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박쥐성의 무도회 (1967)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뱀파이어물. 인물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롱샷의 빈번한 사용과 빠른 전개, 과장스러운 몸놀림은 채플린 류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전제적인 미장센과 스토리 구조는 고딕 호러물을 따르고 있다. 아브론시우스라는 괴짜 교수가 트란슬바니아 지방을 여행하다가 본 크롤록 백작이 사는 마을을 방문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뱀파이어는 서구에서 자본가와 지주 등 지배계급의, 그리고 흡혈은 착취의 은유이기도 하다. 공포가 지배하는 마을 위로 고립된 성, 그리고 그 성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고 소문 만이 떠돌 뿐이다. 그러나 요즘 <트와일라잇>같은 뱀파이어물을 보면 계급에 대한 은유가 점차 인종적인 의미로 탈바꿈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지배계급이 주는 공포에서 나오는 위험성을 뭔가 선천적이고 내재적인 미지의 연인이 주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해석해 놓은 것 같다. 고전을 재창조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본연의 의미를 너무 퇴색시켜 버린 것 같아서 요즘 유행하는 뱀파이어 물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이런 영화야말로 진정한 뱀파이어 영화다. 4/5
47. 가프 (1982)
굉장히 지루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굉장히 사랑스러운 영화. 오로지 감독이 <스팅>, <내일을 향해 쏴라>의 조지 로이 힐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았는데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영화였다. 글렌 클로즈는 종군 간호원 시절, 의식 없이 발기 상태만 유지되는 부상병을 통해서 아들 가프를 얻는다. 가프의 어머니는 책을 써서 졸지에 페미니즘 운동의 지도자가 되고 남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공동체를 꾸린다. 어쩌면 <가프>는 존 리쓰고우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괴상한 배역을 맡은 영화가 아닐까 싶지만 괴상한 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잔잔하고 유머러스하고 따스한 영화. 4/5
48. 똑바로 살아라 (1989)
결론은 모든 것은 불쾌지수 때문이라는 게 이 영화의 요지인 듯 한데 평론가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스타일리쉬한 영상 감각은 인정하지만. 2/5
49.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81)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소설에서 묘사와 문체가 주는 모든 장점을 포기한다는 말도 되지만 그 공백이야말로 연출자의 생생한 힘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소설들이 영화화되는 것이 아닐까? 당시에 나온 영화치고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더불어 탄탄한 구성의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또 하나. 금보라의 미모는 후시녹음에서야 빛을 발한다는 점. 3/5
50. 플라잉 킬러 Q (1982)
영구 아트무비의 초기작을 연상시키는 조악한 특수효과로도 얼마나 사람들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가를 몸소 보여준 영화. B급 영화와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대부 래리 코헨의 연출. Q는 아즈텍의 신, 케찰코아틀을 뜻하며 날아다니는 뱀의 모습으로 뉴욕시에 나타나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데이빗 캐러다인과 '샤프트' 리처드 라운트리가 출연해서 Q를 추적한다. 빌딩 숲에 나타난 <조스>라고 하면 될까. 3/5
51. MB의 추억 (2012)
황송하옵게도 감독님께서 하사하신 티켓으로 보았기에 악평은 자제해야 할 영화. 사실 악평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이 영화는 캐릭터가 9할은 먹고 들어간다. MB라는 탁월한 페르소나가 있었기 때문에 이 웃픈 정치 코미디가 탄생할 수 있었다. 3/5
52. 세라복과 기관총 (1981)
오직 야쿠시마루 히로코 팬들을 위한 영화. 여고생이 야쿠자 조직을 물려받아 좌충우돌하는 얘기로 H.O.T 주연의 <평화의 시대>. 젝스키스의 <세븐틴> 정도가 이 영화와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이다. 0.5/5
53. 서칭 포 슈가맨 (2012)
감동적인 뮤직 다큐멘터리. 일평생을 막일만 해온 노동자 가수 로드리게즈. 미국 판매량은 6장에 불과하지만 남아공에서는 권위주의적 정부에 저항하는 남아공 백인들에게는 슈퍼스타였다. 뛰어난 음악성만 남긴 채 무대 위에서 분신자살했다는 소문만 들려오고 남아공의 음악팬들이 로드리게즈의 행적을 추적한다. 뛰어난 뮤지션이 행운을 만나지 못하고 역사 속에 묻혀버린다는 얘기는 그 불운에 대한 아쉬움과 연민 때문에 대중 문화 속에서 반복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얘기를 담고 있는 롭 볼마, 파블로 카예호의 만화 <블루스 맨>도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으로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MB의 추억>과 유사하게 캐릭터빨이 9할이지만 촬영과 구성에 공을 많이 들였고 컷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다큐멘터리다. 전설과는 다르게 로드리게스의 노래가 그닥 좋지 않다는 것이 함정.4/5
54. 비정의 거리 (1981)
마이클 만의 범죄 스릴러. 마이클 만의 영화는 항상 남는 것은 없어도 재미있다. 배신당한 금고털이범의 복수극으로 제임스 칸이 다혈질의 범죄자로 열연했다. 아마도 <대부>에서 소니 콜레오니 역할이 캐스팅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잘 다듬었으면 <스카페이스>와 같은 범죄극의 고전이 되었을 영화다. 3/5
55. 피를 빠는 눈 (1971)
야마모토 미치오의 <피를 빠는....>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일본 뱀파이어물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나오는 일본 흡혈귀는 크리스토퍼 리나 벨라 루고시보다는 젊은 시절의 김추련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 궂은 날씨, 고립된 외딴 집에 여자 혼자 남아있고 도움의 손길은 멀다. 뻔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알고도 속는 재미가 있다. 3.5/5
DVD 발매가 기다려지네........
(201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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