들어진 나라. 원제가 너무 좋은데, 생뚱맞게도 이상한 이름이 붙었다. '어떤 나라'라니? 우리가 인정할 수 없는, 어쩌면 나라라고 인정하기도 힘든 무언가라는 우파적 시각이 반영된 제목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다큐에서 더 이상 제국주의적이지 않게 살아간다면 한 사회는 어떠한 양상을 띨까 하는 의문에 대해 조금은 해답을 얻은 듯 하다. 이것은 우리가 부정하고 싶어하고 부정하고 있는 말소된 현재이다. 빠삐용이 대변해주듯 "자유"는 소중할 테니까...
(20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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