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5 : 훵크에 대한 책이 없으므로 훵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게 틀림없다.
1960년대에는 재즈, 소울, 블루스의 영역 안에서 성숙해가는 흑인 음악을 다루는 여러 가지 음악 책들이 출간되었다. 1970년대는 음악적인 논의가 널리 보급되던 시기였으며 소울, 록, 재즈와 같은 이전의 대중적인 음악 운동을 간략하게 다루는 것에 대한 반항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더 나아가 1970년대의 흑인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 제임스 브라운, 슬라이 스톤, 지미 헨드릭스 그리고 마일즈 데이비스 사이의 본질적인 연결 고리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소수의 역량있는 작가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흑인 음악계에 대한 섬세한 이해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오늘날 회고적인 랩 음악은 제임스 브라운, 슬라이 스톤 그리고 조지 클린턴의 훵크의 음악적 자손임을 매우 공공연하게 드러내왔다. 이러한 아티스트들은 각기 스타덤과 성공의 절정에 서있지만 그들간의 관계나 창의성의 근원에 대해 밝혀 줄 아무런 책도 없다. 다른 아티스트들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와 있지만 유명한 미국 태생의 역사적 인물 - 훵크 뿐만 아니라 소울의 중심적 존재이기도 한 - 제임스 브라운에 대한 책은 1986년에 출간된 그의 자서전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책도 찾아볼 수 없다. 백인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흑인들, 예를 들어 모타운 레코드나 지미 헨드릭스에 대한 책들은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어떠한 작가도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1960년대 중반 이래로 미국 음악계의 가장 영향력있는 요소였던 모타운, 지미 핸드릭스, P-훵크와 랩 음악을 연결시키지 못했다. 훵크의 개념과 유산은 이러한 면모를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1970년대 초반 문학에서 훵크인 체 하는 것들이 잡지 기사에 실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흑인들의 투쟁과 연결되지도 못했고 흑인 주류 작가들에게는 바람직한 흑인의 행동으로 수용되지도 못했다. 이 음악적 운동은 레코드 판매량을 통해서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대개 주류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흑인 음악가들과 십대 흑인들 사이에서만 발전된 것이다. 1970년대까지는 많은 역량있는 문필가들은 흑인 대중음악을 논제로 삼으려 하지 않았다. <롤링 스톤>의 기자였던 존 모슬랜드John Morthland가 1994년에 나에게 말하기를, “나랑 비슷한 연배들의 음악지 기자들은 대부분 나처럼 백인이에요. 그래서 소울 음악 이후의 흑인 음악에 대해서는 관심이 다들 없는 편이고 70년대 초반이나 훵크 시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요. 대부분의 기자들은 소울 음악의 시대가 끝나자 흑인음악에 대한 관심도 끊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출판계에서 흑인 음악의 관점으로 1970년대의 음악계를 조망하고자 한 최초의 시도는 넬슨 조지가 1988년에 펴낸 <리듬 앤드 블루스의 죽음 The Death Of Rhythm & Blues>다. 조지는 명확성과 권위를 통해서 흑인의 재능을 착취하지만 1970년대 흑인 음악에 나타난 흑인 미학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법인 기관corporate machinery1)에 대해 논하고 있다. 또 다른 작가 그렉 테이트Greg Tate는 르로이 존스의 초기작에 나올 법한 박학과 통찰을 겸비한 작가인데 현재까지 오로지 매체 기고 외에는 1992년에 출간된 저작집 한권을 썼을 뿐이다. “훵크 프리즘 Funk prism"을 통한 그의 흑인 문화 분석은 다소 두서가 없기는 하지만 강력하고 파괴적이고 지적이다. 테이트의 저작은 조지의 책과 분명하게 구별되는데 그 이유는 테이트가 훵크를 흑인 문화에 대한 일종의 해석으로써 내면화하기 때문이다. 여기 그가 1992년에 낸 책, <버터밀크 속의 날라리 Flyboy in the buttermilk>2)의 첫 장을 보라.
훵크는 나쁜 말이었어. 헌데 이제는 모두가 (훵크에) 빠져들려고 해. 요즘들어 훵크 착취 funk-ploitation이 많이 일어나고들 있지. 오해는 하지 말라구. 훵크를 팔아먹는 게 그 자체로는 나쁜 게 아니거든. 진짜는 팔아먹는 게 이 바닥의 게임이 가진 또 하나의 측면이라는 거지. 게다가 훵크를 파는 건 대중의 흥미도 끌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이니까. 엉클 잼(조지 클린턴)은 거기다 형이상학도 넣고 인간 영혼의 밑바닥 아주 기본적인 요소들을 통해서 삶을 노래할 가치가 있는 음악으로 보여준다니깐. 훵키한 신참들과는 반대로 엉클 잼의 훵크는 니가 가진 훵크를 엉덩이로 끌어내리면서도 지적으로 승화시키게 만든단 말이야. 내 말은, 훵크를 마음으로든 몸으로든 아니면 소울 음악으로든 개념화한다는 게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란 거야. 그냥 너의 느슨하게 늘어진 엉덩이에 귀를 기울여 보란 말이야.
수많은 래퍼와 훵크 음악가들은 흑인 문화에 대한 테이트의 접근에서 영향을 받았다. 훵크가 체계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해되고 글로 쓰여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만약 누군가 흑인 문명의 역사에서부터 현대의 과격한 투쟁에 이르기까지의 왜곡된 흑인 역사에 대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정평있는 역사적 전통도 흑인 경험의 정확한 평가에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주장들이 내세우는 논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1970년대 동안 미국 하층민 출신의 소외당한 음악가들에 의해 주로 촉진되는 주목할만한 음악적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훵크 음악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훵크에 맞추어 단순히 춤만 췄다. 훵크가 코드화된 의미들과 비속어들로 엄선된 비논리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은 (훵크에 대한 반응이 제각각인) 이러한 상황을 해명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랩 음악과 래퍼들은 훵크 음악과 메시지에 대해 뚜렷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훵크는 그들과 같은 계층의 사람들 - 빈곤, 희망, 냉소 그리고 휴머니티가 기묘하게 결합된 소외된 흑인들 - 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훵크는 현대의 도회적이고 격렬한 댄스 음악의 중심에 있으며 역사 속에서 자리할 곳을 찾고 있는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ation"의 "잃어버린 고리 missing link"다.
1) 흑인 민족주의자들 특유의 이분법에서는 흑인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백인들의 기계성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고 있다.
1) 구어체로 되어있는 책이므로 구어체로 옮긴다.
(200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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