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theca

Nicola Conte feat. Koop - Fuoco Fatuo (2002)

Baron Samdi 2016. 6. 29. 11:32

이탈리아 라운지 신의 마왕으로 군림하는(그가 속한 ESL도 18th Street Lounge의 약자다.) 디제이 겸 프로듀서 니콜라 콘테의 이 노래 <Fuoco Fatuo>는 우리말로 "도깨비불, 환영"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콘테의 앨범 <Jet Sounds>가 나온 후, 그동안 교류했던 아티스트와 리믹스 앨범을 내는데 그 앨범이 바로 이 곡이 수록된 <Jet Sounds Revisited>다. 이 곡은 스웨덴의 Nu Jazz 듀오인 Koop과의 협연으로 원곡보다 정교하고 세련된 사운드로 변모했다. Nu Jazz를 보통 엘리트주의적인 음악으로 평가하거나 부르주아 자녀들의 파티 음악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생각에는 그것도 아티스트의 역량과 태도 나름인 것 같다. Nu Jazz는 상업적이고 대중 영합적인 Acid Jazz를 작가주의적으로 변모시킨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섣부른 평가는 아직 보류해 두어야 한다. Nu Jazz는 엘리트들의 음악이고 Soul이야말로 대중의 정서에 가장 부합하는 음악이라는 간단한 도식으로 구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Soul이 대중의 정서에 부합한다고 느끼는 것은 음악적 성공으로 인한 경제적 지위의 상승이 흑인을 인간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아티스트 자신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사람들은 항상 음악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는 점은 우스운 일이다. 음악은 지식이 아닌 감성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음악에 대한 이론적, 사회적, 역사적 접근은 등한시하면서 음악을 있는 그 자체로 내버려 두는 것이 사랑인가?  어떻게 방임과 무관심이 사랑과 동의어가 되었는가? 사랑은 자신과 상대방을 동시에 변모시키는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것은 첫째고, 그런 여건이 안된다면 "음악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한다. (블로그로 음악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자료들을 번역 소개하고,최종적인 목표는 내가 아마추어로 음악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음악인이라면 그리고 자신이 하려는 음악이 타인의 특수한 상황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면 더더욱 그에 대한 지식을 갈고 닦을 필요를 느껴야 하지 않을까? 여타 장르의 음악과 같이 또는 그것들보다는 특히, Soul은 흑인들의 역사적, 정치적 상황과 분리한다면 생각할 수조차 없다. Soul을 좋아한다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과 다른 것의 경계면은 어떠한지를 어째서 보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이유로 니콜라 콘테의 장점을 평가할 수 있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음악"이라는 대상을 한시도 가만두지 않는 음악인이다. 수많은 샘플들을 축적하고 분해하고 자기것으로 승화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보여준다. Nu Jazz의 장점을 나름대로 평가하자면, 그것이 아마추어에게 제공된 대중음악의 낮은 문턱이며 동시에 대중 음악이라는 지극히 상업적인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전복의 장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06/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