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2012년 영화 리스트 -5

Baron Samdi 2016. 6. 28. 16:19

4에 이어.......

31. 아귀레 신의 분노

베르너 헤어조크를 알게 된 것은 <그리즐리 맨>에서였는데, 마지막 신의 내레이션을 보고 참으로 탁월한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귀레, 신의 분노> 또한 뛰어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사에 남을 걸작이다. <지옥의 묵시록>처럼 조셉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베트남 사람들을 '이해불가한 야만인'으로 묘사함으로써 감독의 인종주의/ 제국주의적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낸 <지옥의 묵시록>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남미의 인디오들을 자연의 일부(<그리즐리 맨>에서처럼 무심한 자연)처럼 묘사함으로써 이성의 광기를 첨예하게 드러내고 있다. 광고 음악을 통해 알려진 주제 음악도 좋고 클라우스 킨스키의 광기어린 연기가 인상 깊었다. 특히 드넓은 밀림 속에서 개미처럼 드러나는 스페인 정복자들의 행렬을 보여주는 초반의 익스트림 풀 샷에서부터 압도적인 연출력을 보여준다.5/5

32. 유성호접검

태어나서 본 무협 영화 중에서 가장 극찬할 만한 영화. 무협판 <추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대사빨이 죽이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무협이 사부나 부모가 당하고 주인공이 무공을 익혀 복수하는 단선적인 내러티브를 가졌다면, 이 영화는 권력에 대한 인간의 집요함을 잘 그려냈다. 초원 감독이 무협 영화를 더 찍었어야 하는데 아쉽다. 5/5

33. 역분사 가족

일본화된 <샤이닝>. 교외의 주택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던 4명의 가족이 할아버지가 불청객처럼 나타나 얹혀 살면서 이상하게 변해간다. 산업사회의 핵가족을 그로테스크하게 극단적으로 묘사한 영화로 숨은 수작이다. 가족이 집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집(부동산)이 가족을 만들어낸다는 현대 사회의 역설을 여실히 보여준다. 4/5


34. 의문의 실종

칠레에서 아옌데가 CIA와 밀턴 프리드먼의 "시카고 보이스"에 의해 축출되고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나던 광경을 끔찍하게 그려내고 있다.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실종된 미국인 아들을 찾으러 온 아버지와 그동안 사이가 나빴던 며느리가 참극 앞에서 점점 서로를 이해해 나간다는 다분히 헐리웃적인 스토리라인에 현대사의 비극을 잘 섞어낸 것은 정치영화의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의 역량이 빛을 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에 그려진 칠레 쿠데타 부분을 인상깊게 읽었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영상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금 알게 될 것이다. 주제가 또한 유명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영화지만 특히 박근혜 지지자들에게 강추!!5/5


35.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레게 뮤지션으로는 밥 말리 다음으로 유명할 지미 클리프가 젊은 시절 출연한 영화. 롭 볼마, 파블로 칼레호의 만화 <블루스맨>처럼 비운의 뮤지션을 다루면서 자메이카 관객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인지 시골 청년의 상경기에 로맨스, 갱스터 무비, 음악 영화 등 각종 장르가 한 영화 안에 다 들어있다. 마치 우리의 막장 드라마가 그렇듯이. 여러 영화와 광고를 통해 유명한 지미 클리프의 명곡 "You can get it, If you really want"도 좋지만 주제가 "The Harder they come"을 열창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3/5


36. 말죽거리 잔혹사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안영미의 김부선 연기를 보고 급다운받아서 본 영화. 그저 술자리의 옛날 얘기 듣는 느낌. 3/5


37. 차이나신드롬

<의문의 실종>에서 열연했던 잭 레먼의 또 다른 출연작. 잭 레먼의 연기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 때문에,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때문에 보게 되었지만 GE, 웨스팅하우스같은 원자로 제조업체들과 정부, 언론계 인사들로 이루어진 원전 마피아의 힘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프리랜서 카메라 맨으로 출연한 젊은 날 마이클 더글라스의 연기가 돋보인다.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우연히 뉴스를 촬영하던 취재진의 눈에 포착된다. 방사능이 도시로 유출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방송하려던 기자는 방송사 경영진과의 대립 끝에 좌천당한다. "이 중요한 순간에 동물원 호랑이 생일이나 찍어야 하냐"는 제인 폰다의 극중 대사는 이명박근혜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언론인들에게 그다지 낯선 광경이 아니다. "진실과 사실 사이의 촘촘한 경계"에서 고민하는 척하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면 보다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겠지만, 조금이나마 양심을 지키려는 찰나에는 일산에서 수원까지, 인천에서 잠실까지 출퇴근하는 고단함을 감수해야 한다. 아주 걸작은 아니지만 나의 비극적인 개인사와 결부되어 있으므로 4/5

* 참고로 차이나 신드롬이라는 말은 원자로가 멜트다운(고열로 녹아내리는 현상)때문에 지구 반대편의 중국으로 뚫고 나온다는 뜻.




 

(201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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