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썸 오브 올 피어스
톰 클랜시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웰 메이드 스릴러. 의외로 벤 에플렉이 잭 라이언 역할에 잘 어울린다. 미국의 핵공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묘사되어 흥미로웠다. 스릴러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누면 하나는 '기술적 효과에 의해 구성된 스릴'이 있겠고, 또 그 다음은 '역사적 긴장 상태를 응용한 스릴'이 되겠다. 내가 볼 때는 이 두 가지가 잘 어우러진 영화 같다. 탈냉전 시대에 반복되는 냉전스러운 위기와 함께, 인물과 세부 묘사가 모두 탁월하다. 톰 클랜시의 소설은 고등학생 때 딱 한 번 읽어봤을 뿐이지만 그의 이름을 내건 컴퓨터 게임 <스플린터 셀> 시리즈의 광팬이어서 막연한 관심은 있었다. 이 영화를 계기로 해리슨 포드 주연의 톰 클랜시 영화 시리즈를 섭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8. 스크래치
잘 만든 다큐멘터리. 힙합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중 문화의 전반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좋아할만 하다. 특히 음악의 활용이나 스크래칭을 영상 편집에 도입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특히 DJ옆에서 흥을 돋우던 MC가 분화해서 래퍼로서 인기를 끌고, 상업화된 랩 뮤직에 대한 반발로 턴테이블리즘이 발전해 나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 긴급 명령
톰 클랜시 원작에 해리슨 포드 주연. <썸 오브 올 피어스>를 재미있게 본 김에 이어서 봤다. 한 마디로 말해 올 해 들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전우를 전장에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미군의 이데올로기를 잘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블랙 호크 다운>과도 비교될 법 한데, 내 생각에는 이 영화는 <블랙 호크 다운>과는 비교 불가다. <블랙 호크 다운>이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일견 진보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전장의 소음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미국 만세물일 뿐이다. 반면에 이 영화는 CIA 요원을 주인공으로 쿠바인을 악당으로, 남미는 미국의 반식민지 쯤으로 묘사하지만 한편으로 백악관 내부의 암투와 권력 관계, 미 대통령이나 각료들같이 대단해보이는 인물들이 얼마나 치졸한 권력욕에 몰두하며 국가를 망쳐놓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톰 클랜시는 골수 보수주의자이자 공화당 지지자이면서도 자신의 소설을 어떤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천착하여 독자로 하여금 '독자적인' 판단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위대한 대중 소설가인 것 같다. 현재까지 내가 본 바로는.
20. 거칠마루
실제 무도가들을 섭외해서 리얼한 액션과 발연기를 결합시킨, 세계에 내놓을만한 한국의 컬트 클래식. 영화제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어 극장에서 재개봉을 했다고 한다. DVD의 리플렛을 보면 배우들의 이름은 @@@先生이라 적혀있고, 어떤 무술을 구사하는지 설명해놓았다. 주연배우는 <인간극장>출연자이며 택견 고수인 장태식 선생이다. 무술 영화를 좋아하지 않고, 즐겨본 적도 없지만 정말로 콧대가 휘고 귀가 접힌 무술인들이 나오는 영화는 처음이다. 또 이렇게 다큐멘터리와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희한한 영화를 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 내용은 무술의 고수 '거칠마루'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술인들을 모집해서 자웅을 겨룬다는 내용인데, 어색한 연기와 뜬금없는 구성이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스토리의 흡인력만큼은 <소림 36방> 못지 않다. 쿵후 클래식인 <소림 36방>도 후반부에 가면서 지리멸렬해지는 반면, 이 영화는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힘이 붙고, 적절한 반전도 있어 전혀 지루함이 없다. 아마추어리즘 속에 힘과 땀과 맥이 펄떡이는 영화계의 런던 펑크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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