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theca

Booker T. Jones - The Best Of You (1980)

Baron Samdi 2016. 6. 30. 16:39

나의 드라이빙 사운드트랙 여덟 번째.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Mtume의 "Love Lock", The Average White Band의 "Soul Searching" 등과 더불어 즐겨듣는 곡 중 하나로 소개하고 싶은 곡이다. 나긋한 가사와 달리, 내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쓸쓸함'이다. 홀로 차를 몰고 달릴 때마다 한 번씩 듣곤 한다. 대개 곡의 분위기를 이해할 때는  가사라든가 노래 제목의 영향을 받는 것이 상례인데, 어떻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런 감정이 드는 지 모르겠다.

(이하는 스킵하시길....)
예전에 읽은 음악 관련 책에서, 많은 음악들이 노래 제목과 가사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음악 자체가 이러한 문자적인 부연들로부터 일종의 자율성을 갖는다고 한다. 베토벤의 "월광"을 들을 때, 우리는 제목 때문에 달빛을 연상하기도 하지만, 노래 제목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곡의 분위기로부터 나오는 일종의 정서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와 분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능력은 음악의 신비한 효과가 아니라 음악가가 음악을 만들 당시에 처했던 상황이나 자연 환경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음악에 고스란히 녹아들기 때문이다. 정리하지 못한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듣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음악의 역사적 과정 속에 켜켜이 쌓인 일종의 코드들 또한 존재하는 것 같다. 음악가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어떠한 음악적 코드로 변형시키고, 청중은 그것을 머리 속에 목록화된 다른 코드들과 등치, 비교, 해제함으로써 그 음악가가 어떤 분위기를 묘사하려 한 것인가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일렉트로 부기나 80년대 댄스 음악에서 리버브를 먹인 혼 섹션의 스타카토는 대개 자동차 경적 소리들, 그러니까 혼잡한 도시 환경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예전에 토니님도 이 앨범을 소개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시 찾을 수가 없어서 빈약한 설명으로 대신합니다.

부커 티 존즈는 44년 테네시 주 멤피스 출생으로 아버지의 이름을 이어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20세기 초기의 교육자이자 흑인 지도자인 부커 티 워싱턴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유명한 레이블마다 뛰어난 하우스 밴드들이 있는데, 모타운에 훵크 브라더스가 있었다면 스택스에는 Booker T & The MGs가 있었다. 걸출한 스타들 이면에 가려져 "Standing In The Shadows Of Motown"같은 책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재발견된 훵크 브라더스와는 달리, 부커 티 앤드 더 엠지스는 독립적인 유닛으로 활동하면서 유수의 훵크 명반들을 양산해냈다.

(201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