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드라이빙 사운드트랙 아홉 번째.
항상 이태원을 지나갈 때면 생각나는 노래들이 몇 곡 있다. 십대 시절에는 (거의가 동네 선배들인) 삐끼(호객꾼)들이 무서워 잘 나가보지 못했고, 내게 이태원에 얽힌 좋은 추억들은 대부분 그 이전에 가족 외식하러 나갔을 때의 기억들 뿐이다. 당시 이태원은 흔히 들를 수 없는 동네였고, 미8군 상대로 장사를 하다보니 글로벌함을 표방하는 지금보다도 더 이국적이었던 것 같다. 파라솔 아래에서는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팔았고, 거리에는 릭 제임스나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올드 팝이나 록 위주의 선곡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에도 가끔씩 센스있는 식당에 가면(주로 외국인이 운영하는 듯 보이는) 샬라마나 다이내스티를 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예전의 이태원이 그립다.
스킵워스 앤드 터너의 "Thinkin' About Your Love"을 처음 들었을 때도 전혀 낯설다는 느낌이 없었다. 아마도 이태원 구석을 쏘다니다가 들어봤거나 당시 취향이 조숙했던 또래들과 즐겨듣던 AFKN을 통해서 접한 곡인지도 모르겠다. 이 듀오는 뉴욕 주 시러큐즈 출신으로 키보드 주자인 로드니 스킵워스와 보컬인 필 터너로 이루어져 있다. 로드니 스킵워스는 '뉴 사운드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밴드에서 활동했고 멤피스에서 태어나 시러큐즈로 이주해온 필 터너는 "선라이즈"(Sunrise, 예전에 소개한 Sunrize와는 다른 밴드다.)에서 각기 활동했다. 당시 필 터너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던 로드니 스킵워스를 찾아와 밴드 결성을 제안하면서, 이 둘은 "The Fames"라는 이름으로 뭉쳐 맨해튼스와 오제이스 같은 스타들의 서포트 밴드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뉴욕 주 버팔로에서 전설적인 프로듀서 패트릭 애덤스와 만나 앨범을 발표하는데, 이 중 "뉴 사운드 익스프레스" 시절의 곡을 리메이크한 "Thinkin' About Your Love"가 댄스 차트 1위, 영국 차트 25위를 차지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아쉽게도 이후 패트릭 애덤스나 리로이 버지스 등이 참여한 후속 앨범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뒀고 점점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201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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