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뿌리 - 현대 흑인 음악에서 보전되는 아프리카
여러 세기에 걸친 노예제와 문화적 변용, 몇십년에 걸친 인종 통합에도 불구하고 미국 흑인들은 아프리카의 음악적 경험을 매우 일관된 형태로 산포시켰다. UC 버클리의 음대 교수인 올리 윌슨은 1992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음악의 이질적 이상(異質的 理想)”이라는 논문에서 모든 미국 흑인의 음악들은 음악과 작곡에서 “아프리카적 개념에 입각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구조적 속성은 내가 윌슨의 글로부터 발췌하여 훵크에 적용시킨 아래와 같은 성질을 포함한다.
〮리드미컬하고 암시적인 운율적 대조의 원리에 입각하여 리듬을 조직화하려는 경향
즉, “스윙”을 생성하려는 경향이다. 동요하는 블루스,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쿨 재즈, 허세부리는 부기우기 혹은 옆으로 기대어 발을 굴리게 하는 훵크는 모두 같은 것이다. 단순한 멜로디나 비트를 넘어서 멋진 댄스 뮤직은 그 자체의 인생(그루브)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효과를 글로 베끼거나 번역할 방도는 없다. 잼(즉흥 연주)에서 그루브는 있기도 하고 또 없기도 하다. 듀크 엘링턴의 말처럼. “스윙이라고 밖에는 뜻이 없지요.” 종종 농밀한 구조를 가진 훵크 뮤직은 박자에서는 보완적이면서도 다르게 강세를 넣어줌으로써 많은 악기들로 하여금 독립적인 멜로디 라인을 전개하도록 하면서도 동시적인 그루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60년대 후반의 훵크 뮤직이 만들어낸 그루브는 너무나도 훌륭해서 “스왱swang"이라고 불려야 한다.
〮어떤 노래나 연주라도 타악기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경향
이것은 제임스 브라운이 발명하여 소울 음악, 특히 리듬 기타 부분에 도입한 것으로 그는 몇 년이 지난 뒤에 이러한 스타일이 본래는 아프리카적인 것임을 알았다. 브라운은 리듬 기타를 주요 멜로디와 부차적인 멜로디를 표현하는 악기로부터 완전히 타악기의 음색으로 바꾸어놓았다. “탕”치고, “퉁”치고 “챙” 소리를 내면서. 리듬이 쪼개지면 쪼개질수록 베이스와 드럼의 대비는 철벅철벅하면서 리듬을 짚어낸다. 브라운의 보컬이 매우 리드미컬하게, 종종 애드립과 같은 스캣 창법이 채비를 하는 한편, 많은 노래 가사들은 반복되고 당김음이 들어간 상태로 준비된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내 팬티 속에 개미가 들어갔어/ 그래서 난 춤을 춰야겠어. I got ants in my pants/ and I need to dance”라든가 “난 세금을 냈어/ 내가 얻은 건 뭐지 I'm payin' taxes/ What am I buyin'"
〮응답합창 antophony, 청자의 참여와 몰두를 장려하는 부르기/ 응하기call and response의 음악 구조1)
일요일 예배 시간의 리드미컬한 목소리 “Hallelujah Jeesus”에서부터 힙합 디제이들의 “Everybody say Ho!”에 이르기까지 그 목적은 같다. 가수와 청중은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 우드스톡의 언덕의 오 십만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Higher!”를 외치게 하는 슬라이 스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임스 브라운도 그의 청중들이 “일어나라/ 빠져들라/ 참여하라 Get up/ Get into it/ Get involved”를 외치도록 권유했다. 청중들이 각 소절을 반복하면서 따라함에 따라 그들의 그 소절의 의미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P-훵크는 그 개념(부르기/ 응하기)에서 한층 더 나아가 “생각하라! 생각하라! 생각하는 건 아직 불법이 아니니까 Think! Think! It ain't Illegal yet!"를 외치게 하면서 청중들을 (능동적인 참여를 통하여) P- 훵크적인 사고방식 속으로 끌어들였는데, 그것은 개별성individuality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훵크 밴드의 거대한 앙상블은 연주자와 청중이 하나로 묶인다는 점에서 한층 진일보한 상호관계를 만들어내었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적 틀 내에서 고밀도의 음악적 성과들을 창출해내려는 경향.
