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은 가끔 유행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NBA에 대한 열광도 마찬가지다. 내 또래 친구들이 조던 운동화를 신고 다닐 때 나는 조던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관심을 가졌다면 코나미에서 발매된 아케이드 게임 <런앤건 2> 정도일 뿐, 좋아하는 선수인 팀 하더웨이도 그 이름도 유명한 런TMC(크로스오버의 달인 팀 하더웨이, 조던도 인정한 득점왕 미치 리치먼드와 깔끔한 백인 슈터 크리스 멀린의 트리오)로 플레이오프를 뒤흔들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즈 시절이 아닌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해 저물어가는 해 대접을 받을 때부터였다. 그러다 NBA에 대한 관심의 불을 지핀 것이 바로 이 게임, 일렉트로닉 아츠 사의 <NBA 라이브 2001>이다. <NBA 라이브 2001>은 게임의 조작성이나 그래픽이 현재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사운드 트랙만은 (아티스트의 인지도 및 음악 면에서)최고였다. Montell Jordan의 <The Unstoppable>, Rahzel의 <Shakin' The Floor>와 바로 메인 테마인 Bootsy Collins의 <Do The Freak>은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사운드 트랙을 이룬다. <NBA 라이브 2006>에 Jurrassic 5의 Charli 2na가 참여하면서 좀 나아졌지만 2002에서 2005까지의 시리즈에 나오는 음악은 전형적인 난리통 힙합으로 "워~워~ 하고 제목만 5분 동안 목이 터져라 외치는 그런 류의 음악이었다. 흑인 채널 BET를 10분만 시청해도 흑인 음악을 경멸하게 되니 어물전 꼴뚜기들이 따로 없다고 해도 좋겠다.
이제는 곡을 소개할 차례인데 붓시 콜린즈야 워낙 유명하고 훵크의 비조이니 나중에라도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리키 빈센트의 <훵크>의 번역을 이 블로그에 소개할 마음은 있는데, 자기 말로는 대중 음악에 이렇게 아카데믹하게 접근한 적이 없다는 자찬을 늘어놓지만 워낙 학문적으로 깊이도 없고 흑인 파시스트 팸플릿이나 다를 바 없는 책이라 소개가 망설여진다. 그래도 훵크의 역사를 다룬 유일무이한 책인지라 조만간 블로그에 조금씩 옮길 생각이다. 그러면 붓시 콜린즈가 훵크라는 영역 내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 곡은 콜린즈의 1999년 앨범 <Fresh Outta "P" University>에 먼저 수록되었고 이후에 사운드 트랙에 실리게 되어 게임의 박진감을 배가시켜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 시리즈에 이제껏 실린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곡이 아닐까 한다. 이 곡이 샘플링한 원곡은 Ian Dury and the Blockheads의 "Hit Me With The Rhythm Stick".
현재 NBA에서 컨퍼런스 챔피언 결정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겨운 (때로는 농구가 야구와 같이 정적이고 전략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샌안토니오가 탈락해 기분은 좋은 가운데 혼전이 거듭되고 있다. 흑인 음악 팬들 가운데서 클럽 축구 팬들은 많지만 NBA 팬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 아쉬운데 개인의 취향일 테지만 가끔은 흑인 음악과 함께 림을 부러뜨릴 듯한 덩크음의 추임새를 곁들인다면 더더욱 신나는 감상이 되지 않을까?
(200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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