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서핑을 하다 보면 중독된 것처럼 반복해서 보게 되는 비디오 클립이 몇 개 있다. 시간이 흘러 잊어버리는 것도 아깝기도 하고 좋은 것은 함께 즐기자는 의미에서 여기에 생각나는대로 옮겨 놓으려 한다.
여기에서 처음 소개할 것은 1981년 릭 제임스의 히트곡인 "Give It To Me, Baby"의 오피셜 비디오클립이다. 십 년 전쯤에 미국의 흑인 코미디언 데이비드 샤펠이 "I'm Rick James, bitch!"라는 말을 유행시키면서 릭 제임스의 재조명이 이뤄지기도 했다. 아마도 릭 제임스라는 이름이 인구에 다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MC 해머가 "U Can't Touch This"에서 릭 제임스의 "Superfreak"을 샘플하면서부터일 것이다. 릭 제임스는 앨범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빠져 있다며 MC 해머에게 소송을 걸었고, 결국 그래미 상의 공동 수상자가 된다. 그 이후로는 두 명의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분란을 일으켰으며 마약, 특히 코카인 중독으로 제대로 된 커리어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결국 2004년 약물 과용으로 인한 심폐 기능 정지로 사망했다.
릭 제임스는 한 때 9가지의 악기를 다루는 천재로 정통 소울, 훵크에서 일렉트로 훵크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지대한 공헌을 한 뮤지션이다. 릭 제임스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소울 밴드 템테이션즈의 멤버 멜빈 프랭클린의 조카로 알려져 있다. 제럴드 포스너의 책에 보면, 그는 이러한 인맥을 통해서 처음의 모타운 산하의 마이너 레이블과 계약했는데, 젊은 나이에 벌써 뛰어난 작,편곡 실력에 연주까지 탁월해서 모타운 말기의 기대주로 떠올랐다고 한다. 특히 마이클 잭슨이 CBS 레코드로 이적한 이후, 그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시대를 앞서가는 감수성 때문인지 마이클 잭슨과 같은 너른 대중적 인기는 얻지 못했다. 게다가 미네아폴리스의 또 다른 천재 프린스의 등장은 그에게는 치명적인 일격이었을지도 모른다. 네이버 블로거 '댐졸리볼'님은 그와 프린스를 주유와 제갈공명의 관계 같다고 절묘하게 비유한 바 있다. (http://blog.naver.com/bigtroll?Redirect=Log&logNo=70043879498)
"Give It To Me, Baby"는 전체 차트는 40권에 머물렀지만 R&B차트와 댄스 차트에서는 1위에 올랐다. "댐졸리볼"님의 포스팅에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은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이 곡을 차용했고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도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는 점이다. 위키피디아에서도 "Thriller"의 베이스라인이 이 곡을 참고했다고 나와 있다. 내가 이 뮤직 비디오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이전의 라이브 영상이나 방송국 스탭들이 만들어주는 (어폐가 있기는 하지만) 아마추어적인 영상이 아니라 MTV 시대에 걸맞는 본격적인 뮤직 비디오의 시초 격이기 때문이다. 이 비디오 클립 뿐만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또한 흑인 아티스트들은 고급 세단이나 스포츠카,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에 사는 성공한 부유층으로 그려진다. 이런 설정은 현재의 힙합 아티스트들에게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는데, "화면 속의 부유함"은 미국 흑인들이 실제적으로 처한 "화면 밖의 현실"과 여지없이 대비된다. 지금의 시각으로는 말할 나위없이 유치하고, 바로 그러한 점을 데이빗 샤펠이 코미디 속에서 반복하기도 했지만, 이 비디오 클립이야말로 촬영과 편집이 정교하게 이루어진 "본격" 소울/훵크 뮤직 비디오의 시초, 흑인 아티스트들의 신화적인 성공담을 보여주는 원형 격인 뮤직 비디오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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