즉, 모든 음악적 공간을 채워 넣으려는 경향이다. 이것은 뉴 올리언즈 세컨드 라인2)에서 유래하는 식민지적 유산 중 하나다. (대개 장례식 행렬에서) 밴드가 지나가면 각자 자기의 악기를 챙겨 온 다른 연주자들이 뒤를 따른다. 그들은 각자의 리듬 패턴을 따로 연주하지만 그러면서도 주요 리듬 패턴 내에서 움직인다. 훵크 밴드는 이러한 원시 이성을 위한 거대한 앙상블이면서도 단순히 악기류의 양적인 집합이 아닌 음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좋은 훵크 뮤직(그리고 많은 재즈는)은 청취자가 하나의 악기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온전한 음악적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그러면서도 그룹 내에서 각각의 악기가 독립적일 수 있도록 의도된 것이다. 록 음악가들이 강력한 삼인조에 만족하는 반면, 훵크 밴드들은 항상 사람이 많았고 - 지미 헨드릭스조차도 우드스톡에서 6인조 밴드와 함께 연주했다. -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기회만 있다면 규모를 키웠다.
〮 작곡 과정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육체의 움직임을 포함시키려는 경향.
공식화에 우선하여 개별적 표현에 대한 강조로써, 반복에 우선하여 본질적인 경험에 대한 강조로써 그리고 고립에 우선하여 상호작용에 대한 강조로써 흑인/ 아프리카 음악3)은 리듬을 통해 정신과 육체를 연결짓는다. 음악, 율동 그리고 춤은 동의어다. 이는 조지 클린턴의 1978년 발표곡 “위글스 씨 Mr. Wiggles(Wiggle = 흔들리다)”에 표현되어 있다. “진실된 눈을 가지고서 바라본다면/ 보인다네 시각의 리듬은 춤추는 자/ 그가 춤을 출 때면 항상 하나가 된다네”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인 로이 토마스가 말한 바에 따르면, 많은 아프리카 언어들이 음악과 춤의 개념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국the motherland(아프리카)으로부터 유래한 음악의 또 다른 근본적인 측면은 악기들로 사람의 음성을 모방함으로써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1920대 루이 암스트롱이 그의 밴드 “핫 파이브”에서 시도한 멋진 무조음계는 의식을 과거로 이끌어가고 그 나름의 독특한 언어로 영혼을 타격하도록 의도되었다. 레스터 영으로부터 존 콜트레인, 버드4),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를 관류하는 전통이 존재해왔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통의 성취를 가능케 하는 전설들의 흔적이 있어왔다. 블루스의 기타 솔로에서 “벤트 노트”5)는 우울한 분위기에서 한탄하는 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모방하고 강조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다. 허비 행콕이 그의 고전 “카멜레온”에서 신시사이저로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표현할 때, 그는 울부짖는 재즈 색소폰의 전통, 리드미컬한 크레센도6)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 보다 한 발자국 더 내딛고 있는 것이다. 붓시 콜린즈가 베이스 기타로 그의 난장판같은 피날레 “Munchies for your love”를 만들어냈을 때, 그는 그 누구보다도 더 남성적 오르가즘을 음악적으로 잘 표현해낸 것이다. 훵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연계를 잘 보존함으로써 1970년대 미국 흑인들의 음악적 영혼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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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르기/ 응하기 call and response는 흑인 음악, 문화,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개념이다. 부르기/ 응하기는 로버트 스텝토의 저서에 의해 유명해졌는데 화자는 선창을 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정당화하고 집단적 청자는 그의 부름에 응함으로서 화자의 권위에 답한다. 쉽게 얘기하면 흑인 영화에서 흑인 목사가 무언가를 얘기하면 신자들이 저마다 응답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혹은 힙합 문화에서 래퍼가 외치면 관중들이 따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 “세컨드 라인”이란 뉴 올리언즈의 장례식 행렬의 두 번째 줄을 의미한다. 뉴 올리언즈의 장례식인 보통 “재즈 퓨너럴(재즈 장례식)”이라고 불리는데, 대개 망자의 가족과 친구 혹은 밴드 멤버들이 첫 번째 줄로 나가고, 그 뒤를 잇는 이 “두번째 줄”은 망자와는 상관없이 음악에 홀려 따라가는 줄을 의미한다.
3) 빈센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중심주의자들은 흑인과 소위 “아프리카인”을 동일시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중국 교포들을 “조선족”이라 해서 멸시하듯이, 대다수 미국 흑인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경멸을 감추지 않는다. 보다 이 쪽에 관심이 있다면 라이베리아의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
4) 찰리 파커의 별명
5) 피치에 부드러운 변화를 주는 것. 기타, 하모니카, 신시사이저에 쓰인다.
6) 음악에서 “점점 세게”, 점강음.
(20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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